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angxiaosan 블로그홈 | 로그인
강효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시/시조

전체 [ 33 ]

33    [시] 사랑의 완곡어 (외 6수) 댓글:  조회:277  추천:0  2023-09-07
날보고 ‘미워’하는 말이 참으로 미워서 미운 것이라면 그 말 한마디에 등골이 오싹 절망끝에 실련하련만 오히려 그 ‘밉다’는 말에 그대를 더욱 억세게 포옹하며 사랑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그 밉다는 말이 곱다는 뜻의 반의어기때문이다   사랑은 무엇이기에 미움조차도 이렇게 따뜻이 녹여 어머닭이 알을 품은 듯 따뜻한 체온이 온가슴에 찌르르 젖어들어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그리하여 나는 ‘밉다’는 소리에 더욱 상대방의 나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다 어린애가 일부러 응석을 부리 듯 투정을 하 듯 가슴에 품은 사랑의 뜻을 ‘미움’으로 에돌려 내놓는 성숙한 녀인의 완곡어법에서     그물2   죽음이 가까울수록 늘어나는 그물들 그 안에 갇힌 물고기처럼 이제 내 몸은 자유로울 수 없다 아프지 않게 그물을 펴는 다리미는 없나? 세월따라 늘어나는 주름을  훌훌 걷어버리든가 아니면 해묵은 종이장 찢 듯 찢어버리든가하고 자유를 살면 얼마나 좋을가만 이제 나로서는 그물을 걷어낼 힘이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남은 인생 그물과 함께 동행하자 세월이  씌워준 저 천연의 장애물ㅡ 이것도 헤택이라면 살아있는 것이 내게 준 해택이 아니냐     진달래   하늘에서 내려왔나 땅에서 솟아났나 저기 저 하얀 고무신 사뿐사뿐 마른 나무가지 헤치며 산비탈 내려와 쉬고있는 연분홍 옷차림의 고운 녀인들 더러는 키낮은 잡목림곁에 더러는 이슬묻은 바위 우에서 땀들이고 있네 해마다 오월 제철이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약속없어도 찾아와 온 누리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그 누구보다 반가운  천사들 아름다운 옷차림에서 풍기는 향내음에 폭 젖어 산도 새 산이 되고 계절도 새 계절이 되네     종소리   목청좋은 개구쟁이 아이들이 훤하게 뚫린 구멍으로 저저마다 숨어들어 나올 줄 모른다 장난에 취했다가 볼기짝을 맞고서야 그제야 뛰쳐나오면서 아프다고 따앙 땅 소리를 지른다       고드름   립춘대길- 세월은 분명 봄계절에 들어섰건만 눈살을 잔뜩 찌프리고 봄의 도래를 막아보려고 눈과 얼음으로 겹겹이 방어선을 두른 겨울의 힘은 아직 막강하다 그리하여 아직 년소한 봄은 겨울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특수부대를 무어 유격전을 벌린다 겨울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한 으슥한 골짜기 처마밑 아찔한 벼랑을 타고 야금야금 봄의 전령병들 하강하나 겨울의 깊이로 침투할 낭창들을 꼬나들고 일렬 종대로 늘어섰다     봄1   봄은 통 큰 엿장수할매 물기가 뚝뚝 흐르는 엿가락을 누구든 마음대로 맛보라고 처마밑에 죽 늘여 놓았다   봄은 부지런한 찜질방아줌마 꽁꽁 언 몸뚱이들에 뜨거운 김 발라준다 또한 봄은 곰탕집 주방장 료리솜씨도 일품이다 옹근 겨울의 통뼈를 썰지도 않고 통채로 가마안에 집어넣고 삶는다 질질 기름이 나오게 고아서 흐늘흐늘해진 고기덩어리 배고픈 바람이 부지런히 날라다 여윈 계절을 몸보신한다     봄 2   처마밑에 왈랑절랑 락수물소리 누가 두드리는 휘몰이 장단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종일 두드려도 힘도 안드는 듯   때로 봄은 장난기 심한 개구쟁이 아이처럼 시끄러운 존재다 길이란 길은 모조리 헝클어놓고 제멋대로 락서를 한다 아무렇게 갈겨놓은 글씨들이 여기 비뚤 저기 비뚤 세상은 온통 락서의 흔적   그러나 봄은 역시 고마운 존재다 저 눈녹아 거밋거밋 때오르고 거친 들에 누가 새옷을 해입일 것인가 재봉사 봄이 스스로 짊어진 의무다 돌돌돌 고르로운 물소리 재봉기 도는 소리   봄은 또한 화가다 재료나 종이를 탓하지 않는 화가 겨울이 남겨준 낡고 초라한 풍경을 새것으로 바꾼다 푸른 붓 톡톡 찍어 연변일보 2023-07-27   
32    가을 소식 (외 4수) 댓글:  조회:349  추천:0  2021-09-10
