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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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어와 한국어의 차이
2008년 09월 23일 16시 33분  조회:3962  추천:108  작성자: 백성호

연변어와 한국어의 차이

내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일이다. 그러니까 2004년 3월초 연변대학 근처의 한 식당에서 겪은 일이다. 연변대학은 중국 동북부 연변자치구 길림성 연길(延吉, yanji)에 있는 중국 국립대학이다. 식당에서 생수를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일반 수돗물을 갖다 준 것이다. 당시 난 그것이 수돗물인 줄 모르고 그냥 마셨고 몇 일 동안 배가 아파서 혼난 적이 있다. 한국의 '생수'는 여기선 '광천수'라고 해야 되는걸 몰랐던 까닭이다. 이 곳은 아직 석탄 등 유연탄을 때기 때문에 겨울에는 특히 공기가 나빠 잠깐 외출했다가도 코를 풀면 시커멓고, 수질이 나빠서 석회질인데다 게다가 수도관 시설 정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수도꼭지를 틀면 시뻘건 녹물이 확 쏟아져 나온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어찌될지는 뻔한 일이다.

한국어와 이 곳 언어(이하 ‘연변어’ 라고 칭하기로 한다)는 같은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표현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생수 사건은 내가 한 말을 그 종업원이 잘 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 외에도 이곳에선 TV뉴스를 '신문(新闻)'이라 하고, 00대학교를 '00대학', 각 단과대학을 '00학원'이라고 부른다. 또한 대학원생을 '연구생', 아저씨를 '아바이', 일을 '공작(工作)한다'고 하고 월급을 '공작금(工作金)'이라고 한다. 남편이나 부인을 '애인(爱人)', 세관을 '해관(海关)', 버스를 '기차(汽车)', 회사 사장을 '경리(经理)', 성형수술을 '정형수술'이라고 하는 등 한국어와는 그 뜻이 서로 혼란 내지 오해를 일으킬만한 언어들이 상당히 많다.

한국에서 '신문'이란 종이로 된 것(报纸)만을 의미하고, 4년제 대학은 00대학교로, 2년제 전문대학은 00대학이라고 표시하며, 연구원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한편 '공작한다'는 것은 대체로 좀 나쁜 일을 꾸민다는 의미로서 '공작금'은 간첩들에게 주는 활동 자금을 뜻한다. 결혼한 사람에게 있어서 '애인'은 불륜관계를 의미하며, '해관'은 언뜻 해군사관학교로 연상된다. 또 일반적으로 '경리'라고 하면 회사에서 금전출납을 맡아보는 여자 직원을 의미하고, '성형수술'은 눈 코 입 등 얼굴을 뜯어고치는 수술인데 비해 '정형수술'은 뼈가 부러졌을 때 하는 수술을 말한다.

뜻글자와 소리글자

생각건대 '생수'보다는 '광천수'가 의미상으로는 더 옳은 것 같다. 생수는 말 그대로 생(生) 물이므로 식당에서 생수를 달라고 했을 때 수돗물을 준 것이 이해가 간다. 광천수(鑛泉水, mineral water)는 미네랄 혹은 탄산가스가 많이 함유된 물을 뜻한다. 다만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물들 중 정말 A급 수질의 광천수가 얼마나 될런지는 모를 일이다.

TV뉴스를 신문(新聞)이라 하는 것 역시 일리가 있다. 뉴스란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는 본래 영어로서 이를 한국에서는 소리나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중국어는 뜻을 가진 표의문자(表意文字)이고 한국어는 소리글자인 표음문자(表音文字)이기 때문에 양자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국어와 한국어가 혼합되어 발달한 연변어는 한국어의 사투리 중 하나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나 이를 또 하나의 특유한 언어영역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연변어는 중국어(한자)를 그대로 한국식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인이 들을 땐 좀 이상하지만 한국어와 비교할 때 그 의미가 오히려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 표현은 한글로 하지만 그 내용은 뜻글자인 한자(漢字)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어(漢語, 중국어)와 한글의 장단점 및 이를 혼합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어는 물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象形文字)로서 글자마다 뜻을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고, 한글은 적은 글자 수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

언어란 자신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거나 서로간에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전세계 국가의 언어가 모두 제각기 다른 것이 매우 신기하다. 언어는 그 나라 국민의 생활방식과 습관, 사고방식, 기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나라 국민 또는 오랫동안 그 나라에서 생활한 사람이 아니면 그 언어를 완전히 소화하기 힘들다. 설사 그 언어를 구사한다 하더라도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깊은 감정이나 느낌까지 표현하기는 아주 어렵다.

