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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품
2013년 05월 10일 15시 25분  조회:1926  추천:0  작성자: 흑토의 사나이
언젠가 미술잡지에서 본 한폭의 그림인데 너무도 인상적이여서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대로 생생히 떠오른다.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품고있는데 어미품에 안긴 병아리들이 어미닭의 날개털사이로 노란 머리를 빠끔히 내밀고있는 그림인데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긴 병아리들이 너무 좋아 여기저기를 휘둘러보면서 마치도 “삐약, 삐약”거리며 흥얼대고있는것만 같았다. 간혹 이 그림을 떠올릴 때면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일들이 그대로 생생히 살아나는건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다.
지난해 여름 한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였는데 외국으로 떠나고 또 체류할 시간도 꽤 되기에 바퀴달린 큼직한 트렁크를 끌고 아빠트문을 나서게 되였다. 그때 마침 한 아빠트에서 사는 할머니가 예닐곱살되는 녀자애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고있었다. 한 아빠트에서 살다보니 할머니도 잘 알고 할머니가 손잡고있는 녀자애도 잘 알고있었다. 녀자애는 이제 유치원에 다니고있는데 엄마아빠 모두가 한국으로 가다보니 부모들이 전에 한마을에서 살았던 이 할머니를 믿고 전탁으로 맡겼던것이다. 엄마의 품속에서 응석과 재롱을 부리면서 자라나야 할 어린나이에 생면부지의 집에 더부살이격으로 얹혀 살면서 생면부지의 할머니가 유치원에 데려가고 데려오고있었는데 그날도 유치원으로 데려가려는 중이였다.
“어데로 가시나요?” 한 아빠트에서 살다보니 할머니와는 아주 익숙한 사이였는데 바퀴달린 큰 트렁크를 끌고 나서는 나를 보고 조금은 이상한듯 물어왔다.
“아, 한국에 연수로 다녀오려구요” 나는 대답하면서 머루알같이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길로 나를 빠끔히 쳐다보는 녀자애가 귀여워 한발 다가서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군요. 그럼 잘 다녀와요” 할머니는 아빠트를 나와서 갈림길에서 갈라지면서 인사하고는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녀자애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고맙습니다. 그사이 건강하세요!” 할머니의 고마운 인사에 나도 답례하였다. 그러면서 트렁크를 끌고 둬발작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니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있는 녀자애가 그때까지도 머리는 나쪽으로 돌리고 그 머루알같이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있었는데 그 눈길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나로서도 무어라 형언할수 없었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나의 옆자리에는 할머니와 손주로 되여보이는 예닐곱살 됨직한 남자애가 이미 올라와 앉아있었는데 마침 같은 민족이여서 참으로 반가웠다. 어린 남자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가는 다시 기창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하면서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였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였는데 남자애는 할머니의 손주가 아닌 한마을의 애였다. 엄마아빠가 다 한국으로 나가고 이모할머니네 집에서 생활하다가 려행으로 엄마아빠보러 가게 되였는데 마침 할머니가 한국으로 가게 되여 이렇게 맡게 되였다는것이다. 이제 인천에 도착하면 엄마아빠가 마중나와 있을것이니 거기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면 된다는것이다. 새까만 눈을 깜빡이면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던 남자아이는 그때뿐 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움직이면서 “이제 얼마 더 가야 해요?” 하고 물어오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는 남자애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웬지 그날의 비행기속도가 굉장히 늦지나 않나 의심해보기까지 하였다.
연수중 한국전라북도 전주한옥마을에서 생활체험을 하게 되였는데 한옥마을어귀에서 본 은행나무는 지금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있다. 백년도 더 되는 은행나무는 어른이 셋이서 팔을 벌려 안을만큼 굵었는데 참으로 가관이였다. 헌데 그보다는 그 굵은 은행나무와 한뼘 간격을 두고 팔뚝만큼 실한 은행나무가 자라고있었는데 당지의 가이드말에 의하면 은행나무가 새끼를 낳아 품에 안고 키우고있다는것이다. 두 나무의 친자감정을 해보니 확실하다는것이다. 생물학적연구나 해석은 그만두고 나무의 바로 밑에서 심지도 않은 나무가 자란다는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수 없으며 더우기 품에 안듯이 그렇게 좁은 간격을 두고있다는것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에는 너무도 충분하였다. 한옥마을을 떠나기전 나는 다시 그 은행나무를 찾았으며 품에 안겨있는 어린 나무를 쓰다듬으면서 엄마은행나무를 따라서 무탈하게 백년이고 천년이고 살면서 또 새끼은행나무를 낳아 키우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였다.
언젠가 책에서 본 이야기이다. 부주의로 닭들이 사는 헛간에 불이 나게 되였는데 닭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였다. 이때 수탉을 비롯한 다른 닭들은 모두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품에 병아리를 품은 암탉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결국 암탉은 까맣게 타죽고 대신 어미닭의 품에 든 노란 병아리들은 그대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미물인 짐승도 엄마품이 그렇듯 따스하고 좋은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품이 엄마품이기에 동양이든 서양이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단어가 어머니인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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