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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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의 가치 찾기
2006년 04월 20일 00시 00분  조회:5537  추천:96  작성자: 황유복
2. 삶의 가치 찾기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면 그 다음날 날씨가 맑아진다. 다시 말하면 저녁노을은 세상사람들에게 다음날의 맑은 날씨를 기약하며 혼신을 불태우는것이였다.》(《저녁노을이 붉게 물들면》에서) 여기서 저녁노을은 희망이나 기대 혹은 꿈이다. 흔히 저녁노을은 가을단풍과 더불어 인생의 만년을 표현하는데에 사용되는데 남계에게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다. 개인적인 체험때문이다. 유복자로 태여나 두살때 어머니마저 잃은 남계의 인생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최초의 기억이 바로 저녁노을이였기때문이다. 혼자서 집을 지키다가 저녁이 되여 외롭고 배고플 때 할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였으므로,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그러한 외로움과 배고픔마저 잊을 정도였으므로 소년은 실제로 그 저녁노을의 실체를 찾아나서기까지 한다. 당연히 불가능하였지만 남계는 그러한 노을의 아름다움을 인생의 꿈으로 승화시킨다.

그렇게 저녁노을에 깃들인 소년시절의 꿈은 가난과 고독에 쪼들리던 어린 가슴에 행복을 가득 채워주었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나갈수 있는 능력과 의지력을 키워주었다고 했다. 그것을 다시 인생의 가치에 련결시키고있다. 《가장 핵심적인 가치기준은 물질적인것이 아니라 정신적인것, 다시 말해서 마음의 풍요로움에 있다.》는것이다. 이러한 남계의 가치기준은 돈과 권력, 사회적지위 등 일반적으로 인간이 추구하는것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풍요로움을 남계는 사회와 민족 그리고 나라에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라 하였고 그것이 《저녁노을과 같이 아름다운 삶》이라 했다. 작자의 가치관과 인격을 잘 드러낸 대목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남계는 《가난이 선물하는 삶의 지혜》로 터득한다. 학년말시험에서 1등을 하고서도 람루한 옷때문에 단상에 올라가 상장과 상품을 타지 못하고 기념사진도 찍지 못했던 소년기의 추억때문이다. 가난은 불행만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아쉬움일뿐이며 오히려 그러한 아쉬움이 아쉬움 없는 넉넉함을 지향하면서 더 노력하게 한다는 할머니의 가르침 또한 그러하다. 《부족함과 가난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뜻의 넉넉한 삶을 살아갈수 없다.》는것이 남계의 깨달음이다.(《가난이 선물하는 삶의 지혜》에서) 이는 물론 무능이나 게으름때문에 가난을 영위하는 부끄러움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단지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속에서 세상을 보는 인간의 눈은 밝아》질뿐이라는것이다.

가난이 힘이 된다는 리치를 남계는 할머니에게서 배운다. 마을잔치에 따라나서려는 손자를 남들이 《저 할멈은 얻어먹이려고 손자까지 데려왔다》고 흉보며 그러면 인격과 자존심이 떨어진다고 한것이다. 가난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겨낼수 있지만 가난하다고 인격과 자존심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그건 구제불능이라는 가르침이다.(《가슴속에 새겨진 할머님의 초상》에서)이렇게 살면서 터득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순수함이라고 했다. 순수한 삶, 순수한 아름다움을 남계는 원하고 주장한다. 그러한 순수한 아름다움, 순수한 삶을 그는 봇나무에 비유한다. 겉보기에 미인형이기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가지를 마당비로 쓸수 있고 《이른 봄날 산에 올라 더덕을 캐다가 목이 마르면 손칼로 봇나무 껍질에 Y자형 상처를 내고 흘러내리는 즙을 그릇에 받아 마시면 시원한 음료수가 된다.》(《옥년이와 봇나무》에서)는 리유에서만도 아니였다. 외롭던 어린시절 처음으로 사귄 친구 옥년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어있기때문만도 아니다.

대자연과 더불어 욕심을 버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옥년의 모습을 보며 순수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서 《머리염색만 하면 십년은 젊어지겠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단 한번도 염색해본적이 없다. 젊어지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억지로 젊어지고싶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살아가고싶기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때문에 미쳐버린 세상》을 비판한다. 그에게 있어 성형수술로 외모가 아름다워지는것보다는 《돈때문에 싸우고 리혼하고 자식을 내다버리고, 자신의 무능과 비겁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술로써 자신을 마비시키》는 현대인의 타락을 치유하는것이 훨씬 더 요긴한것이다.

이러한 순수한 아름다움, 순수한 삶에 대한 지향을 키워준것이 고향이고 고향마을 사람들이다. 밤이 긴 겨울날 밤, 화로불에 감자를 구워먹으며 마을 할머니들에게서 들은 《옛날옛적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이바구》에서 남계의 가치관은 형성되였다고 한다. 《할머님들의 이야기동산에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즐거움과 함께 꿋꿋한 힘, 반짝이는 지혜, 따스한 우정, 달콤한 사랑, 소박한 꿈, 훈훈한 인정들이 가득 차있》었던것이다.(《군감자와 ⟨이바구⟩》에서)

그러고보면 남계의 가치기준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문화에 기반을 두고있는것 같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치관 자체만을 주장하는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최하층 인간들의 삶에서 가장 순수한 인간성을 체험하고 인간의 가장 진실된 삶의 가치를 터득한것이다. 즉 오늘날 물질적풍요에 의해 가려진 정신적풍요의 모습을 상기시키고있다 하겠다. 《나는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행운》(《오늘날의 삶에 충실해야》에서)이라는 인생인식에도 결국 이러한 가치기준이 담겨져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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