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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겠으면 룰을 지킬 줄 알아야
-- 조선족정체성에 관하여 김호웅교수님과의 대담(对谈)
황 유 복
게임(游戏)을 하려면 우선 룰(规则)을 지켜야한다. 룰이 없는 게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학문의 “룰”은 우선 개념으로 시작된다. 개념이 없으면 학문을 할 수 없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희다”하고 땅속에서 캐어내는 석탄을 “검다”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눈은 “검고”, 석탄은 “희다”고 한다면 우리는 개념의 부재로 대화를 할 수 없어진다.
연변대학 김호웅교수가 “중국조선족과 디아스포라”라는 론문에서 조선족과 조선족문화가 “이중성”이 아니라는 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의 글이 조글로에 실리면서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나에게 알려왔다. 그런데 그때 나는 집 이사를 해야 했고 또 금년에 졸업하게 될 7명 박사생들의 론문을 봐주어야 했기 때문에 전혀 시간여유가 없었다. 뒤늦게 김호웅교수의 글을 읽고 나는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정체성이나 민족문화정체성을 론하려면 민족학, 문화인류학의 리론으로 접근해야하는데 민족학이나 문화인류학의 기본개념조차 지켜주지 않은 글을 상대로 토론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족이 네이션(nation) 개념이라는 것은 나와 김교수가 토론할 문제가 아니고 중국의 민족학, 문화인류학 학계가 이미 정해 놓은 개념이다. 《中国大百科全书 民族卷》에서 “朝鲜族”을 영어로 “처아오시안 내이셔널리티 (Chaoxian nationality)”라고 표기하여 “조선족”은 nation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김호웅교수는 “개념 사용에 있어서 더 큰 혼란에 빠진 것은 오히려 황유복 선생”이라고 하면서 민족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어느 누리군의 댓글을 “유식한 네티즌”이라는 미명을 붙여가면서 “조선족은 nation의 개념이 아니고 ethnic group의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다시한번 김호웅교수가 “말꼬투리”라고 표현한 개념정리를 하게 된다.
1. 김호웅교수가 황유복의 관점이라고 하면서 정리한 첫 번째 문제 : “▲ 조선족은 디아스포라가 아니다.”
김교수는 나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조선족은 디아스포라가 아니다.” 라고 한 적이 없다.
나는 “한국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조선족은 분명히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Diaspora)”의 한 갈래이지만 중국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족은 100여년이 넘는 정착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중국에 뿌리를 내렸고 중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입한 모국의 국적을 초탈했다는 뜻의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이다. 앞에서 지적한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의 시각에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조선족들이 자기정체성을 확보할 때 어느 시각에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라고 했다.(황유복,「중국조선족의 문화공동체」)
∎ 개념정리
이민학(移民学)에서 이민자가 타국으로 이민 갔을 때 새로운 이민현장에서 정착하는 형태는 크게 디아스포라(Diaspora)와 트랜스내셔널(Transna tional) 두 가지로 나눈다. “리산 유태인”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는 어쩔수 없이 모국을 떠났기 때문에 강한 귀소본능에 전통지향적이여서 거주국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않는다. 그 대신 트랜스내셔널은 모국의 국적을 초월하고 거주국국적을 취득하여 주류사회에 진입한다.
광복전 동북지역에 살다가 광복을 맞이하여 조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을 포함한 1945년 이전의 재중조선민족은 어느 시각에서 보아도 분명히 디아스포라였다. 그러나 계속 중국에 남아 모국의 국적을 초월하여 중국국적을 취득한 1949년 이후의 조선족은 학문적 분류에서 분명히 트랜스내셔널이다.
한족의 경우도 미국이나 타국 국적을 취득한 화인(중국정부가 말하는 “동포”)은 트랜스내셔널이라 하고 중국국적을 소유한 화교들은 디아스포라라 한다.
학문은 반 쪼가리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2. 김호웅교수가 황유복의 관점이라고 하면서 정리한 두 번째 문제 : “▲ ‘조선족’은 ‘한반도의 족속’과 같은 민족이 아니라 ‘100%조선족’일 뿐이다.”
