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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위(외3수)-변창렬
2019년 07월 16일 10시 48분  조회:52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변창렬   

바위(외3수)
 
바람도 싫고
해빛도 싫다고
물속에서 산다
 
조용한 곳에 소문 없이
잔파도에 등을 대고
뼈를 굳히는 것일가
마디마디 관절이 없어도
끊임없이 참고 견딘다
아무리 흔들려도
지켜가는 그 자리
웅뎅이 하나로 뿌리 박았다
더 크고 싶지도 않고
더 작아지고 싶지도 않은지
이끼가 끼여도
꾹 다문 입
세상이 뭐라 해도
그대로 살고 싶나봐
 
 
바람은 지게에서 잔다
 
산 넘어 가는 바람
한아름 이고 넘었으리
바삐 넘더라도
지팡이 하나 짚지 않고
나무가지에 기대고 싶었으리
 
아버지께서 지게 지고
넘는 고개마루
바람도 쉬여 가자고
속삭였을 것이다
 
가는 길 멀다고
힘겹게 넘으시는 아버지
바람을 지고 가신다
지는 해도 짊어지셨다
해와 바람은 코골며 자는지
아버지는 모르고 가신다
 
 
사과배
 
피를 바꾼 배와
맛이 다른 사과
족보에는
깊은 사연 꿈틀거린다만
또 하나의 줄기로
뿌리에서 돋은 것이다
 
해빛도 공기도
생뚱한 땅이라
몸부림치며 휘여질 때
달린 것은 익숙한 그대로였다
 
둥글게 열린다고
모두 둥근 게 아니다
까만 점들이 주근깨로
돋은 그 속에 숨긴 단맛은
장백폭포와 어울리는
화끈한 속도였을 것이다
 
작은 언덕배기라도
뿌리깊이 자리매김하면서
휘여지게 어울리는
낯설은 얼굴들
이 땅에 엉키고 싶은 씨앗에는
단맛 하나로 뭉친 그것 뿐이다
 
 
바람
 
저녁노을이 씻어지네요
산등성이에 걸린 달이
반쯤 날려가버리니
반달만 남았어요
날려간 반달은
날아가다가 부서져
별이 됐을 거예요
별이 된 달은
바람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겠죠
남은 반달은
잃어버린 반달 찾느라
밤이 깊어진 줄 모를겁니다
남은 달이나
부서진 달이나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싶어
빛 하나로 휘청이네요
 
그림자 지운 나도
잃어버린 반달과
남은 반달 찾고 싶어
해와 달 사이를
낱낱이 뒤지고 싶다

출처: <<도라지>> 2017년 제3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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