가을 소식 (외 4수) □ 강효삼 가을소식은 누가 먼저 알리나 서늘함은 가을의 본능 여름의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 틈사리를 비집고 척후병인 듯 서늘한 바람이 벌써부터 뛰쳐나와 기웃거리고 있으니 가을의 첫 알림인가   하늘이 높아지면 가을이라 했다. 지꿎은 떼구름에 가리워 보이지 않던 하늘이 갑자기 나타난 듯 훌쩍 높아져 우리의 머리 우에 파랗게 비껴있으니 가을은 하늘이 먼저 알리는 건가   푸르던 들판이 소리없이 어느새 노란빛으로 물젖어간다 황금의 빛갈은 가을의 표징 이제 크고 작은 들판과 높낮은 산발들 모두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으니 가을은 들로부터 오는 것인가   선들바람 높은 하늘 황금빛 들판 모두가 다투어 가을의 도래를 암시하는데 아직도 한창 여름 속에 사는 듯 푸른 잎 가득 들쓴 포도넝쿨 아래 언녕 익을 대로 익은 포도송이들은 새까만 눈알만 굴릴 뿐 말이 없다.   사과 풍년 하늘 높고 맑은 가을 과수원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빨간 사과들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절집 뜰안 주렁주렁 매달아놓았던 빨간 그 련등들을 떠올리네 사과들은 얼마나 깊은 수련을 하였기에 련등처럼 빨갛게 익었을가   수련을 갓 시작한 동자승들처럼 이른봄부터 가부좌하고 앉은 사과나무 폭염에 온몸이 땀벌창 되여도 폭우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참봉 되여도 정좌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언 수행하는 스님들처럼 오로지 일편단심 가을만 념두에 두더니 끝내는 모두가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는가   아무렴 사과들에게 열반이란 무엇인데? 나무가지 휘도록 풍성한 과일을 가꿔낸 우리네 과농들을 부처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수행한 보람이 아닌가.   가 을 여름이 잉태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해산의 계절입니다. 여름에 잉태한 것들 가을은 다투어 해산을 합니다 가을은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계절 얼마나 많은 수확을 땅 우에 내려놓습니까 그래서 가을이 더 풍성한가 봅니다   가을은 지극정성으로 열매란 열매는 다 익히는 계절 익히다 익히다 못해 가을엔 하늘마저 익어서 탱탱 여뭅니다. 가을은 가져가서 가을이 아니요 주고 가서 가을이지요 빛갈과 껍질만 가져가고 알속은 다 남겨줍니다 그래도 가져갈 것이 그리 많은지 가을이 되면 숱한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 모두가 가을을 싣고 갈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여기저기서 스적스적 노젓는 소리 순풍에 불려 불려 가을을 실은 배들 다투어 떠나고 나니 가을도 가고 없습니다.   가을 코스모스 계절의 집문턱을 넘어 꽃이라 이름한 것들 다투어 떠나가는데 코스모스만은 아직 여름에 취한 듯 여유만만이다 계절은 코스모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넉넉한 것 아닌데 코스모스는 왜 안달지 않을가   뭇꽃들 다투어 필 땐 아닌 척 모르는 척 키만 껑충한 코스모스는 아직도 와야 할 계절이 오지 않아 긴 목을 빼들고 기다리는 것 같다 여름이 모두 가고 가을이 완연할 때 그때 비로소 꽃을 활짝 피워 오는 가을을 기쁘게 해주려는 코스모스다   삶은 시작만이 소중한 것 아니다 마지막도 소중하다 꽃은 더욱 그러한 것 먼저 피는 것보다 마지막까지 오래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운 꽃임을 코스모스는 아는 것일가 모두가 서둘러 떠나는 시세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추구와 개성을 고수하는 여유롭고 배짱 있는 코스모스 그래서 가을날에 코스모스가 더 돋보인다.   짧아도 먼길 -락엽을 보면서   높은 나무가지에 단단히 매달렸던 푸른 잎들이 세월의 순리에 좇아 노란 잎으로 변신하더니 뚝ㅡ 하는 절명의 소리 한마디 남기고 지상을 향해 가벼이 추락한다 나무잎이 매달려있던 꼭대기서 떨어져 뒹구는 땅 끝까지는 얼마나 먼길인가 나무의 높이에 따라 그 길이도 다르겠지만 저 길에는 들어있다, 이른봄 첫 행군의 발자국 옮겨서부터 봄을 지나고 긴긴 여름을 지나 드디여 이 가을에 들어설 때까지 잎이 걸어온 길 그래서 이 거리는 짧아보여도 멀다 멀다, 영원히 조화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이 한줄에 꿰여있어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다. 연변일보 
