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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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4) 커피숍에서
2006년 03월 31일 00시 00분  조회:5384  추천:56  작성자: 황유복
만남(4) 커피숍에서

타자에 익숙하지 못하니 아예 만나서 이야기 할가요? 하는 황교수님의 메일을 받고 커피숍에서 만난것이 흰눈이 많이 내리고 난 뒤의 푸근한 오후.

많은 이야기중에서도 얌치없이 그냥 알고싶은것이 그 《첫 사랑의 주인공 ㅡ 진명》이란 여성에 대한 에필로그였다. 《아직 한번도 못만났어. 아니 안만나려고 했어⋯》황교수님의 그말씀에 진짜로? 설마…헌데 과연 그랬다. 지식이 새롭게 숭상을 받고 학술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 《진명》은 언녕부터 옛 련인을 찾고싶었다. 그녀의 불행한 혼인은 그녀로하여금 첫사랑을 잊어본적이 없게 하였다. 그의 곁으로 갈수 있는 유일한 길, 현실을 탈출할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연구생시험을 치러서 중앙민족대학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였다. 황교수님은 그녀가 필요로하는 참고서와 도움을 청하는 모든것에 대하여 그 바쁜 와중에도 하나하나 다 챙겨서 보내주고 시험을 잘 치를것을 고무격려하였다. 하지만 황교수님은 진명이가 자기곁으로 오는것은 바람직 하지 않음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광주에 있는 중산대학 문화인류학 학과에 추천하여 입학시켰다.그후 그녀는 중국민족학학회 년회에서 만날수 있을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회의에 달려왔지만 황교수는 그것을 알고 다른 곳으로 출장갔다. 《옛날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깨고싶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인생을 이만큼 살아왔고 각자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이제 만나서 남은 인생과 사회생활에 조금도 도움이 될것이 없는줄을 압니다. 더구나 이미 많은 보귀한 시간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중년의 방황으로 랑비하게 해서는 안되지요. 나는 아직도 완벽주의자입니다. 순간이라도 자기한테 한 약속을 어기고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황교수님은 지금도 누가 보든가 말든가 술을 마시지 않으신다. 젊은 날에 우파로 몰리여 비참한 마지막을 마치면서 조선족은 술을 먹고 망치니 너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 스승의 그한번 부탁때문에 지금껏 술을 마시지 않는 그는 결벽증있는 사람마냥 완벽할것을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다.

20대후반에 대학교교단에 섰을때, 누가 북경군구 사령원의 《천금아가씨》를 그에게 소개해 왔다. 조건으로 말하면 흠잡을데 없었지만 첫 사랑이 민족문제로 깨여지면서 타민족한데는 장가들지 않기로 결심했음을 뚜렷하게 밝혀 대방을 놀라게 했다.

조선어학과를 설립한후, 교수영입을 위해 인사권을 위임받고 동북3성으로 갈 때, 학교령도는 조선어학과 자료관리원 명액을 주면서 안해감을 골라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 명액으로 결혼후 장시간 견우직녀 생활을 하고있는 나이 많은 조선족선생님의 부인을 모셔왔다.

1972년, 북경에서 만나 곧바로 련인이 되여버린 처녀가 바로 지금의 부인ㅡ 최명희씨이다. . 황교수님 슬하에 아들 한분을 두고있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있다. 부인 최명희씨는 국가기관에서 국장으로 임직하였고 지금 리직휴양중이다. 처녀시절의 그 어여쁘던 모습으로 결혼해서 오늘까지 변함없이 사업터에서는 우수한 간부로 가정에서는 사랑스런 아내로 학자와의 인생길을 함께 걸어왔다.

가진것을 쉽게 남을 위해 내여줄수 있는 그 마음, 행복은 바로 그가 즐거이 남을 위해 베푸는 맘에 대한 갚음의 선물이리라. 그래서 학비를 받지 않는 북경한국어학교를 설립했다는 기사를 보고 그것이 어떤 학교인지도 모르면서 부모가 버린 고아를 황교수님한테 무조건 보내와서 교수님이 그애을 받아 길렀던 이야기나, 조선족 졸업생들중 엘리트를 한명이라도 북경에 더 남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이나, 200여명의 조선족학생들을 미국과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면서 여러모로 되는 배려와 도움을 주는데 시간과 정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듯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사회적 위치와 명망을 자신이나 가정이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서보다 조선족의 앞날을 위해 이바지하는데 바치였다. 이것이 황교수님의 성품 이고 인격이며 그의 민족적 사명감뒤에 짙게 깔린 생명의 원색이다.

그래서 그날 커피값은 워낙 약속을 해온 황교수님의 몫이였지만 얻은것이 많은 쪽에서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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