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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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약 나에게 래세가 있다면 댓글:  조회:2376  추천:1  2016-09-30
                     만약 나에게 래세가 있다면                                                  글/전채순    세월이 참 빠르다. 열아홉살 꽃 나이에 고향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교편을 잡고 희망찬 내일을 꿈꾸던 때가 어제같은데 어느덧 지천명의 고개를 넘어  이순의 문턱에 이르렀다. 나이 예순이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여 있는그대로 이해할수 있는 이해심의 나이라고 한다. 진정한 인생은 예순부터라는 말과 같이 예순이 되여야 인생을 깊숙히 성찰할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한테서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자식하나 가르치는 것도 힘든데 몇십명을, 그것도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학생들을 옳바르게 가르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하여 선생님들의 로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찌 되였던 나는 운명적으로 교육사업에 몸을 담그게 되였고 줄곧 교육사업에 종사하다가 퇴직하였다. 울고 웃는 인생사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를 어찌 한입으로 다 말하랴만 나의 교원생애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것은 기능공 학교에서 문제 학급의 담임을 맡았던 그 시절이였다.  1985년 6월 19일에 둘째아이를 낳고 두달만에  새학기를 맞아 출근하니 학교지도부에서는 나더러 화학공업반 (한족반) 담임선생을 맡으라 하였다.     처음으로 맡은 한족반이였다. 전공인 화학학과 수업은 그런대로 할만한데 조선족 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족 마을에서 자란 내가 그동안 배운 중국어를 총동원해도 학생들과 교류하기가 버거웠다.     이 학급은 기능공 학교에서 제일 골치거리인 학생들만 모인 학급이였다.     마음에 안 드는 선생님 학과에는 약속을 하고 백지장을 내는가 하면 학과목 담임선생을 바꿔 달라며 전 학급 학생들이 이틀간 수업을 빼먹고 강변에 가서 디스코를 추었고 지어는 겨울에 춥다고 책상 걸상을 패서 난로불을 피우는 망동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화약총을 만들어 갖고 다니면서 패거리 싸움을 하는 애들이 있었는가 하면  자전거를 훔쳐 팔아먹은 학생도 있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였다. 나 또한  중국어도 막히고 힘으로 밀어부칠수도 없는 처지인지라 내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학생들한테 너무 울화가 치밀어 가슴이 터질것 같았고 설움이 북받혀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사업에 참가한 이래 해마다 주와 시 우수 공산당원, 우수교원 영예를 받아안고 승승장구하던 나였는데 이 학급을 맡은 2년간은 교내 우수교원에도 당선되지 못했다.너무도 억울하여 학교지도부가 원망스러웠다. 가슴에서 걷잡을수 없는 오기가 솟구쳤다. "이대로 손들고 물러 나지 않을거야. 내가 꼭 너희들을 개변시키고 말테다."     어느날 나는 작심하고 골치거리인 우두머리 학생을 우리집으로 불렀다. 밤 12시까지 지속된 끈질긴 설득끝에 승복을 받아낸후 이튿날 바로 그 학생을 반장으로 임명하고 질서와 교육의 구심점을 그 학생에게 두었다. 그런데 임명한지 얼마 안되여 반장이 글세 다른 동학들을 거느리고 기차역에서 패거리 싸움을 벌이다가 싸움을 제지하려는 사복경찰을 상대방 패거리로 착각하고 소매안에 숨겨 두었던 쇠파이프를 꺼내 머리를 가격하는 바람에 경찰은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그 학생은 구류소에 갇히게 되였다. 그 당시 기능공 학교에는 학생이 보름동안 무단결석을 하면 자동퇴학이라는 규칙이 있었다. 그 학생이 퇴학 당하게 내 버려둘수 없었다.  나는 매일 퇴근후면 경찰과 경찰 가족을 찾아가서  이렇게 구류소에 들어가 있으면 자동퇴학 처분을 받게 되고 취업자격도 취소 당하니 학생의 전도를 생각해서라도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매일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업고 병원에 찾아 가니 선생님의 성의에 감동된다면서 그 경찰은 법에 기소를 하지 않았고 그 학생은 무단결석 보름이차기전에 구류소에서 나올수 있었다.      