31    가을의 소리 (외 5수)- 강효삼 댓글:  조회:582  추천:0  2021-08-23
시       가을의 소리 (외 5수)        강효삼            해빛을 끓이는 조용한 한낮의 풀숲에   스르라미 목소리가 청아하다   너무 작고 은은해 도정신해 들어야지만   분명 가을을 알리는 첫 소리   저 작은 소리에서 사람들은 이 땅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       아, 그러고보니 세상을 움직이는 건   크고 굉장한 목청만이 아니여라   쩌렁쩌렁한 구호는 더구나 아니여라       작고 가는 목청이지만   거짓없는 진정이 담겨있다면   그 목청만으로도 얼마든지   세상을 놀래울 수 있는 것       쓰르라미의 작고 가는 목청에도   가을이란 크나큰 계절이   바이올린의 선률처럼 은은히 떨리면서   가을의 한복판을 가벼이 흔드네   듣는 이 가슴을 향수에 젖게 하네       图片           가을은 쓸쓸함의 둥근 술잔       가을은 분명 단풍드는 색고운 계절이고   열매를 익히는 풍요한 시절이지만   쓸쓸한 계절이다   가을에 쓸쓸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가   가을은 풍성하던 나무잎이 다 떨어져   마른나무 가지들만 헐거워서 쓸쓸하다   곡식들로 꽉 채워져있던 들판이   도욱맞힌 듯 텅 비여있어 쓸쓸하다   꽃들은 언녕 누렇게 시스러지고   비틀어질대로 비틀어진 풀잎들은   쿨럭쿨럭 마른 기침을 하고   가을은 모든 것이 끝나가고 떠나가   훤하게 비는 계절   그리하여 훤하게 비인 하늘과 땅은   쓸쓸함의 큰 술잔 이 술잔에   마시지 않아도 절로 취하는   쓸쓸함의 술이 가득 고여있다   쓸쓸함은 그리움을 더욱 북돋우고   그래서 가을이 되면 내곁을 떠나간   그 사람들이 더욱 보고싶고   흘러간 세월이 더 그립다       图片           가을 코스모스       여름이 문닫히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   꽃바구니 엮어들고 코스모스 서있다   꽃이사 어느때 피여도 곱지 않으랴만   가을날의 코스모스가 왜 더 고운가   장미처럼 현란하지 않고 그저    시골녀인처럼 수수한 꽃인데       코스모스는 남들의 취향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추구와 개성이 따로 있어   여름 뭇꽃들이 다투어필 땐   키만 껑충하게 자래우다가   가을이 되여 뭇꽃들이 스러질 때   비로소 환히 꽃을 피운다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해서   유아독존 아름다움 뽐내려는것 아니다   가을은 풍성해도 쓸쓸한 계절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놓쳐   조금이나마 허전함을 채움으로써   외롭고 쓸쓸한 계절을 위로하려는거다   접시같은 꽃송이에 아름아름 향기 담아           图片       락엽 1       나무가지를 타고 앉아 마음껏   나래짓 하면서도   날아가지 않던 숱한 새들이   바람타고 포르릉 땅바닥에 내려앉아   부리로 가을을 쪼아먹는다   배고픈 새들 얼마나 부지런히   쪼아먹었는지   가을은 보이지 않고   앉아있는 새들만 수두룩하다       图片       락엽 2       잘익은 나무잎 하나가   포르르 새처럼 날아   발밑에 떨어진다   엽서다, 수신인의 주소가 따로없어   누구든 받아볼 수 있는    한장한장의 엽서다   바람에 마를 대로 말라   쥐면 부셔질 듯 볼품없는 엽서지만   무슨 귀한 말씀을 전하고싶어   이렇게도 많이 던져놓았나       엽서엔 씌여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할 소중한 글귀   -오늘은 나 래일은 너   누구나 한번씩은 죽는다고   당신도 죽는다고   그러니 죽음을 바로 대하라고   인류 수천년 탐구해온   삶과 죽음의 진리를   단 몇마리로 개괄한 