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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늘 거기 있기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
너른 세상 갈 곳 많아도
민들레는 아예 흙에 자신을 맡겨버리고
제 본래 태여난 땅 그 한구석에서
순하고 천해도 항상 밝게 살기로 했다
누굴 닮았나 묻지 말자
무심히 보기엔 너무 고상한 꽃
그렇게 많이 모여있어도
서로 헐뜯는것 보지 못했다
그렇게 가혹하게 짓밟혀도
신음소리 한마디 듣지 못했다
흘리는 눈물은 더구나 없는
아, 우리 겨레 녀인들 같은 꽃이여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깊은 산 수림속에 오똑 솟아있는
작은 집 한채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홀로 둥둥 떠가는 섬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들은 늘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산다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달은 태여나자부터 홀로고
버섯은 종래로
외기둥에 받쳐있다
그래도 얼마나 명랑한가 또 도고한가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나도 모른다 바깥세상 아무리 외로와도
내 안에서부터 자꾸 커지기에
《마지막》이란 말씀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서 김 매시던 아버지
늘찬 논배미 이랑 끝머리
벼속에 숨은 돌피 뽑아던지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섣달 그믐날 일력장을 뗄적마다
어머니도 말씀하셨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한줌 남은 쌀독의 쌀을 긁어내시면서도
남은 한접시의 반찬을 상에 올리면서도
이것이 《마지막》이라 하시며
새로운 시작을 하셨던 그네들
죽음을 내놓고는 진짜 《마지막》이 없는데
《마지막》, 《마지막》 하시면서
짧고도 긴 생을 살아오셨네
힘들고 고달팠던 《마지막》을 끝내고
정작 《마지막》 가는 날은
《마지막》이란 말씀도 못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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