나는 <이중성성격의 사람은 있지만 이중성민족은 없다>라는 글에서 “지금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민족"은 내이션(nation)이란 개념이고 nation 은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력사적, 문화적, 혈연적 공동체’를 지칭한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민족’이란 용어의 개념도 ‘국민+민족’이다. ‘한족’은 중국 국민으로서의 ‘漢민족’이고 ‘몽골족’ 은 중국 국민으로서의 ‘몽골민족’이며 ‘조선족’ 역시 중국 국민으로서의 ‘조선민족’이다. 여기서 ‘조선족’은 nation의 개념이고, 따라서 ‘조선족’과 한국의 ‘韓족’은 ‘서로 다른 민족’이다.” 라고 개념정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호웅교수는 “개념 사용에 있어서 더 큰 혼란에 빠진 것은 오히려 황유복 선생 자신이라는 사실을 유식한 네티즌들이 지적하고 있다. ‘황유복 선생의 용어 사용에 혼동이 있다. 중국 56개 민족을 nation이라 했는데, 응당 ethnic group라 해야 한다.황유복 선생은 조선족은 nation의 개념이고 따라서 조선족과 韓民族은 다른 민족이라고 했는데, 중국국민이 nation의 개념이고 조선족이 ethnic group의 개념이다. 따라서 ethnic group 면에서 조선족과 한민족은 같은 민족이고 조선족과 중국국민은 nation에서 같은 민족이다.’” 라고 했다.
“유식한 네티즌”이라고 올려 추면서 민족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어느 누리군의 댓글을 근거로 남을 공박하는 것은 무식함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학자가 학문을 대하는 자세이자 도덕성의 문제이다. 익명의 댓글이 학문의 근거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대학교수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 개념정리
나의 은사님이셨고 지금은 타계하신 吴文藻,费孝通,林耀华 등 중국의 민족학과 문화인류학계의 최고 권위들이 함께 집필한 《中国大百科全书 民族卷》의 “朝鲜族 (Chaoxian nationality)”조목에 영어로 Chaoxian nationality라고 하여 “조선족”은 nation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中国大百科全书 民族卷》69페이지) 그리고 조선반도 북과 남의 조선민족은 “朝鲜人 (Koreans)”이란 조목에서 다루면서 설명중에 “与中国朝鲜族同源”이라고 했다(《中国大百科全书 民族卷》67페이지).민족학분야의 최고 권위들이 정의한 “처아오시안(朝鲜) 내이셔널리티”와 “코리언”은 하나의 “민족”이 아니다. 그러나 에스닉그룹(ethnic group)이라는 개념으로 조선족과 조선, 한국인은 하나의 “겨레”이고 “동포”이다.
3. 김호웅교수가 황유복의 관점이라고 하면서 정리한 세 번째 문제 : “▲ 조선족에 대한 중국 지성인들의 불신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보다시피 황유복 선생은 중국의 한 사이트에 실린 네티즌의 글을 논거로 삼고 있는데,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사람을 과연 “중국의 지성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런데 그 “중국의 한 사이트”가 <인민일보>사이트고 그 “네티즌”이 중국의 유명대학교수로서 중앙정치국위원들에게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의 지성인”이라 볼 수 없을까? 사실 중국사회과학원계통이나 대학들에서 조선족학자들의 “이중성론”을 빌미로 중앙으로 보내오는 <보고서>는 인민일보사이트의 글보다 훨씬 심각하다.
내가 <이중성성격의 사람은 있지만 이중성민족은 없다>라는 글에서 강조했지만 세상에 “이중성민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김호웅 등 일부 학자들뿐이다. 왜 꼭 없는 말을 만들어서 조선족의 위상에 상처 주는 일을 해야 하는가?
4. “이중성(二重性)” 과 "중층적(双重性)"
∎ 개념정리
“이중성(二重性)”이란 단어는 한어나 조선어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중성”은 사물의 본질, 즉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성질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나 한어의 “双重性”이란 낱말이나 조선어의 “중층적” 혹은 “다중”이란 낱말은 사물의 본질과 관계없이 구조적측면에서 두 개의 층면을 이야기할 때 쓰인다. 때문에 “二重性”과 “双重性”은 서로 호환(互换)할 수 있는 낱말이 아니다.
