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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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는 아리랑 한마당 축제
2011년 01월 06일 19시 41분  조회:5245  추천:83  작성자: 강동춘

 

겨울의 추위가 몸속까지 파고들지만 지난 10 23일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나며 격정으로 들먹이는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다.

    그날 나는 연변팀과 안휘구방팀과의 경기를 관람하러 경기장에 나섰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파란 잔디밭에서 량팀 선수들이 한창 훈련전 준비운동에 여념이 없었고 1 5000여명 축구팬이 모인 관중석은 북소리,징소리,함성소리 분위기는 그야말로 시합전부터 후끈 달아오르고있었다.

    나는  관중이 많이 모인 관람석 중심구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간혹가다 가을바람에 빨간 단풍잎이 날아와 얼굴을 간지럽혔지만 연변팀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냥 정겨워보였다. 문뜩 방송에서 우리민족의 가요를 대표하는  아리랑선률이  흘러나왔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순간 중국 축구무대에서 종래로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던 이색적 분위기가 형성되였다. 은은한 선률에 맞추어 열정축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것이였다.

    드디여 경기시작을 알리는 호르래기소래와 함께  모두들 손에 땀을 쥐였다. 경기초반부터 안휘구방팀은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하며 연변팀과 치렬한 쟁탈전을 벌렸다. 정채로운 경기순간마다  관중석은 때로는 응원소리, 때로는 술렁임소리,  때로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조용하였다. 그런 와중에 앞자리에 앉은 한 나그네가 안타까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야~왜 저리도 꼴이 못들어가는지, 차라리 내가 들어가  꼴을 넣어야겠다”며 당장 출전이라도 할 태세였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마누라가 눈살을 찌프리며 “에이그, 당신 들어가 차면 제문대에다가 꼴을 넣을걸”하며 못마땅하게 대꾸한다. 순간 주위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옆에 앉은 친구인듯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야, 이겨도 내 형제고 져도 내 형제다. 급해말고 우리 연변팀이나 잘 응원하자.” 그리고는 씽 앞으로 달려나가 축구팬 응원대장의 스피커를 잡아채고는 “여러분, 우리 소리높이 연변팀을 응원합시다! 연변팀 이겨라! 연변팀 파이팅”하며 목청껏 웨쳤다. 이어서 관중들도 그 소리에 맞춰 조직있고 절주있게 “연변팀 이겨라! 연변팀 파이팅”하며 합심하여 따라 웨쳤다.그러자 얼마 안지나 기적이 끝내 나타났다.  하늘이 떠나갈듯한 응원속에서 우리팀의 9번 허파선수가 루둘라의 패스를 이어받아 헤딩으로 꼴네트를 갈랐을 때~아, 기쁨이 터지는 그 순간,    막혔던 목에서 함성이 터져나오며 감동의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나 좋아서 울었고 이겨서 울었다. 우리팀의 건아들은  안휘구방팀을 이겨버림으로써 갑급팀 3위권에 올라섰으며 200백만 겨레의 자존심과 얼을 지켰다!그야말로 말로는 다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시계바늘이 다 멈춰설것만 같은  너무나도  황홀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였다.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아쉬운 심정으로 하나 둘  자리를 옮긴다. 앞좌석에 앉은 뽈 차러 경기장에 들어가겠다며 사람들을  웃기던 그 나그네도 열띤 응원에 엄청 갈증이났던지 다 석쉼은 소리로 “어이, 컬컬한데  우리 어디가서 맥주하며 경축하기요”하며 옆에 친구들을 둘러본다.  그러자 그 열혈축구팬 친구가 “저기 비등명태집에 가서 시원컬컬 맥주에 한잔 쭉  하기요”하며 일어난다.  순간 남편을 골려주던 마누라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야~ 좋아요. 경기를 이기면 비등명태집에서 빙천맥주 한상자 그냥 공짜로 준대요. 오늘 저녁 우리 연변팀의 승리를 경축하며 실컷 마시자요”하며 반긴다. 여기저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방송에서 또 다시 아리랑선률이 흘러나온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그 선률에 맞춰 자리를 뜨던 사람들은 “야~좋다~좋지~ 웃고 웃으며 또다시 흥겨운 춤판을 벌려간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어 또 이어가는 사람들의 자연스럽고 열정적인 모습에  나는 코끝이 찡해나며 이름못할, 말로 다 표현할수 없는 감동과 따스한 정을 느꼈다. , 이게 바로 우리 민족의 울고 웃으며 넘는 아리랑 한마당 축제가  아니겠는가 . 축구는 이미 우리 민족에게 단지 축구가 아닌 문화이고  우리의 얼굴, 우리의 생활이란 말이 눈앞에 사실로 다가오는 생동한 화면이였다.

    10 23, 그날의 뜨거웠던 열풍은 지나갔다. 허나 그 감동의 순간들은 은은한 아리랑 선률과 함께 뜨거운 축제의 분위기로  이 겨울을 녹이며 경기장 잔디밭에, 아니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그냥 아름답고 차분한 추억으로 깔려있을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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