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웃음
"하 ...하..하...."
"얘야, 웬 일이냐?"
내 어린 시절 꿈에 길에서 책을 줏고서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니 어머니는 그만 깜짝 놀라셨다.
나는 소학교 시절부터 책 읽기를 무척 즐겼기에 늘 밥을 먹으면서 책을 보군 했다. 후에 사화에 진출한다음에도 나는 친구들이 떠들석거리며 트럼프치기를 할 때에도 오직 독서에만 몰두했다. 그리하여 나는 친구들로부터 '책귀신', '선비'라는 멋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되였다. 오락에 열중하는 친구들은 나를 리해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반감을 사도 나는 오히여 요란스럽게 떠들며 장기, 트럼프치기로 밤을 새우는 그들이 불상해 보였다. 그것은 늘 이런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이쳤기 때문이다. 보귀한 시간을 저렇게 시시껄렁한 놀음으로 랑비하는 저들이 얼마나 멍청한가? 오락으로 보내는 저 시간, 저 열정으로 과학지식을 탐구하면 박사는 못 되여도 아마 석사쯤을 되였을 걸...
이렇게 오락에 담을 쌓고 살아 오던 내가 요지음 너무나도 단조로운 생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고 한번 만져보지도 못한 바둑을 샀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오락중에서 바둑과 장기를 잘 두는 사람들을 제일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마작은 운이 좋아야 비로소 자기의 지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만 바둑과 장기는 똑 같은 기물을 가지고 호상 보면서 하는 '전투'이기에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그 어떤 핑게를 댈수 없는 순전 자신의 재능이것이다. 장기는 이미 널리 보급되였지만 바둑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나는 적지 않은 남들이 잘 모르는 바둑을 배워가지고 여유의 시간을 보내며 통쾌하게 웃어보려고 어느 하루 바둑을 샀다. '마흔에 갓 버선이라'더니 반백이 되도록 만져보지도 못한 바둑을 산 나는 바둑을 둘줄 아는 친구에게서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우는 내가 접수력이 늦으니 가르치는 친구는 실증을 느끼는 것이였다. 자질구레한 바둑은 나의 지휘에 복종하지 않았다. 나는 저으기 짜증이 났다. (이거야 혹 떼러 갔다가 오히려 혹을 붙혀오지 않겠는가? )
"그럼, 바둑은 천천히 배우기로 하고 트럼프나 치기요, 뭐 단술에 배 부르겠소?"
친구는 희죽히 웃으며 제의했다.
"그라, 잠시 '정전 담판'을 하기오. 허..허...허..."
나는 유머적으로 응대했다. 그리하여 나와 친구들은 한가할 때면 우리 집에 모여들어 트럼프치기를 했다. 롱담을 좋아하는 나의 친구가 '8,9,10'자를 내면서 큰 소리로 웨쳤다.
"빨,구,씹"
"하...하...하..."
갑자기 폭소가 탁 터졌다. 근무하며 스르레스를 받아온 우리들은 오래간만에 통쾌한 웃음보를 터뜨렸다. 고급 오락기구인 바둑에서 찾을 수 없었던 웃음을 보잘것 없는 트럼프에서 찾을줄 누가 알았으랴?
어느 날 저녁, 회사의 동료들이 우리 집에 마실을 왔다. 그들도 어제의 나처럼 트럼프 치기에 신경을 별로 흥취가 없는 '정통파'들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생각밖으로 트럼프 치기를 하자는 것이였다.
"어허, 당신네도 나 처럼 사상 해방이 이제야 됐소? 자, 늦게 배운 도적이 밤을 새운다.'고 우리 놀아 보기오"
나는 롱조로 말하며 그들과 마주 앉았다. 누가 이기기거나 지거나 트럼프판에서는 수시로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속에서 나도 가슴 뻐근한 기쁨을 느낄군 했다. (오, 그러고 보니 웃음의 래원은 간단하구나) 불현듯 나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기발 한 발견이였다.
한 번은 내가 5자를 냈다. 규칙대로 하면 상대방은 5자보다 더 높은 수자를 내야했었는데 그만 부주의로 4자를 냈다 그 바람에 대뜸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
"호...호..호...."
실수한 동료의 부끄러움이 반죽된 웃음 소리와 더불어 여러 친구들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시원스레 터졌다. 나는 심산속에서 샘물을 마셨을 떄처럼 가슴이 찡해 나는 기쁨을 느꼈다. '웃음 세포'가 발달하지 못한 나는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진을 찍으면 너무 굳어진 표정이여서 얼굴이 그리 못난 편은 아니지만 항상 어색하게 되였다. 그러나 만약 그날 트럼프 치기를 할 때의 내 웃는 모습을 렌즈에 담았더라면 미남이란 호평은 못 들어도 "야, 이제야 멋 있구나!"라는 평가는 받을 것이다.
"이제 한 판만 더 놀기오."
시계를 보던 친구가 미안한 기색을 띠우며 제의했다.
"이 방에서 자도 되오. 려관비는 받지 않겠으니"
내가 롱조로 말하니 친구도 롱조로 응대했다.
"그러면 더 어렵지요, 부모, 자식간에도 식비를 받는 경제시대인데....'
"하..하..하..."
'호...호..호..."
또 통쾌한 웃음이 터져올랐다. 우리는 '이제 한 판만, 이제 한 판만 ...'하면서 밤 11시까지 놀았다.
"다음 번에 올땐 려관비를 푼푼히 가지고 오우"
나의 배웅 인사에 롱담이 섞이니 또 명랑한 웃음이 터져 밤의 고요를 누비며 저 멀리 은은히 울려 퍼졌다.
허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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