왕아남이 말한 "双重民族身份과 민족의식"은 "이중성민족"으로 번역될 수 없다. “双重民族身份” 이란 말에서 “双重”은 두 개의 층면이란 뜻이다. 즉 중국의 56개 민족은 구체적인 자기 소속민족과 "중화민족"이라는 두 개 층면의 신분을 가진다는 말이다. 조선족은 “조선족”구성원인 동시에 “중화민족”의 구성원으로 된다는 말이다. 이것을 한어에서는 “双重民族身份”이라 하고 우리말에서는 “중층적 민족신분” 혹은 “다중 민족신분”이라 한다. 여기서 "중화민족"과 "조선족"은 "두 개의 대립되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왕아남은 “双重民族身份” 이라고 했지 “二重性民族身份"이라고 하지 않았다.
김호웅은 “조선어에는 쌍중성(雙重性)이란 낱말이 없기에 이중성(二重性)이란 낱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라고 했는데 그것은 무지의 독선이다. 중국, 일본, 한국의 민족학학자들은 우리 말 론문에서 한어의 “双重”에 해당되는 말로 “중층적” 혹은 “다중” 이란 낱말을 사용한다. “(조선족의)중층적·다차원적 구조” (일본 나고야대학 교수, 사쿠라이 타츠히코: “동아시아의 코리안·네트워크 연구의 시점과 과제”) ; “‘한민족’이라는 것은 그저 자기의 다중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 명지대학교 교수, 박화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비극”)
5. 조선족문화는 “변연문화”가 아니다
김호웅교수는 론문에서 조선족문화의 “변연문화론”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 개념정리
“边缘文化(marginal culture)”란 절대 김호웅교수가 말한 뜻이 아니다.
“marginal culture”이란 개념은 독일의 인문지리학자 라첼(Ratzel)이 1891년에《인류지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최초로 사용한 문화중심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아류문화(亚文化)"라는 개념이다. 영국문화인류학자 타일러(Edward B. Tylor)를 대표로하는 고전진화론학파들이 “边缘文化(marginal culture)”개념을 문화인류학에 도입하면서 문화중심에 대응되는 아류문화로서 “락후한 문화”라고 개념을 정리했다.(陈国强等 1990,《简明文化人类学词典》,第116页.)
“한(漢)족 문화”는 중국에서 주류문화의 작용을 하고 있다. 조선족문화는 중국에서 비주류문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절대 한족문화의 “아류문화”나 한족문화에 비해 “락후한 문화”는 아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조선족문화는 조선문화나 한국문화와 뿌리를 같이 하는 하나의 자주적문화이지 그들 문화의 “아류”도 그들에 비해 “락후한 문화”도 아니다.
6. 조선족과 조선족문화의 성격에 대한 정판룡선생의 견해:
나는 정판룡선생님의 아래의 견해를 완전히 동의 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의 많은 견해들은 흔히 기성의 개념이거나 어느 한시기의 정치수요로부터 출발하여 무단적으로 결론을 내려진것이기에 그 결론이 흔히 중국조선족문화의 실제정황과 잘 맞지 않게 된다. 이를테면 중국조선족은 조선으로부터 중국에 천입한 민족이기에 본질적으로 여전히 조선민족의 한 부분이며 그 문화도 조선민족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견해가 이런것이다. 이런 견해는 중국의 조선족이 조선민족에서 갈라져나와 중국으로 천입했다는 한가지 사실만을 근거로 삼았지 갈라져나온 뒤 새로운 환경에서 점차 자기 특성을 가진 새로운 민족공동체로 발전해나갔다는 사실은 홀시되고있다.” (정판룡: “우리나라 조선족문화의 성격을 론함” )
정판룡교수님께서는 당신이 문학전공자이셨기 때문에 조선족과 조선족문화를 이야기하시면서 같은 글에서 “이 문제는 민족학에서 연구되여야 할 문제”라는 겸손함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7. 김호웅교수는 론문에서 “황유복 선생은 한국계미국인들이 “탈한국적인 코메리칸사회”를 만들었듯이 중국조선족도 100여 년간의 이민사, 정착사, 투쟁사를 통해 이미 중국사회에 튼튼히 뿌리를 내린 것만큼 중국조선족이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일종 허구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중국조선족공동체가 한국사회와 구별되는 점만을 이야기하고 중국 주류사회와 구별되는 점은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른바 탈모국(脫母國)적인 “100%의 조선족”을 운운하면서도 중국조선족이 살아남으려면 민족문화, 특히 민족교육을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특히 “100%의 조선족”론은 중국조선족과 모국과의 문화적 연계를 인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중국조선족의 민족적 정체성 인식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라고 했다.