우리는 어떤 국가와 교류하려거나 비즈니스 또는 유학을 하고자 할 때 그 나라의 언어부터 습득해야 한다. 그러나 언어는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 속에는 그 나라의 관습과 문화, 사회성이 배여 있으므로 완전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생각, 습성까지 배워야 한다. 설사 그 나라 사람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일단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그 나라 그 지방에서 나름대로 형성된 체계와 질서, 예의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방인이 처음 접하는 언어가 이상하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한국 옛말에 "그 고을에 가면 그 고을 법도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은 한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더 나아가 연변은 연변대로의 생활과 언어 체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서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 연길을 왔을 때 난 이 곳의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다. 그 때문에 오해를 받은 일도 있고 불리한 경우도 많았다. 연변어는 한국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인이 이 곳 사람들과 거래나 교류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 곳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이 곳 사람들이 유학이나 업무상의 일로 한국에 가고자 할 경우에는 연변어투가 아닌 정식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언어는 곧 그 나라 그 지방 사람의 생활방식이자 문화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그대로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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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3 ]

13   작성자 : 백성호
날자:2008-10-07 12:46:47
말씀 공감합니다. 이런 잘못에 대한 수정의 일환으로 몇달 전부터 법을 바꾸어 성에 대해선 본인들이 희망하면 두음법칙을 쓸 수 있도록 주민등록을 고쳐주고 있습니다. 즉 유(劉)와 류(柳) 등을 구분할 수 있게 된거죠.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   작성자 : 피아노
날자:2008-10-07 10:12:57
연변에서는 조선어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조정합니다. 그래서 더욱 맑고 아름답게 다듬어지게 되였답니다. 한국어는 그자체에 문제가 있음에도 제각기 제주장을 고집하면서 사용하니 더 혼란을 가져옵니다. 이름"이명박"을 살펴보면 두음법칙에 의해 뒤에 올때는 "이"가 "리"로 살아나야됩니다. 그러나 남한정치계는 일제히 "친이,반이"라고 표현합니다.두음법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성만바꾸게 된샘입니다.그리고 라틴어로 표기하려면 李를 yi로표기할지 혹은 "li"로표기할지 혼란을 가져옵니다. 외국어에도 두음법칙이 있는것은 아니겠지요. 이밖에 여러문제가 존제하는데 고치지않으니 자꾸 혼란을 이르키게 됩니다. 조선어의 특징으로 보아 일상용어에는 비한자어가 비교적 많이 들어있는 반면에 지식계- 즉 철학,정치,과학,기술 등 고급용어에는 기본상 한자어로 되여있습니다. 물론 한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11   작성자 : 백성호
날자:2008-10-06 23:18:33
아..그렇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10   작성자 : 비암산
날자:2008-10-04 16:22:44
연변자치구가 아니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입니다.
9   작성자 : ggggg
날자:2008-10-04 16:00:30
중국+한국어=연변어이면 영어+한국어=? 아직도 연길 잘 료해하지 못했군요? 참 답답합니다.
8   작성자 : everest8848
날자:2008-09-25 11:43:24
지금 연변말로 기차 汽車きしゃ일어영향 이전 19세기말 20세기 초에는 불술기 만주어 tuwai sejen 와 접근
7   작성자 : evrest8848
날자:2008-09-24 11:26:19
연변말에 대한 깊이있는 체계있는 연구가 있어야 즉 개체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우리 민족언어의 정체성을 설명할수 있습니다.
6   작성자 : chlaudgh
날자:2008-09-24 15:53:52
월급은 공자(工資),버스는 뻐스,할아버지는 아바이(사투리)
5   작성자 : everest8848
날자:2008-09-24 07:20:48
연변말이 한어표현이 많은 것은 1950-2000년사이지만 본 세기에는 kbs sbs mbc 영향으로 독자성을 잃는 문제입니다.
4   작성자 : 백성호
날자:2008-09-23 23:47:48
맞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겨있는 소중한 언어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한국어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영어식 표현이 많고 연변쪽의 언어는 중국식(한어식) 표현이 많기 때문에 본래의 순수 한국어와는 거리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3   작성자 : everest8848
날자:2008-09-23 22:32:32
중국어+한국어=연변어라는 견해는 타당한 견해가 아닙니다 . 북방민족 대융합속에서 형성된 언어로서 녀진 몽골 만주 등 언어와 한어 영향을 받으며 력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해 온 언어로서 어찌보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일지도 몰름 니다
2   작성자 : 백성호
날자:2008-09-23 21:01:09
아..그렇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1   작성자 : 연변사람
날자:2008-09-23 19:34:40
'아바이'는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란 뜻이며, 보통 월급을 '공작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변어를 한국어의 사투리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통설이란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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