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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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의미화의 매력
2006년 03월 23일 00시 00분  조회:5206  추천:51  작성자: 황유복
5. 의미화의 매력

수필은 고백적인 글이다. 그러나 자아의 독백에서 독백으로 끝나는 글은 마치 메아리 없는 산울림과 같아서 수필의 경지로 오를수 없다. 수필에 나오는 한 사람의 독백이 여러 사람의 독백과 혼연일치가 되여야 참수필이 되는것이다. 남계의 수필은 한사람의 고백인 동시에 모든 사람의 고백이여서 참수필이라고 할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작자의 고백을 어떻게 모든 사람의 고백으로 전환시키는가, 즉 어떻게 남들에게 공감시키고 감동을 주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수필의 매력은 어떤 인생철리나 보편화된 진리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러한 인생철리를 독자에게 공감시키는 매력에 있다. 때문에 수필에서 기의보다 기의에 도달하는 기표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설득력인것이다. 이를테면 참사랑, 참인생에 대해 누구나 큰 도리로 설명할수 있고 리론적으로 풀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감동과 미감을 주면서 공명을 불러일으켜야 수필이다. 황유복의 수필의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다. 그의 수필속에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공감시키고 설득시키는 매력이 있고 자석처럼 독자를 이끄는 힘이 있다.

여기서 구성을 비롯한 형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성이란 수필의 주제를 담는 방식인데 흔히 수필은 무형식의 형식이라 한다. 어떤 형식의 구성이든 수필의 구성은 크게 예시(例示)의 부분과 일반화의 부분으로 나뉜다. 예시의 부분은 구체적 사례를 드는 부분이요 일반화의 부분은 구체적 사례가 의미하는것에 대한 필자나름의 해석이고 평가이다. 수필은 곧 개개의 사례를 귀납추상하고 의미화하여 보편성을 얻는 작업이다. 인생, 사랑, 민족, 사회⋯ 이는 상당히 보편화된 주제이다. 인생 하나만 놓고보더라도 인생의 아름다움, 인생의 진지함, 인생의 진실, 인생의 타락, 인생의 행복 등 상당히 보편화된 주제들을 많이 도출해낼수 있다. 남계 수필 역시 전형적인 인생수필로서 참인생, 참사랑, 민족애 등 보편화된 담론이다. 문제는 누구나 즐겨다루는 인생수필인데 우리는 그속에서 중복이 아닌 개성을 볼수 있고 많은 깨달음과 풍부한 지식을 얻을수 있고 감동을 받는다. 그것은 다름아닌 소재의 구체성과 개성성 및 보편적주제에로의 의미화과정의 설득성에서 온다.

남계 수필은 항상 자기만의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소재를 화두로 이야기를 이끌어낸후 대비, 비유, 유머, 풍자, 점진, 반전, 역설, 렬거 등 다양한 수법으로 읽는 사람의 주의력을 모으기도 하고 분석 확대시키기도 하면서, 인생에 대한 어떤 리치와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때로는 명구, 잠언, 명시, 명작, 신화, 고사 등을 다양하게 인용하여 자기의 주장을 심화, 확산, 설득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명확한 수치와 사실적 근거로 설득력을 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수필이 다양한 문학적수법을 활용하여 최대한의 설득력을 꾀하고 있음을 발견할수 있다. 때문에 남계수필처럼 설득력이 강한 수필도 드물다.

이런 다양한 수법의 활용은 수필의 설득력을 강화할뿐 아니라 지식정보의 질과 량을 확대하고 수필의 철리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것이 남계의 상당수 수필이 지적이고 사색적이면서도 문학이 되는 리유이고, 수필이 지니는 문학성이다. 문학성과 설득력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수법가운데서 렬거와 점층, 유머와 위트, 대조적인 서술, 생동한 비유가 가장 돋보인다고 할수 있다.

《상혼에 절어진 사랑의 축제》는 엉뚱하게도 《사랑의 날》을 앞둔 메스컴들의 기사를 뽑아 렬거하는 수법으로 고도로 상업화된 《사랑의 날》축제의 리면을 들여다 보는가 하면《사랑의 날》에 10억장의 카드와 1억 1000만 송이의 장미 그리고 11억 달러어치의 쵸콜릿을 판 미국시장, 《사랑의 날》을 계기로 젊은층 집중공략의 판촉전을 벌리는 일본의 상점들, 대방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수치로 알려주는《사랑탐지기》개발에로 확대해나가면서《상혼에 절어진 사랑의 축제》의 외곡된 현실을 까밝히고 있다. 여기서 《사랑탐지기를 개발한 회사는 떼돈을 벌어 좋겠지만 사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탐지기를 사용해서라도 진짜 사랑을 찾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탐지기⟩소비자들은 어딘가 측은해 보인다.》는 유머적인 표현은 많은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수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밸런타인데이》의 력사는 500여년밖에 안되지만 우리에게는 3000여년전부터 전해내려온 명실공의 《사랑의 날》-칠석이 있다는것, 문명의 고국 인도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오염으로 배척하고 저항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대문명을 갖고 있는 중국은 무조건 서양문화만 흉내낸다고 꼬집으면서 《조상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개발에 게으름을 피워왔》다고 반성하고 있다. 수필은 구체적이고 생동한 사례들을 소재로, 렬거, 점층, 비교, 유머, 강조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하여 작가가 노린 주장에로 설득시키면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사랑의 사회학》은 사랑에 대한 텔레비전 특별토론장면에서 중국남자들은 사랑한다는말을 너무 아낀다는 중국 녀자들의 불만으로 시작되는데 반전과 역설, 풍자와 유머, 점층과 확대 등 다양한 수법을 재치있게 도입하여 설득력을 획득한 수작이라 할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풍자와 유머의 재치있는 도입은 작품의 생동성과 설득력을 훨씬 높여주고 있다.

