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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풍선
      2016년10월26일 09시14분    조회:2569    추천:0    작성자: 리계화
      어떤 풍선 

      어느 동네에 위층에 소아과가 있는 약국이 있었다. 어느 날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들렀다. 차례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두리번거리는 동안 위층 소아과에서 한 모자가 내려왔다. 그 약국 판매 데스크의 아주 잘 보이는 곳에는 ‘롱 러브’라는 조루 방지용 콘돔이 진열돼 있었다. 게다가 포장지에는 상세한 그림 설명이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샘플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호기심 왕성한 꼬마는 두리번거리다 그것을 발견하고 엄마에게 소리쳤다.

      “엄마! 저 풍선 사줘요!”  

      그 순간 약국의 모든 사람이 그 모자를 주목했다.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자, 엄마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 ‘저거 풍선 아냐∼’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판매 데스크에 서 있던 여약사가 단 한마디로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을 얼려버렸다.

      “꼬마야, 그건 입으로 부는 풍선이 아니라 고추로 부는 풍선이야.”



      소심한 남자 

      아침 운동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가벼운 조깅으로 천천히 오고 있는데 문득 반대편 보도에 정말 예쁜, 딱 내 스타일의 여자가 보였다. 내가 워낙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까닭에 3분가량을 계속 따라가다가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말을 했다.  

      “저기 남자친구 있으세요?”  

      생애 처음으로 모르는 여자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몸에 감각이 없는 듯했다. 그러더니 여자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없는데요. 왜요?”  

      ‘이럴 수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내 어설픈 수작이 먹혀들다니….’

      하지만 행복은 잠시뿐. 나는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해맑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래 보여서요.”  

      나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자책을 하고 말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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