그 후에도 유사한 사고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번마다 해당 부문을 찾아가서 단임선생으로서 제대로 교육 못한점을 반성하고 금후 책임지고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보증싸인을 하고 학생들을 구류소에서 빼 내왔다.     통근하는 학생들이 많은 기차역이 패거리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장소라는걸 알고 나는 우리집 열쇠들 대여섯개 복제하여 통근학생들 한테 나누어 주었다. 학생들이 하학후 우리집에서 공부하다가 시간 맞춰 기차역에 나가게 하고 수시로 기차역까지 학생들을 데려다 주고 기차가 떠날때까지 같이 있군 했다.      나는  지식 전수보다 인성교육이 우선이라 판단하고  교원의 품위를 지키는 전제하에서 학생들의  심리에 맞게 활동을 조직하고 자그마한 우점이라도 찾아내여 크게 표양하면서 사생지간의 거리를 좁혀가기에 애썼다.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학년 후학기부터 학급에 말썽이 점점 뜸해 지고 질서가 잡혀가더니 이듬해 졸업식을 앞두고는 전교우수학급의 영예를 안아오게 되였다. 졸업식날, 졸업 파티에서 학생들이 익살스럽게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뒤 문제의 반급을 전변시킨 내용을 주제로 쓴 나의 론문이 주 간행물에 실렸고 나는 성급 우수교원으로 당선되였다.     허나 행복의 미소가 가시기도 전에 우리집에 뜻하지 않은  참사가 일어났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나와 어린 자식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억장이 무너져 땅을 치며 통곡하던 나날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이미 졸업한 문제학급의 반장을 비롯한 제자들이 찾아왔다. 남편의 령전사진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자기네들이 나의 딸들을 돌보겠다고 다짐을 하는 것이였다.  동정심에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지금까지도 제자들은 애들의 삼촌 노릇, 이모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문제의 학급의 담임을 맡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로 30주년이 된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우리 학생들도 많이 성장하였다.     말썽꾸러기로 이름을 날렸던 반장은 졸업후 성인대학 시험을 쳐서 상해 직공대학에 입학하였고 졸업후 북경에서 기업을 꾸렸다.  지금은 북경, 상해, 장춘에 등 지역에 분사를 앉히고 대 기업가로 성장하였다.     부반장이였던 녀학생은 모시에 자리를 잡았는데 후에 전국인민대표로 당선되기까지 하였다. 당시 그학생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사촌오빠집에 얹혀살면서 공부를 했다. 성품도 좋고 학생들한테 위신도 있었는데 을형간염으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때 나는 여러번 문병 갔었다. 그녀는 지금도 나를 만나면 자기가 가장 힘들었을 때 선생님께서 다함없는  사랑을 주었기에 힘을 얻어 일어설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않고 있다.      그밖에도 정부계통과 기층에서 활약하는 학생이  여럿 있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제자들은 모임을 할 때마다 단임인 나를 잊지 않고 불러주고 꽃다발을 안겨준다. 어떤 제자는  한 두달씩 외출해야 하는데 자식들을 어디에 둘곳이 마땅치 않다고 나한테 맡기군 한다. 친정인양 남편과 다투고 우리집에 와서 며칠씩 있다가 남편이 데리러 와서야 못이기는척 따라 가는 제자도 있다. 그야말로 이젠 사제지간을 넘어 혈육지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훌륭한 제자들을 둔 덕분에 나는 해마다 명절이 즐겁고 제자들의 동창모임이 기대된다.     시장경제의 물결속에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일을 우선시 하는것 같다. 허나 나는 경제머리도 없다. 남들은 자식한테 집도 사주고  외제차도 사준다는데 나는 일편단심 교육전선에 몸 담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마음의 부자라고 자부한다. 가는 곳마다 제자들이 있고 힘들때 곧장 달려와 주는 제자들이 있고  잘나가는 제자들이 있는데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만약 나에게 래세가 있다면 나는 또다시 문제학급의 담임을 맡고 싶다. 그래서 지금처럼 말썽꾸러기 제자들이 사회에 나와 성공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다. (연변녀성 2016년 9기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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