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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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를 버리든지 빗강대를 내리든지…
2013년 06월 20일 09시 07분  조회:1103  추천:0  작성자: 홍천룡
아기문화 두고 한두마디

홍천룡


  세월이 먹고 살만하게 되니 너도나도 “문화”를 관심하고있다. 먹고 살기 바쁠 때에는 “먼저 배나 채우고 봐야지”였고 살림살이가 구차할 때에는 “먼저 돈이나 벌고 봐야지”였다. 그런데 노래 한수를 부르고 몇만원씩 챙겨넣고 그림 한장에 몇십만원씩 메친다고 하니 모두들 눈이 휭- 돌아가고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대합창이나 부르고 구호마디나 웨치던 군중문화속에서 도야되고 입학, 임직, 참군시에 꼭 써넣어야 하는 “문화정도”란에만 관심을 돌렸던 사람들도 요즘에 와서는 “음식문화”요 “패션문화”요 하는 “변두리문화”에까지 눈길을 돌리고있다. 문화란 대체 무엇이길래? 한두마디로 딱 찍어 말하기 곤난하다. 그 범위가 너무 넓고 그 함의가 너무 깊어서… 옛날에는 서당집 온돌방에서 언문풍월을 듣고 나와도 첨지쯤으로는 인정해주었고 후에는 뒤고방 야학당에서 “가, 갸. 거, 겨…”를 배우고 나와도 시골선비쯤으로는 인정해주었었다.

지금은 학교문을 나와야 문화인으로 인정해준다. 나라에는 나라문화가 있고 민족에는 민족문화가 있고 가정에는 가정문화가 있다. 누런 력사책을 뒤적여보면 주먹깨나 쓴다고 펀펀한 사람을 데려다가 자기집 노예로 만든 악인이 있었는가 하면 세세대대로 물려온 자기들의 언어를 버리고 다른 민족의 언어를 받아물고 냠냠거리는 동화족도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돈깨나 있는 나라들에서 못사는 나라들에 “변리”를 놓아 폭리를 얻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차원이 높은 나라들에서 “광대놀음”같은 문화산업으로 다른 나라의 눈길을 잡아끌고있다. 옛날에는 남의 눈에 나면 남먼저 얻어맞는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남의 눈에 나야 엽전이 더 날아든다. 뭐, 각설이식 문화경제타령이라고나 할가! 그 문화의 힘이 마력같고 그 문화의 영향이 료원의 불길처럼 퍼진다. 탱크로도 밀어낼수 없고 만리장성을 열개나 더 쌓는다 해도 막아낼수가 없다. 한 녀자가 할일도 없고 돈도 딸리니 필을 들고 긁적거리며 환상소설을 써냈다. 생각밖에도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여 전세계 언어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나라와 민족들이 다 번역해갔고 또한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서 세계각지에서 다 볼수 있게 하였다. 그 경제적가치를 따지니 현대화설비를 갖춘 자동차공장을 몇개 앉힌것보다 더 높다고 하니 기가 딱 막힐 일이다. 그래서 요즘엔 너도나도 “문화”에 뛰여든다. 문화의 중점이 대개 발굴, 계승, 창조에 있는 것 같다. 옛날에 추었던 학춤같은것도 발굴해내고 상모춤같은것도 계승해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광문화같은 것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나도 이 기회를 빌어 “아기문화”에 대해 한두마디 해볼가 한다.

“아기문화”란 아무래도 아기를 키우면서 쌓아온 경험이나 노하우 같은 것일것이다. 여기에는 먹이는 것, 입히는것, 위생적인것, 교양적인것 등 다방면이 들어있다. 아이 둘을 키워봤지만 남자이니까 아버지란 각도에서 팔짱이나 끼고 잔소리나 좀 했을 뿐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말하기 곤난하고 싱거운 포대기문제나 하나 꿰들고 피루어보련다. 털이 많이 나는 서양에서는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솜이 많이 나는 동방에서는 아기가 태여나면 대개 포대기에 싸안고 키운다. 요즘에는 뭐 거위털을 깐 업을수도 있고 안을수도 있는 다용적포대기도 있기는 하지만서두…아기는 저항력도 약하고 면역력도 약하기 때문에 포대기에 싸안고 젖도 먹이고 바깥출입도 하는 것이 더없이 필요한 대책이다. 어느 날, 3선뻐스에 올라앉았는데 아기를 포대기에 싸안은 젊은 각시가 오르기에 자리를 내여주었다. 그 뒤로 대여섯 사람이 우루루 따라 오르더니 각시가 앉은 주위를 빙 둘러싸는것이였다.

