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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의 숙명(외9수)-변창렬
2019년 09월 17일 10시 27분
조회:627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변창렬
꽃의 숙명(외9수)
눈섭에 꼬리표 달고
살짝 웃을 때
지려는 기미가 보여진다
오무렸다 펼치는 것이
웃는 것도 아니다
이슬 한모금에 울컥하는
서러움도 섞여있었다
열매들이 오돌차게 앉아있을 때
흐드러진 꽃의 그림자가
뭉쳐진 설레임으로
탱탱 감기고 있었겠지
떨어진 잎에서
맺혀진 열매까지
애처로운 피줄이 말라
시들도록 흐느낄 것이다
말라서 날아가더라도
고개만은 자꾸 돌리며
곁눈질하는 꽃잎들
엄마가 흐느낄 때가 보여진다
대추
먼길 걸어오신
할아버지 얼굴이다
배속에 품은
통 큰 웅심
알알이 영글어
배짱이 굳다
작은 몸집이여도
옹골찬 겉모습
할아버지는 벌겋게
지쳐계셨다
차례상에 모셔놓고
절 올릴 때
주름진 얼굴은
여전히 달다
벼꽃
손가락 하나씩
꼼지락거리는 몸짓
바람결에 흔들리며
속살 숨기는 애교
싸래기로
설익어도
꽉 움켜잡고 싶은
애처로운 미소
석류
배속에
숱한 아이를 품고 모대기는
산모
애들마다
단물만 챙기시는 엄마
참지 못해
배를 가르시는 모험
세상을 잡으려고 내민
한쪽팔이 보인다
전세에 나의 팔 같은 것
시
떨어질 때
썩을 줄 알가
새겨진 무늬로
흐느끼는 그때가
나무잎이 아닐 수 있다
내릴 때
녹을 줄 안다
허나 물이 아니라고
몸부림치는 그 순간이
따가운 입술에 떨어지는
순간이 애처로울 것이다
꽃향기가
소 코끝에서 사라지듯이
갈길 잘못 간
어린애처럼
엉뚱한 느낌으로
코 흘리는 코물로
순식간에 커질 수 있는
그때가
우렁찬 숨소리가 될 것이리라
시는 없는 것이다
있어야 하는 숨결일가
노을
환한 인연이 펼쳐진다
속 따로 숨기는 그림자는
색다른 얼굴로 다가오네
나도 저렇게 미치고 싶다
엉뚱한 환상일지라도
펼치는 순간이 즐겁다
순간에 순간도
원시림은 사라지고 말았다
고목들이 죽을 때
뿌리도 고갈든다
변두리 잡풀들도
기다리기 지겨운지
죽었다 살았다
순환의 치매를 보여준다만
고목은 흔적도 없이
흙이 되였는지
물이 되였는지
깊은 잠들고 말았다
할배 할매도
엄마 아버지도
흙이 되였는지
물이 되였는지
원시림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감자눈
멀다고
지쳤다고
생긴 게
뿔만 아니다
살다 보면
스스로
뜨고 싶은 눈
달팽이는
뿔이 없어도
먼길 가고 있다
잠자리
여섯 발가락으로
손가락 세여보며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바로서는 자세로
평형을 찾는 그 꾀
손가락끝에서
몸가짐 다잡아본다
손가락 손금을
물고 뜯고 간지럽히며
그 속을 헤여보는 속셈
평형론을 풀고 있구나
히말라야의 꼭대기로
착각할 줄 몰라도
멀리 날고 싶은 그 힘을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손가락이 여섯개였다면
잠자리 발가락 하나 잡고
매달려 애걸복걸할텐데
누가 누구를 풀이하는지
애매한 꼭두각시
가을
시계바늘이 산언덕에서
바람소리 엿듣는다
슬쩍 스치는 바람에
꽃 하나 휘청이는 몸짓을
빛 한뽐의 그림자로
착각할 순간일 것이다
들국화 핀 저 길가에
해 저무는 그림자가
넌지시 늑장 부릴 때
휘청한 꽃향기가 어슴푸레
노을빛으로 숨는 꼬리였다
저 멀리 밤톨 터지는 소리가
고개 숙인 벼이삭과
들국화가 속삭이는 소리로
시계는 알고 있을 거다
출처:<<도라지>> 2017년 제4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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