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http://www.zoglo.net/blog/huangyoufu 블로그홈 | 로그인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수필) 중국사람과 숫자
2006년 03월 10일 00시 00분  조회:8302  추천:79  작성자: 황유복
중국사람과 숫자



요즘의 중국 매스컴에 따르면 이번 북경 국제모터쇼(자동차전시회)에서 중국의 부자들이 영국 산 벤트리(Benteley)차 "구입경쟁"을 벌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불티나게 팔린 그 차의 가격이 888만 위엔(미화 111만 불 정도) 고가였다는 점이다.

영국 여왕이 타고 다니는 차라는 것 자체가 중국 부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했겠지만 중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8'이라는 숫자를 가격에 이용한 마케팅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숫자에 음양의 개념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은 《주역(周易)》이라는 책에서부터이다. "천1, 지2, 천3, 지4, 천5, 지6, 천7, 지8, 천9, 지10", "홀수는 천수로서 양수라 하고 짝수는 지수로서 음수라 한다." (《주역·계사》)

그러나 홀수에 대한 기호는 《주역》보다 앞서 상나라 때부터 시작된다. 상나라를 건립한 민족은 '은'민족이고 은민족은 '동이'계였기 때문에 알타이계 고대 민족이라 할 수 있다. 은민족이 홀수를 좋아했다는 증거로는 상나라 때부터 사용된 태음력을 꼽을 수 있다. 태음력에서 명절날은 거의 모두 홀수 달과 홀수 날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춘절(1월 1일), 유두절(3월 3일), 단오절(5월 5일), 칠석절(7월 7일), 중양절(9월 9일)이 그렇다. 짝수 달에 홀수 날로 정해진 명절은 중추절(8월 15일)밖에 없다. 짝수를 기피하려 했으나 8월은 수확의 달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태음력은 중국에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홀수 기호의 전통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해야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중국인들은 홀수를 기피하고 짝수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선물을 주고받을 때에는 흔히 한 개로 준비한다. 넥타이 한 개, 시계 한 개, 구두 한 켤레 하는 식으로 선물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동료들의 파티초대를 받았을 때 주인의 특별한 부탁이 없으면 와인 한 병쯤 들고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보통 선물을 준비할 때 2개를 갖춘다. 와인이나 빼갈일 때는 2병을, 시계일 때는 신사용과 숙녀용으로 짝을 맞추어 준다.

한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는 아마도 '4'일 것이다. 호텔에 가면 '4'층은 없고 'F'층이 있거나 '4'층을 빼버리고 '3'층에서 '5'층으로 연결시켜 놓고 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4'자를 가장 안정된 숫자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숫자로 시작되는 단어에 '4'자로 시작되는 것이 제일 많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만 해도 '4계' (춘, 하, 추, 동), '4방' (동, 서, 남, 북), '4군자' (죽, 난, 매, 국), '4예' (금, 기, 서, 화)등 30여 개가 있다.

'6'자는 '순조롭다'는 뜻을 대표하고 있고 '8'자는 '돈을 많이 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중국인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주역》에서 해석하다시피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짝수들은 모두 '음수'에 속한다. 한국인들은 유교문화의 전통 때문에 '양수'인 홀수를 선호하고 있는데 그와 반대로 유교문화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는 '음수'인 짝수를 한결같이 좋아하고 있다.

그 원인을 청 말, 민국 초의 대학자인 주자청(朱自淸)이 《경전상담(經典常談)》이라는 글에서 무속의 유풍으로 해석한 적이 있다.

여하튼 간에 중국인들은 상나라 때부터 사용해온 태음력에서 시작되는 양수(홀수)선호의 문화전통에 등 돌리고 음수(짝수)를 선호하고 있다.
3년 전 대학에서 교수아파트를 분양할 때, 6층과 7층중에서 내가 7층을 선택하니 다음 차례의 한족 교수가 내 손을 덥석 쥐면서 "나는 교수님이 6층을 선택 할 가봐 조마조마했었는데 6층을 남겨주어서 너무나 고맙습니다."라고 기뻐해 하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조선족과 한족 교수 간에 숫자문화의 차이로 생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또 한 번은 내가 젊은 교수들을 상대로 강의했던 전통문화강좌에서 중국의 숫자문화 이야기가 나와 "너희들은 중국의 여자 축구가 세계의 정상수준에 올랐는데도 남자 축구수준은 그냥 부진한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소위 '음성양쇠(陰盛陽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느냐"라고 질문 한 다음 "그것은 한족이 음수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 겠는가?"라고 말해 모두가 웃었던 적이 있다.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 진출을 기획하고 있는 한국 경제인들도 벤트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서 무엇인가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2002, 6. 1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9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9 민족어를 위한 시대적 도전 (황유복) 2020-05-31 1 2001
98 소셜미디어 시대의 문학지 2019-07-09 0 2086
97 우리는 왜 청소년들에게 모어(母語)교육을 해야 하는가? 2018-11-06 5 2944
96 우리는 왜 문학인들을 도와야 하는가? 2018-10-25 0 3559
95 우리는 왜 사막에 가서 나무를 심는가? 2018-10-10 1 3143
94 설날의 의미 2013-01-05 1 6047
93 중국 조선족의 문화공동체 2012-10-07 6 9074
92 중국조선족기업의 기본특징 및 그 출로 2011-09-28 3 7860
91 새로운 시대적민족문화 창출 절실 2011-09-01 6 7505
90 조선족의 한ㆍ중 경제발전 공로 인정해야 2011-05-19 47 6359
89 게임을 하겠으면 룰을 지킬 줄 알아야 (황유복) 2010-05-03 59 9757
88 4.조선족 민족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2010-01-17 55 6526
87 2. 100% 조선족 2010-01-09 55 8844
86 이중성성격의 사람은 있지만 이중성민족은 없다 2009-12-28 50 12000
85 조선족 사회,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 할 시점(2) 2009-11-10 52 7259
84 조선족사회,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 할 시점(1) 2009-10-12 65 7299
83 조선족 정체성에 대한 담론 2009-08-31 44 8772
82 연변조선족자치주와 중국 조선족(황유복) 2008-10-10 82 8668
81 “혐한” “반한”정서의 “허”와 “실” 2008-09-25 78 7456
80 네트워크와 새문화창조가 조선족의 살길 2008-07-08 95 6675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