“얘, 이 포대기앞을 좀 젖히자. 애가 숨이 막히겠다.”
몸집이 비대한 50대의 녀인이 숨이 차서 헐떡이면서도 팔을 뻗쳐 포대기의 앞섶을 들려고 한다. 분명 각시의 친정 어머니같았다. 헌데 마중켠에 선 걀편한 녀인이 그 팔을 밀어친다.
“이봅소 안사둔, 요즘 류행성감기가 무섭습꾸마. 괜히…”
“그래그래! 저 안사돈말이 옳다니.”

뒤에선 50대의 나그네가 목을 왜가리처럼 길게 빼들며 연신 주억거렸다. 젊은 각시는 두 녀인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포대기의 앞섶을 포개놓는다. 전염성병균이라도 들어갈가봐.
“자기야, 그래도 애가 좀 숨이나 쉬게 해야지. 자꾸 꽁꽁 싸기만 하면 어떻해?”
삼십대의 젊은이가 아기의 아빠인 것 같았다. 신랑의 권위적인 건의에 각시는 다시 조심스레 포대기의 앞섶을 열었다. 빠금히 열려지는 포대기속으로 아기의 얼굴이 나타나기도 전에 “응아!”하는 울음소리가 튕겨나왔다. 젊은 각시가 “어마나!”하며 다시 포대기앞섶을 조심스레 포개놓으며 신랑을 향해 고운 눈을 할기쭉거린다.
“봐요, 자기도 참!”

“그래그래. 꽁꽁 덮어라.”
뒤에 선 나그네 둘이 덩달아 께끼여든다…
참, 한 아이를 놓고 두 세대 세 가정이 구순하게 구는 모습이 재미있고 행복해보였다. 포대기속에 꽁꽁 싸인 아기는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고나 있을가? 모를것이다. 숨이 막혀 쌕쌕거리며 불평스레 발버둥질 쳤을것이다. 이처럼 아기의 불편은 모르고 자꾸자꾸 감싸기만 하는 페단이 우리의 조기교육에 엄중하게 존재하고있다. 일반적으로 아기는 6살까지 대뇌의 모든 갖춤새가 다 갖춰지고 성숙정도가 90%이상에 도달된다고 한다. 대개 6살부터 12-15세가량까지는 모든 사유기관이 발달되면서 객관사물을 접수하고 관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어떤 교양과 환경이 조성되는가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포대기는 아기가 한두살 때에 수요되고 일단 걷기 시작하면 별로 그다지 수요되지 않는다. 헌데 아기의 첫 교육자인 어머니가 포대기에 대한 애틋한 정과 그걸 써오던 습관을 떼여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 아기가 나날이 커가는데도 그냥 자꾸만 감싸고 돌기만 한다. 여기에서 60세 넘는 로인도 어머니의 눈에는 아이로 보인다는 말이 나진 것 같다. 하여 커가는 아이도 자꾸만 아기로 보여 늘 시름이 놓이지 않아 잔소리만 나간다. 그것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가?

어느 소학교마당에서 신입생입학식이 있던 날이였다. 빨간옷을 입은 신입생이 등뒤에 멜가방을 달싹이며 달려가는데 가방에서 파란 노트가 떨어졌다. 뒤에 따르던 곤색옷을 입은 아이가 그걸 주어가지고 “빨간옷”을 쫓아가서 넘겨주었다. 헌데 “빨간옷”이 자기의 가방안에서 노트를 훔쳐냈다고 “곤색옷”을 오해하고 가슴을 툭 쳤다. 억울하게 된 “곤색옷”이 가만 있을리 만무했다. 역시 주먹을 내들고 “빨간옷”을 쳤다. 두 아이가 서로 얼크러져 돌아가자 학부모들이 모여들어 뜯어놓고 타일렀다. 특히 “빨간옷”이 오해도 풀지 않고 손을 댄 것이 잘못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빨간옷”은 코를 풀쩍이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어딘가 자기의 잘못이 알렸는지…그때 “빨간옷”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빨간옷”이 어머니의 품에 와락 안기며 와-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어머니 역시 아들의 잘못을 중복했다. 원인도 캐여묻지 않고 “개학날에 재수없이 아이를 울긴다”고 침방울을 튕겼다…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빨간옷”은 그날 자기의 잘못을 얼마간 깨달았을것이다. 헌데 어머니가 나타났기에 그는 어머니가 그동안 그자리에 없었기에 자기가 어른들의 꾸중을 받았다는 억울함이 솟구쳐 그 깨우칠가 하던 반성마저도 까맣게 지워버리게 되였다.

