최근 미국 백악관에 초청됐던 방탄소년단(이하 BTS) 멤버들이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함께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최근 미국 백악관에 초청됐던 방탄소년단(이하 BTS) 멤버들이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함께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14일 오후 9시 BTS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서 공개한 ‘찐 방탄회식’ 영상을 통해서다.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이들의 휴식 선언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음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은 본래 멤버들이 실제 술을 마시며 회식을 하고 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으로, 이 같은 발표는 예고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약 1시간 넘게 방송을 진행하면서 BTS 멤버(진·슈가·제이홉·RM·지민·뷔·정국)들은 향후 각자의 개인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단체 숙소 계약이 종료됐다”고도 했다. 해체는 아니지만, 당분간 전 멤버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는 쉬겠다는 것이다.

잠정 휴식 원인으로는 ‘개인의 성장’을 꼽았다.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향후 개인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발표 전날은 BTS의 9주년 날이었다. 2013년 6월 13일 싱글 ‘투 쿨 포 스쿨’로 데뷔한 이들은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아시아 보이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다이너마이트,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즈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등 총 6개의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정규는 아니었지만 그간 활동과 9주년을 기념한 신보 ‘프루프’와 신곡 3곡도 발표한 상태였다.

2019년 12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공연하는 BTS./AFP 연합뉴스
 
2019년 12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공연하는 BTS./AFP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멤버들은 다소 강하게 자신들이 ‘지친 상태’란 것을 토로했다. 리더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성숙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어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며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고 했다.

멤버 슈가도 “제일 힘든 게 가사 쓰는 거다. 말이 안 나온다”며 “2013년부터 작업하며 한번도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작업한 적이 없다. 항상 괴로웠고 항상 쥐어짰다”고 했다. 이어 “근데 그때는 할 말이 있는데 스킬적으로 부족해 쥐어짜는 것이었고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자신들의 음악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지민은 “지금에 와서야 우리가 각자 어떠한 가수로 팬분들에게 남고 싶은지를 알게 돼서 지금 힘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RM은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랑 ‘퍼미션 투 댄스’ 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 때부터 한국어 노래를 위주로 내던 이전과 달리 영어 싱글 활동을 집중적으로 시작했고, 이후 대부분 활동을 해외 활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멤버들은 이날 코로나 팬데믹으로 겪었던 앨범 활동 어려움도 언급했다. RM은 “(원래 BTS의) 시즌 1은 (활동곡)’온(ON)’까지였고, 대규모 월드투어 등도 돌려고 했다. 하지만 음악방송 하면서 코로나19가 시작됐고, 몇 달 동안 붕 뜨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돌파구로 삼았던게 우리가 하지 않던 싱글 (앨범 발매) 플레이였다. 차트에서도 그렇고 화제성으로도 확실하게 임팩트를 내보자 했다. 그래서 하게 된 게 ‘다이너마이트’ ‘버터’ ‘라이프 고즈 온’”이라고 설명했다.

‘쉰다’는 것 자체가 “죄송하다”는 표현도 수차례 했다. RM은 “제가 쉬고 싶다고 하면 여러분이 미워하실까 봐 죄짓는 것 같다”며 울먹이며 “논현동 작은 곳에서 살다가 미국 백악관까지 가고. 그런 이야기가 ‘옛 투 컴(최근 신보 타이틀곡)’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버전이 최선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향후 멤버별 믹스테이프 등 개인 음반 활동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RM은 “믹스테이프라는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앨범으로 변환할 것 같다”고했다. 슈가는 “난 장르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제이홉은 “내가 시작이지만 각자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이 개인 활동 첫 타자임을 알렸다.

빌보드는 2020년 8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0년 9월 2일 온라인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빌보드는 2020년 8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0년 9월 2일 온라인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 2021년 6월호 표지를 장식한 BTS./롤링스톤 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들의 개인활동이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돌파구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연장자 멤버인 진(1992년생)은 2018년 BTS에게 최연소 화관 문화훈장이 수여되며 올해 말까지 군 복무가 연기됐지만, 병역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 입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선 병역법 개정 논의가 추진됐다가 “지나친 특혜”란 대중들의 반발로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진은 개인 활동에 대해서도 “자신이 가장 마지막 솔로 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BTS의 소속사 하이브(빅히트뮤직) 주가가 BTS 신보 프루프 판매량이 200만장을 돌파했음에도 10%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 연준의 긴축 강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증시 악화가 원인으로 꼽혔지만 군대 이슈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전 세계 아미들은 BTS의 유튜브 영상 댓글과 소셜미디어 게시글로 이들의 개인활동을 지지하는 각국 언어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외신들도 이들의 단체활동 잠정 중단 소식을 상세하게 다뤘다. 이날 방탄소년단의 단체활동 중단 방송 내용을 온라인판 커버스토리로 다룬 빌보드지는 현재 “가장 보고 싶은 방탄소년단 솔로 프로젝트” 투표 집계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