∎ 개념정리
(1) “그는 중국조선족공동체가 한국사회와 구별되는 점만을 이야기하고 중국 주류사회와 구별되는 점은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판룡선생님의 말씀대로 조선족이 “자기 특성을 가진 새로운 민족공동체로 발전”했음을 이야기할 때 자연히 같은 겨레인 “한국사회”와 다른 점이 지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선족과 “중국 주류사회” 즉 한족(汉族)과는 민족(nation)개념에서도 동포(ethnic group)개념에서도 그리고 민족문화(national culture)차원에서도 원천적으로 다르다. 완전히 다른데서 또 무슨 “구별되는 점”을 찾아야 되는가?
(2) “이른바 탈모국(脫母國)적인 “100%의 조선족”을 운운하면서도 중국조선족이 살아남으려면 민족문화, 특히 민족교육을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김호웅교수님의 뜻은 조선족이 민족문화와 민족교육을 부흥시키려면 조선이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단 말인가? 조선족은 1949년에 이미 탈모국(脫母國)적 구조변경을 거쳐 중국소수민족으로 되었다. 중국국적을 취득(탈모국)했기 때문에 조선족은 민족문화와 민족교육을 발전시킬 자격이 없단 말인가? “탈모국(脫母國)”적이란 개념은 우리가 앞으로 “하자”, “말자”하는 문제가 아니라 력사적으로 이미 되어있는 문제이다. 다민족국가에서 각 소수민족들이 자기민족의 문화와 교육을 소홀히 하면 주류민족에 의해 동화된다는 도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3) “‘100%의 조선족’론은 중국조선족과 모국과의 문화적 연계를 인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중국조선족의 민족적 정체성 인식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나는 론문에서 “100%의 조선족”을 “‘조선족’이라는 3글자 속에는 우리 선대들이 조선에서 이민해 왔고, 우리는 조선민족집단(族群)에 소속되며, 우리는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이라는 내용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라고 정의 했다.
그런데 김호웅교수님은 “100%의 조선족”이라는 점을 승인하면 왜 “모국과의 문화적 연계를 인위적으로 차단”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100%의 조선족”일 때 왜 한국과 문화적 연계를 할 수 없단 말인가? 김교수가 한국과 문화적 연계를 할 때 100% 조선족이 아니고, “50% 조선족에 50% 한국인”이란 말인가? 그래야 문화교류가 된단 말인가?
현제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겨레는 3가지형태로 정착하고 있다.
(1) 탈모국적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형태 -- 조선이나 한국의 국적과 관계없이 중국국적을 선택했고 중국의 소수 민족으로 인정되었다. (조선족)
(2) 디아스포라(Diaspora) 형태 -- 조선이나 한국의 국적을 같고 중국에서 영주권을 부여받은 사람, 중국에서는 조선교민이나 한국교민이라 부르고 조선이나 한국에서는 재중 교포라 부른다.( 조선교민, 최근에 중국에서 영주권을 딴 한국인)
(3) 재외국민 형태 -- 조선이나 한국국적자로 중국에 장기체류하는 사람. (유학생, 외교공관임직원, 회사관련 사업자 등)
1988년 나는 미국 하버드대학 교환교수자격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중국의 조선족을 “중공속의 한인”이라 호칭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국의 10개 대학에서 순회강연을 하면서 조선족은 중국국민으로서 하나의 소수민족이지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의 “겨레”라고 주장했다. 즉 재외한국인도 한국의 재중교포도 아닌 “동포”라고 했다. 나는 지금 매년 8차정도 한국에 초청되어 학술발표를 하거나 대학 특강을 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정부기관이나 대학교수들은 우리가 주장한 개념대로 조선족을 “동포”라고 부른다. 내가 “100% 조선족”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한국과의 “문화적 연계를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차단된 적이 없다.
우리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족정체성을 확인하고 중국의 주류사회진입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서 중국에서 계속 타민족의 칭찬을 받는 민족으로 거듭날 때 조선족은 조국과 고국의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포함한 전 방위적인 교류를 위해 더 많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2010.5.3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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