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생일이라는 말을 듣자 김명의 아버지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도 그럴것이 그 세월에 가가호호에는 식량도 모자라서 겨우겨우 연명하는 처지였고 선생님한테 드릴 선물은 집안에 새끼 칠 막대기조차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문득 찬장을 들추던 김명의 아버지는 일년전에 군에 갔던 조카가 멀리 관내에서 갖다준 술병을 보고 어망결에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 년대에는 흰술이 금처럼 귀해 김명의 아버지는 술생각이 날때면 술을 한방울씩 입에 넣고는 병마개를 닫고 그냥 찬장에 도로넣으며 마시기 아쉬워했던것이다. 남은것이 고작 한근들이 병사리에 절반가량 남은 술이라 몹시 주저했지만 리선생님이 술을 무척 반가워한다는 소문을 들어온터라 술병을 아들 김명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는《얘야, 아버지는 선생님한테 이것밖에 선물할것이 없구나. 어서 빨리 리선생님한테 갖다드려라 》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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