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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의 애인(외7수) -지영호
2019년 07월 16일 11시 04분
조회:210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지영호
나의 애인(외7수)
적막으로 신혼방 장식하고
고독으로 신부 맞이한다
감사하외다
꽃보다 어엿쁜 나의 새색시여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텅 빈 나에게
시집살이 하러 온 님이여
내 한생을 차곡차곡 접어서
당신에게 바치리라
령혼으로 꽁꽁 감싸서
그대를 아끼고 사랑하리라
추억은 나를 업고 야밤을 날아옌다
동침을 거부하던 잠이
야밤에 리혼 선포하고 본가집으로 간다
고독을 베고
적막을 덮고 누운
차디찬 지옥의 감방
추억이 철창을 부시고 나를 구원한다
나를 업고 하늘을 날아옌다
멀리에서 동년이 나에게 손짓한다
개구쟁이 친구들 알몸으로 날 맞이한다
시는 술이랍니다
시는 나에게 술입니다
한잔 만 마셔도 폭 취하는
독한 술이랍니다
한잔 마시니 시공을 뛰여넘어
황진이의 치마폭에 무릎 꿇고
두잔 마시니 비틀비틀
김소월의 진달래꽃 즈려밟고
석잔 마시니 쿨쿨
윤동주 생가에 쓰러져 잡니다
시여,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자나깨나 벌름벌름
냄새를 맡습니다
당신의 향기를 추적하려고
험산준령을 넘나들며
계곡을 누빕니다
당신의 은신처를 찾으려고
구중천에 올라가서
불러도 봅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옥에 찾아가서
명부도 뒤져봅니다
당신의 생사를 알겠다고
시여, 당신은 도대채 어디에 계십니까?
찾다가 내가 죽을
님의 령혼이여
무지개
하늘골목 한 모퉁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진압하라는 옥황상제 엄령 받은 천병들
검은 구름 타고 벌떼처럼 몰려든다
번쩍번쩍 병장기 부딪치는 불꽃들이
하늘과 땅 짜개고
노호한 함성소리 지축 뒤흔들며
화살 퍼붓는다
이윽고 사위는 쥐죽은듯 잠잠하다
어디엔가 은신하여 다행히 목숨 구한 해가
빠금히 얼굴 내밀며 주위를 살핀다
눈이 휘둥그래진다
반란을 일으킨 자는 워낙 구렁이였다
실팍하고 긴긴 꽃구렁이 한마리가
천병께 생포되 동산마루에 걸려있다
단교
―도문시량수진 단교(断桥)에서
흐르는 세월에
발목 잠그고
끊어진 력사 한토막
들고 서있다
폭파약의 위력에
허리가 뭉청 날려나가던
그날의 소름 끼치는 악몽을
그대로 펼쳐보이며
살아숨쉬는 증인으로
꿋꿋이 서있다
력사의 한 귀퉁이를 도배하며
눈물짓는다
당신은 나를 모릅니다
시여
나는 도처에서 당신을 안다고 떠벌였습니다
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어데 가나
당신을 거론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우상이라고
미안합니다
당신을 모르면서
당신의 얼굴에 먹칠을 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명예에
손상을 끼쳐서
그래 나는 이제 죽어야 합니다
당신을 모르면서
당신의 명예를 훼손시킨 죄로
얄미운 당신
시여
당신이 이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를 속이고 외도할 줄을
수많은 이성들과 즐기며
심지어 동성련애도 꺼리지 않을 줄을
당신은 도대채 성별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받아주었습니다
남녀로소 불문하고
그러나 나는
당신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 잃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미
당신의 향기에 중독되였습니다
바보가 되였습니다
금전도 지위도 없는
당신의 보잘것없는 매력에
발목 꽁꽁 묶이웠습니다
오직
당신만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내 영원히 당신 곁을 지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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