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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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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꽃을 차마 꺾지 못한 이중섭 댓글:  조회:610  추천:0  2024-02-27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사람 마음이 참 비슷하다는 걸 의외의 장소에서 느낄 때가 있다. 주택가 골목길 후미진 곳도 그렇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보니 은근 슬쩍 버리는 마음이 슬며시 쌓이고, 그래서 늘 잠재적인 쓰레기장 후보가 된다. 죄다 버리는 것들이니 보기 좋을 리 없고, 누가 관리하는 곳도 아니니 쉽게 치워지지도 않는다.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르는 법. 가끔씩 누군가 치워도 금방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회복 탄력성’까지 갖춘다. ‘쓰레기장 아님’ ‘벌금 있음’ ‘CCTV가 보고 있다’ 같은 경고를 해도 그때만 반짝 줄어들 뿐 효과는 높지 않다. 그래서 어느 주택가나 골치 아픈 문제가 되는데,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기는 하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뭘까? 작은 꽃밭이다. 한 연구에서 발견한 이 엉뚱한 해답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 어느 TV 방송에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봤더니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 잡혔다. 아무도 없는 한밤, 물건을 슬쩍 버리러 나왔던 이들이 이전에 없던 꽃밭을 발견하고는 손에 든 걸 버리지 못한 채 이리저리 서성이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었다. 꽃밭을 망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있어서 그렇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생각이다.   미국 하빌랜드-존스 교수팀은 다른 방법으로 이 마음을 실험했다. 선물을 받을 때 나타나는 미소를 분석해 보니 과일을 받은 사람은 90%가, 따뜻함을 의미하는 양초를 받은 사람은 77%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꽃을 받은 사람은 어땠을까? 놀랍게도 모두 다, 그러니까 100%였다. 우리는 왜 꽃을 좋아할까?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이런 마음은 우리 인류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이다. 꽃이 만발한 곳은 땅이 비옥해 살기 좋은 생태계가 형성되다 보니 ‘꽃= 좋은 것’이라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1982년 충북 청원군 동굴에서 발견된 4∼6세 정도 되는, 일명 ‘흥수 아이’의 유골에 있던 많은 국화꽃가루 역시 이런 마음에서 기원한 표현일 것이다. 이 아이가 구석기인인지 신석기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이 사랑하는 아이가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 많은 꽃을 놓았던 건 분명하다. 사랑하는 마음을 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 각지의 선사시대 유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오랜 마음의 흔적들이다. 꽃을 좋아해 꽃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화가 이중섭이 남긴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 가 있던 시절, 그는 친구 집에 얹혀 살았는데, 하루는 친구 아내가 식탁에 꽃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간 이중섭이 한참 후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빈손에 대한 답변은 이랬다. “모든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 꺾을 꽃이 없었다.”
1    76.한 번과 두 번의 차이 댓글:  조회:552  추천:0  2023-08-17
  대체로 크기가 크면 눈에 더 잘 보이는 법인데 불행은 반대인 듯하다. 큰 불행일수록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걸 보면 말이다. 2009년 8월 8일, 대만의 한 마을에서도 그랬다. 당시 태풍 모라곳이 몰고 온 폭우로 마을 앞 강이 넘치자 사람들은 근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가끔 겪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땅이 흔들리며 우르릉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해발 800여 m에 이르는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꼭대기부터 무너져 내린 거대한 흙더미가 시속 100km의 속도로 산 아래 반경 1km를 덮쳤다. 밖으로 잠깐 나왔다가 목숨을 건진 생존자의 말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마을 주민 550명 중 500명이 이 더미에 깔려 숨졌다. 대만은 태풍이 자주 지나치는 곳이기에 예방 시스템이 잘돼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누군가의 잘못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니기도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왜 예상치 못했을까? 그때까지 산사태는 산의 경사가 35도 이상인 곳에서 일어나는 게 상식이었다. 이 마을 뒷산은 25도 경사인 데다 사고 전에도 특이사항이 없었다. 문제는 바로 이런 상식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강수량이 늘다 보니 땅속 기반암이 이전보다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있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걸 감안하지 못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축적되는 위기여서 더 그랬다. 이번 여름에 우리 역시 겪었듯 예전엔 어디서 어쩌다 한 번 일어나던 이런 일들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런 일이 사건 사고로 나타날 때마다 붙는 ‘기록적인’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세상의 여러 분야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복잡계 관점에서 이런 현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 번과 두 번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항상 변하기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같은 일이 두 번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두 번 일어난다면 거기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슬람의 격언 그대로다. 한 번과 두 번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차원이 다를 수 있기에, ‘어쩌다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두 번 이상 일어난다면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일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큰 불행일수록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건 앞의 산사태처럼 보이지 않게 쌓여 있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자연이 보내는 신호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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