이렇게 포대기로부터 인기된 감싸고 도는 습관이 느티나무처럼 아이의 성장에 긴 그늘을 지워준다. 그래서 자립, 자존, 자강정신이 부족하게 된다. 사람은 많으나 인재가 부족하고 천재가 희소한 원인을 따져보면 그 뿌리가 여기에 있다.

사물은 언제나 모순속에 처해있는것이다. 포대기속에서 포근하게 자라던 아이도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의사를 고집하고 반항할 때가 있게 된다. 그 반항의 첫 맞적수가 바로 그 어머니이다. 어머니와의 겨룸에서 유아원이나 학교에 입학하기전까지는 아이가 이기는 비례가 더 높다. 학교에 붙게 되면 학교의 요구가 있게 되고 사회의 감독도 있게 되기에 어머니쪽에서 늘 지면서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수 없게 된다. 그런데 늘 “상승장군”으로 뻗대오던 아이가 어머니의 한두마디에 “투항”하자고 하겠는가? 그래서 “무력”을 쓰지 않을수 없게 된다. 무력을 쓰자면 무기가 좋아야 한다. 어머니들이 흔히 쓰는 무기는 “빗강대”였다. 우리 조선족들이 온돌방에서 쓰는 비는 자루가 짧은 조막비였다. 그것을 거꾸로 거머쥐고 아이의 엉뎅이를 잡아치면 몽둥이로 치는것처럼 뼈를 다칠 위험이 없었고 회초리로 치는것처럼 굴뱀이 갈 흔적을 남기지 않는것이다. “무력”의 허풍으로 아이를 굴복시킬수도 있고 또 가슴 아린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도 수시로 방구석에서 챙겨잡을수 있는 좋은 “무기”였다. 그 무시무시한 “빗강대취조”에는 아이들중 열에 일여덟은 굴복하고 만다. 한두번의 승전에 재미를 보게 된 어머니들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빗강대를 집어들군 한다. 그러면 어떤 아이는 어머니가 빗강대를 집어들기만 해도 아예 두손을 들고 “투항”하고 만다. 생활방식이 많이 변한 오늘날 비를 쓰지 않는 집이 많아짐에 따라 “빗강대무력”대신 다른 “폭력”을 쓰지만 실질은 한가지이다. 이것이 점차 어머니들의 고질로 되여 나중에는 무엇이나 다 자기의 의사에 따라 자식들이 해줄것을 강요하게 된다. 이것이 무섭다. 지금 대학입시에서 70-80%가량의 수험생들이 부모의 의사에 따라 지망을 선택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없으면 세계는 없다. 세계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돌아가고있다.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과 위대한 업적은 한입으로 다 표달할수 없다. 그래서 “무엇으로 그 사랑에 보답해야 합니까!”하고 목메여 부른다. 그만큼 거룩하고 그만큼 위대하기에 또한 그만큼 자사적이고 그만큼 비속적인것이다. 세상의 나쁜 습관과 욕망은 어머니들이 싹틔워 준다. 처음에는 “포대기”로 감싸고 돌다가 후에는 “빗강대”로 길들이다가 나중에는 “포대기”와 “빗강대”를 번갈아 교차적으로 리용한다. “포대기”는 아이의 연약성을 감싸주고 “빗강대”는 아이의 개성을 짓눌러버린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보다 강한 자의 앞에서는 뒤걸음질 치며 보호자를 찾게 되고 찾지 못하면 굴복하고 굴복해도 안되면 아첨하게 된다. 서로들 개성이 부동하게 두드러지질 못했기에 강약이 비슷한 제또래끼리는 평등하기를 요구한다. 누가 좀 삐여질가 하면 자연히 질투하게 되고 꼬집게 된다. 반면에 자기보다 약한 자의 앞에서는 우쭐해지면서 남을 깔보게 된다. 이 점이 또한 우리 민족의 한가지 렬근성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왜서 장시기동안 남의 예속하에서 살아왔는가? 물론 여기에는 력사적, 지리적, 문화적인 요소들이 내포되여 있는것이지만 자기민족의 렬근성도 고려해봐야 하는것이다.

문제는 이런 렬근성이 우리의 경제사업에 우리의 문화사업에 우리의 기타 사업에 수시로 장애를 조성시켜 주고있다는 점이다. 짧은 밤에 긴 노래는 부를수 없기에 일일이 실례를 들어가며 언급하기는 곤난한데 일단 우리 모두 우리의 구체사업에서 누가 “포대기”를 안고 다니며 감싸주기를 좋아하고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며 “빗강대”질 하기 좋아하는가를 유심히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 다음에야 무슨 대책이 있어도 있어야 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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