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chuichangchun 블로그홈 | 로그인
최장춘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

살림집 구조에 얽힌 인간관계
2017년 05월 09일 15시 12분  조회:1536  추천:1  작성자: 최장춘
북경에 가면 사합원(四合院)을 볼 수 있다. 3천년 력사를 내려오면서 지어진 사각형 살림집 구조체이다. 건축물의 공간을 해부해보면 본채는 가족에서 급수 제일 높은 할아버지 아니면 아버지가 류숙하고 동쪽 사랑채에는 맏아들, 서쪽 사랑채에는 둘째아들 그리고 딸이면 본채 맨 뒤쪽 건물에 류숙한다. 남쪽 건물은 밖으로 드나들 때 현관처럼 사용하는데 하인이 주거하는 공간이다.
 
벌집구조처럼 계선이 분명한 실내에서 활동령역은 또한 철저해 누구도 감히 범접 못한다. 오늘 현대사유로 표현하면 가족 내에서도 엄격한 등급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혹시 등급제도를 론하면 이웃나라 인도의 카스트를 운운할지 모르겠지만 옛날 중국도 그에 못지 않게 사람 사이에 엄격한 등급을 일부러 조성하여 정신상 꼼짝 못하게 사족을 꽁꽁 묶어놓았다. 공자에 이어 맹자, 동중서에 이르러 비로소 완벽해진 유교사상과 로자, 장자를 비롯한 로장사상이 옛날 우리 민족 한옥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하늘에 나래 치듯 건뜩 치솟은 추녀밑을 살펴보면 칸을 단위로 이뤄진 구조체가 벽에 달린 문을 열어제끼면 실내가 구석구석 일목료연하게 안겨온다. 상류층 계급의 주택은 주거공간을 상, 중, 하로 구획했다. 즉 량반이 사용하는 사랑채와 안채와 머슴이 기거하는 행랑채, 청지기가 기거한 중간채는 분명했다. "남녀 칠세 부동석 부동식"은 조선시대의 가법가률이였다. 남녀로소가 구분된 구조내부에서 현시대처럼 활발한 의사소통이란 거의 불가능이였다.
 
고대 중국인이 조선의 제도와 문물을 탐방하는 의미에서 쓴 《동방기략(東國記略)》의 기록에는 "집이 침실은 모두 온돌이지만 실외는 목판으로 만들고 집이 모두 구석마다 꺾이여 구불구불 이어졌다." 고 밝혀있어 당시 중국과 조선의 가옥에서 비슷한 것 같지만 확연히 다른 문화임을 조명했다. 립식생활로 거취를 행하는 일상과 좌식생활로 거취를 택하는 공간은 자연 다를 수 밖에 없다. 풍속은 일종 민족생활습관으로 비롯된 가치관념이다.
 
문호개방을 하면서 대륙의 주거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80년대부터 서민주택구조에 객실이란 ‘신조어’가 붙여졌다. 가옥구조의 일대 혁신으로서 차원이 한층 껑충 뛰여오른 셈이다. 구조상 가옥중심 위치에 놓인 객실은 오가는 바깥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로 활용하기보다 힘든 일상을 끝내고 가족끼리 모여앉아 텔레비죤프로를 감상하며 흥미롭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소통의 즐거움을 만긱하는 자유의 공간으로 되였다.
 
그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에서 객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못 크다. 천정, 벽체, 바닥재의 풍격을 최대한 살려 예술적인 패러다임을 꿈꾸며 초점의 렌즈를 객실 장식에 맞춘다.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하는 시대의 호흡을 맞춰 불필요한 담장을 없애고 레저공간을 설치하여 이웃 사이에 소통의 기회를 만듦으로 하여 근근히 인간이 먹고 잠자는 생물학적 욕구만 충족했던 과거에 종지부를 찍었다.
 
건축대가 루이스 칸은 집설계를 할 때 인정미를 듬뿍 담아 선과 점을 찍었다 한다. 벽돌 한장, 나무 한토막에도 인간성을 부여하여 무엇이 되고 싶은지 대화를 나누면서 친절을 베푼다. 그 손끝에서 완성된 건물의 미세한 부분일지라도 끈끈한 정이 흘러 분양 받은 세대주마다 그의 오묘하고 합리한 구조 설계에 혀를 내둘러 한때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건축물은 한 민족의 문화결정체이다. 그럼 앞으로 인간 중심의 건축물 구조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어떤 건축설계사는 가족 내의 교제를 실내에서 실외로 옮기려는 의도로 현재 옷가지를 씻어 말리우는 베란다를 객실의 연장선으로 훨씬 크게 넓히고 화초, 나무가 자라는 생태공간으로 바꿔 식후 가족들은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산책도 하고 의자에 빙 둘러앉아 대화하는 장소로 설계했고 또 다른 건축설계사는 건축물을 아예 거대한 버섯모양으로 하늘높이 띄워 한채에 5만명 이상의 인간이 함께 사는 갖가지 봉사시설, 거리가 건축물속에 응집된 살림공간을 설계했다.
 
평등한 인간관계를 수립하고저 생존의 플래트홈을 허공에 띄우려는 환상적 몸부림인지 몰라도 막힌 벽을 넘어 융합의 손목을 잡으려는 애쓴 노력만은 그래프에 력력하다.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여 울안에 풀 몇포기, 나무 몇그루 옮겨 심는 눈가림식 공법을 떠나 신비하고 조화로운 자연의 음악적 리듬을 실내 구조물에 옮겨 가상의 세계처럼 인간이 사는 공간과 자연의 령역이 혼선을 빚을 것 같은 쾌적한 환경이 너와 나의 가족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줄 것이다.
 
꿈은 아득히 멀어보이지만 지척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길림신문 2017-5-9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0 로년의 선택 2017-08-10 2 1356
29 령의 단상 2017-07-28 0 1410
28 '멋지다'의 이미지 2017-07-07 0 1310
27 기부는 고상한 문화이다 2017-06-24 0 1277
26 생명례찬 2017-06-15 0 2399
25 세상은 아는 것 만큼 보인다 2017-06-13 0 1576
24 작가의 돈지갑 2017-06-05 1 1396
23 사랑의 장벽 2017-06-02 1 1371
22 볼록렌즈의 삶을 살자 2017-05-23 0 1301
21 평화시대의 애국자 2017-05-22 1 1291
20 술값과 몸값 2017-05-18 1 1449
19 살림집 구조에 얽힌 인간관계 2017-05-09 1 1536
18 등산도 ‘자격’을 갖춰야 2017-05-02 1 1531
17 자랑속에 깃든 설음 2017-04-27 0 1623
16 빈곤의 철학 2017-04-24 0 1366
15 “하루만 실컷 놀고 싶어요” 2017-04-10 2 1369
14 망자성룡에 비낀 그늘 2017-04-06 2 1335
13 변할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2017-03-31 0 1354
12 바래지는 석양빛 2017-03-22 1 1476
11 십원의 에너지 2017-03-07 2 1214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