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닭백숙
8학년 1반 신미정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난 어김없이 닭백숙을 시켜 먹는다. 뽀얀 국물에서 할머니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린다.
내가 다섯살 때 엄마, 아빠는 철없는 나를 할머니한테 맡기시고 큰돈 번다며 외국으로 떠나셨다. 그해 겨울 할아버지가 갑자기 중풍에 걸려 운신도 제대로 못하고 자리에 드러눕게 되였다. 엄마, 아빠는 미안하여 할머니가 고생하신다고 나를 전탁 맡기겠다고 하였지만 할머니는 “내가 죽기전에는 손녀를 남의 집에 못보낸다” 라고 하시면서 기어이 나를 맡으셧다. 나는 낮에는 할머니옷자락을 쥐고 놓지 않았고 밤에는 할머니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학교 붙을때도 할머니 손을 잡고 갔고 운동회때도 할머니 손을 잡고 갔고 소학교 졸업식때도 할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였다. 할아버지의 병시중에 나의 뒤바라지까지 하시느라 할머니의 머리는 눈처럼 하얗게 되셨고 이마의 주름살은 밭고랑처럼 푹 패여 들어갔으며 허리는 어찌나 심하게 구부러지셨는지 동네 아이들한테 꼬부랑할머니라고 놀림 받기도 하신다.
그해 겨울은 눈도 많이 내렸었다. 창밖에서는 살을 에이는듯한 바람이 기승을 부리며 울부짖고 집에서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멎을줄 몰랐다. 게다가 감기기운이 있으신 할머니는 이불을 쓰고 자리에 누우셨는데 점심밥도 못하시고 저녁때가 되였는데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할머리를 깨웠다. “할머니, 배고파요.” 할머니는 그제서야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시더니 물으셨다. “그래, 할미가 정신없이 잤구나. 우리 손녀 뭐가 먹고 싶은데?” 나는 닭백숙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할미가 몸이 안 좋아서 해줄수는 없구 사다 줄게 “ 하시면서 주섬주섬 옷을 주어 입으셨다. 그때 할아버지가 말리고 나섰다. “날도 춥고 눈이 녹아서 얼음강판인데 그 몸을 해가지구 어떻게 간다고 그러오, 큰일 나겠소 대충 먹으면 되지..” 할어버지의 말에 나는 기가 죽어 의기가 소침해졌고 뽀로통해서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의 눈치를 살피시던 할머니는 “괜찮아유, 금방 갔다올게유, 손녀가 먹고 싶다는데 왜 못 가겠수” 라고 하시더니 밖으로 나가셨다.
그렇게 나가신 할머니는 한나절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으셨다. 나는 저으기 당황해나기 시작하였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건 아닐가? 넘어지셔서 못 일어나시는건 아닐가?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나 어떡하지? 여러가지 불길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나는 무서워나기 시작하였고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때 현관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배가 유난히 뚱뚱한 눈사람이 들어섰다.
할머니였다. 백숙이 식을가봐 솜외투 안에 꼭 감싸고 오신것이였다.. 나는 너무도 놀라고 미안하여 그 백숙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눈물과 함께 꾸역꾸역 입에 퍼넣었다.
그 뒤로 할머니는 된 감기에 걸리셔서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일년을 못 넘기고 돌아가시고 말았다. 나는 그것이 마치도 내 잘못인것 같아서 마음이 괴로왔다. (나만 아니였다면 할머니가 더 오래 앉으실수도 있었겠는데) 하는 생각을 뿌리칠수가 없었고 내가 죄인인듯 싶었다.
오늘도 송이송이 흰눈이 살풋이 창틀에 내려 앉는다. 나는 어김없이 닭백숙을 시켜 먹으면서 뽀얀 국물의 향을 느껴본다, 할머니의 사랑이 그 향속에 듬뿍 들어있는것 같아서…
창문을 열고 두손으로 눈을 받는다. 두손을 맞잡는다. 차거운 눈이 녹으면서 내 손바닥을 얼얼하게 해준다. 눈을 감는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저 세상에서는 힘들지 마시고 상처받지 마시고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따뜻한 나의 체온으로 눈에게 부탁을 해본다.
평어: 할머니의 사랑을 닭백숙이라는 매개물을 통하여 진한 감동을 주는 글이였습니다.
지도교원: 허복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