*《어쩌면 숙녀들에게 저토록 친절할수 있을까》고
감탄할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이 러브 유》
를 곱씹어대는 미국남자들은 결혼후 쉽게 리혼한다.

* 요즘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주변의 눈들을 개의치
않고 포옹하고 싶으면 끌어안고 키스하고 싶으면
뽀뽀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 며칠전 신문을 보다가 상해, 북경, 청도 등 대도시
에서 《누드 신혼사진 붐》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놀란 나머지 이제는 누가 공공장소에
서《라체결혼식》을 치렀다해도 놀라지 않기로
작심했다.

* 이제 리혼에 한해서만은 중국조선족이 미국을
향해 세계화개방을 주장해야 하지 않나싶다.

* 사랑이 모자라 《사랑실조(失調)》를 앓고 있다는
하소연도 아니고 남자들이 사랑한다는 말에 너무
나 린색하여 달콤한 사랑의 표현에 굶주리고 있다
는 그녀들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이제는 사랑도
어쩔수 없이 세계화되여가고 있구나》하는 기우지
심(杞憂之心)이 짙어진다.


《사랑의 사회학》은 풍자와 유머로 점철된 수필로서 작가의 문학적 기량을 충분히 과시하고 있다.
남계 수필에서 비유는 아주 생동하고 인상적이다. 4월에 들이닥친 더위를《온화해야할 해님이 마치 첫사랑에라도 빠진것처럼 갑자기 뜨거운 정열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비유했고 《문화대혁명》의 동란을《그때도 붉은 태양이 너무 많고 뜨거운 빛을 뿌리고있었다.》고 비유하며 조선족의 위기를 《중국의 대륙에서 유유히 흐르던 조선족이라는 이 큰 강물은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고있는 가정의 해체와 출산인구의 감소현상때문에 원천에서부터 고갈되여 가고있다.》고 비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회전반이 열병을 앓고있던 그 시대》,《박경식의 사랑은 <감동바이러스>이다.》, 《금주(禁酒)라는 호신부(護身符)》등 생동한 비유를 작품 곳곳에서 보게 된다.

남계수필에서 대조적인 서술 내지 대조법의 적절한 운용도 수필의 설득력을 높이고 주제를 심화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군 감자와 <이바구>》에서 작가는 겨울날, 콩기름 등잔불아래서 화로불을 쪼이고 군감자를 먹고 《옛날옛적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할머니들의 《이바구》를 들으면서 전통문화의 감각을 체험할수 있었던 자신의 어린시절과 온돌도 없고, 화로도 없고, 군 감자도 없는 아파트 방 침대에서 한어로 우리의 옛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들의 어린시절과 대조시키고 있다. 만약 지난날의 추억으로만 끝났다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로 전락되였을것이나 대조법을 재치있게 사용함으로써 평범성을 뛰여넘어 훌륭한 수필로 승화할수 있었고 강한 설득력을 기할수 있었다.《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내 아들은 정녕 어느 정도 우리 전통문화의 정서를 리해하고 있을가?》는 반문은 위트가 넘치는 결말이다.

이밖에도 《리혼률은 하늘 높이 치솟고 있고 가정의 해체와 녀성의 류실로 인한 출산인구의 감소는 바닥을 내리치고 있다.》 (《원일 아침 수상록》에서)등 대조법의 재치있는 활용들을 수필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다.

언어의 철학성은 남계수필의 다른 한 특징이라 하겠다. 남계수필은 철리성으로 특징되는데 그것은 인생에 대한 달관에서도 나타나며 언어의 철학성에서도 나타난다. 남계 수필을 펼쳐들면 전편이 인생에 대한 철학으로 점철되여 있으며 마디마디가 인생에 대한 명언이고 진리이다.


* 《꿈이 없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있을수 없
다》,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사람은 잘 살면서
꿈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면》)

* 《성공으로만 이어지는 인생이나 반대로 실패로만
이어지는 인생은 있을수 없다》,《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에게는 성공의 기쁨이 기대
될수 있다.》(《내가 만들었던 눈사람》)

* 부족함과 가난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뜻의 넉넉한 삶을 살아갈수 없다.(《가남이 선물하
는 삶의 지혜》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불치병이다.》(《상혼에 절
여진 사랑의 축제》)


만약 학자로서의 박학다식, 사물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관찰력과 사회활동가로서의 세계적인 안목, 높은 문학적 소양이 없었다면 작가는 여러 가지 문학적수법을 그토록 다양하게 활용할수 없었을것이다.
남계 수필에는 철학이 있다. 때문에 그의 수필은 독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민족에 대해⋯

남계 수필에는 인간정신이 담겨져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그의 수필을 읽으면서 사랑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끼고 사명을 느낀다.
남계 수필에는 풍부한 지식이 담겨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속에 동서고금의 풍부한 지식을 섭취할수 있다.

200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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