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솔방울
남영선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을 접속하여 사이트에서 솔방울의 효능에 대하여 알아보게 되였는데 솔방울이 치통에도 고혈압에도 고혈지에도 좋으며7, 8월경의 솔방울은 술에도 담글수있고 가을의 솔방울은 천연가습기로도 제격이라는 글을 보게 되였다. 여름철이 지난 초겨울에 접어들다보니 솔방울술을 담글수는 없기에 일단 가습기로 사용해보기로 하고 등산도 할겸 솔방울을 주으러 가기로 작심하였다. 마침 난방이 되는때라 집안이 건조하여 가습기가 필요한데 솔방울이 천연가습기로 으뜸이라니 더는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소나무에 달려있는 솔방울은 색상도 곱고 깨끗하여 좋으련만 너무 높이 달려있어 할수없이 땅에 떨어져 가맣게 된 솔방울을 주어오는수밖에 없었다。땅에 떨어져 활짝 피여있는 솔방울을 주어다가 깨끗이 씻어서 참대바구니에 담은다음 화분에 물을 뿜어주던 분무기로 물을 듬뿍 뿜어주면서도 이것이 과연 가습기작용을 할가 반신반의였다. 저녁운동을 하는 내내 물을 뿜어준 솔방울이 어떻게 되였을가 하는 의문이였으며 운동이 끝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쫓기우는 사람처럼 숨돌릴 사이도 없이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오기까지 하였다.
집으로 달려와 문을 열고 객실의 한켠에 놓아두었던 참대바구니에 담긴 솔방울을 보는 순간 두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수 없었다. 활짝 피여있던 솔방울이 그사이 모두 원상태로 돌아가 오무라져 통통해 있었다. 너무도 신기하여 그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기까지 하였다. 그날저녁 은은한 솔향기가 풍기는 방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달콤한 잠을 자게 되였다. 그러면서 이제 래일 아침이면 솔방울이 어떻게 될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뜨기 바쁘게 솔방울이 담겨있는 참대바구니앞으로 달려가 눈을 비빌 사이도 없이 솔방울을 바라보고 또한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물을 맞고 원상태로 돌아가 오무라져 통통해있던 솔방울들이 모두 내가 줏어올때처럼 활짝 피여있지 않겠는가! 그후로 솔방울은 물을 뿜어주면 원상태로 돌아갔다가 물이 마르면 다시 활짝 피여있군 하면서 솔향기를 은은히 풍겨줄뿐만아니라 습도까지 더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다. 가습기로서는 천연적이고 무공해여서 참으로 나무랄바가 없이 좋았는데 그보다는 물을 뿜어주면 원상태로 오무라들었다가 습기가 빠지면 다시 활짝 피면서 솔향기를 은은히 풍기는 솔방울이 숨쉬는것 같아 숙연해지는 마음이였다.
솔방울도 역시 꽃을 피우고 맺힌 열매이다. 소나무의 열매로 소나무에 달려서 소나무씨를 품고있다가 가을이 되여 활짝 피면서 자신이 품고있던 씨앗을 토해내고는 결국 소나무를 떠나 땅에 떨어지게 되는것이다. 이쯤이면 소나무는 자신의 사명을 다한것이니 말그대로 땅에 떨어진대로 귀근하는 일만 남게 되였다고 할수 있다. 헌데 다시 물을 주니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솔향기를 은은히 풍기는것은 숨쉬는것이며 마지막까지 자기의 사명을 완수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기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는것이니 한낱 자연이 선사한 보잘것없는 물체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였다.
예로부터 우리 말에는 “짐승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라”는 말이 있다. 이 땅우에서 사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생과 사가 있는 법이거늘 어느날인가는 이 땅을 떠나게 될것인즉 떠나기전에 값있게 살아 떠난후에도 누구인가 잊지 않게 살아야 할것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삶이라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자신의 평생 글짓기작업에서 최소 한편의 글이라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주어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후에도 후대들이 즐겨읽는 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마 글쓰기 작업을 하는 작자들의 공동한 마음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름난 문호들의 글들은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난지 몇십년 지어 몇백년이 되였지만 오늘도 우리들은 그들의 글을 읽고 감동을 금치 못하고있지 않는가! 몸은 비록 갔지만 그들이 쓴 글은 지금도 숨쉬고있으며 그 글만이 가지고있는 향기를 그대로 내뿜고있기때문이다.
이 시각 장편소설 “춘향”으로 제10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을 획득한 조선족녀류작가 김인순이 한 말이 생각난다. “ 내가 죽은후에도 나의 소설이 단 몇편이라도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는 우리 모든 글쓰는 이들의 바람이라면 가장 적절할것 같다.
2012년11월7일 립동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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