명구   - 오늘은 나 래일은 너       *오늘은 나 래일은 너- 이 글은 영국 런던의 한 묘지의 묘비명에 씌여있는 글           图片       락엽 3       나무들이 무더기로 잎을 떨군다   주머니를 톡톡 털어 아낌없이   동글납작 금전같은 나무잎들   그것이 나무에겐 바로 돈이다   가을은 어느 길로 가든 돌아가는   가는 길이 많고도 많아   큰길이든 오솔길이든   가는 길에 려비로 쓰라고   무득무득 떨구어놓고   혹여 길이 없어 낮도 밤같은   숲을 거쳐 가는 가을에겐   가다 힘들면 쉬고 갈 숙비로 쓰라고   목마를 때 물이라도 사마시라고   뭉치뭉치 수북하게 주머니에 넣어주네   주는 돈이 많아서 엄청나게 많아서   이제 가을은 언제 어디로 가든   돌아갈 걱정 없겠다 흑룡강신문
30    민들레꽃 화로 (외 4수)□ 강효삼 댓글:  조회:406  추천:0  2021-06-07
노랗게 피여난 민들레꽃들은 하나하나 모두가 죄꼬만 화로불이다 석탄 한톨 아니 쓰고 기름 한방울 아니 태워도 연기 없이도 잘만 타는 저 앙증맞은 화로불 비물에 젖어도 식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면서 봄을 굽는다, 그 속살까지   그리하여 별들처럼 총총한 화로불에 쪼일 대로 쪼여 노랗게 익는 봄 화로 곁에 모여앉아 불 쬐는 아이들 없어도 잘 구워진 고구마처럼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물씬 풍겨 봄이 더욱 봄 같구나 노오란 불덩이가 사그라질 대로 사그라져 더는 타지 못하는 하얀 재로 남을 때까지 계절을 굽는 민들레꽃 화로.   여름은 마라톤의 푸른 경기장   여름은  마라톤의 푸른 경기장 화창한 봄날 작은 주먹 쥐고 스타트를 뗀 후부터 모든 풀과 곡식, 나무들의 달리기 경기는 더욱 극렬해진다   코스가 없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들의 달리기란 땅이 아니라 하늘 향해 키를 늘구는 것 곡식들 풀들 나무들의 푸른 꿈이 여름구름처럼 부풀어올라 달리면 달릴수록 우썩우썩 키가 큰다   마리톤의 종점은 가을 모두가 결실의 리스트에 도달하면 누구나 다 우승이 되기에 이들의 경기엔 재판이 따로 없다 가을이 재판관이다 태양이 금가루 가득 풀어내려 눈부신 아침부터 달리기를 시작하면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푸른 젊음이 왁자하니 기세 돋구며 달리고 달리는 선수들 푸른 맥박이 툭툭 튀는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름은 온갖 푸른 것들의 마라톤 경기장.   산과 새   새가 없다면 산은 입이 있어도 벙어리 그래서 산은 언제나 가슴을 환히 열고 저녁 아이들을 불러들이듯 새들을 제 품에 맞아들인다   때로 재잘거림이 과묵한 산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산은 그 어느 때도 시끄럽다고 새들을 쫓아낸 적 없다. 항상 반가이 맞아주는  산이 고마워 새들은 부지런히 산의 말을 대신한다 산과 함께 다정한 친구로 살면서…   명랑한 새소리는 산의 언어 새는 산이 숲속에 머리 박고 바람이 엿들을가 봐 소근거리는 산의 낮은 귀속말까지도  다 알아듣는다 그래서 산은 하냥  새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안한다 새는 또한  산의 대변인 산의 말이 서투르면 바르게 일러주고 산의 말이 낮으면 톤을 높여주며 산의 틀린 말은 쉽게 수정해준다 가끔 새가 읊조리는 새들의 시랑송은 산을 취하게 하여 한낮의 해볕에 피곤한 산이 조을 때 산이 잠간 단잠에 빠지게 도란도란 자장가로 들리기도 한다.   고사리   사랑의 유혹에 몰래 이끌리면서도 아직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안개 같은 숲속에 몸 숨기고 누구인가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고사리 온 산판을 쏘다니던 바람이 나보다 먼저 찾아냈나부다   너무 좋아 부둥켜안고 볼 비비는 바람의 수다스러움에 그만 꽁졌던 머리 확 풀어헤쳤는가 고사리는 이제 수줍은 처녀가 아니고 돛배 달고 시집가는 각시가 되여 내 앞에 서있는데 너를 찾아 높은 산 깊은 계곡을 헤매던 나는 발걸음 늦은 탓에 헛물만 켜고 맹랑하게 놓쳐버린 사랑 앞에서 고사리도 꺾을 때 꺾어야 하듯 사랑도 때가 있음을 더욱 절감한다.   붉은 고추   이글이글 타는 태양의 열도로 활활 제 몸을 달군다 불에 타 소멸되지 않으면 빨갛게 구워져 영생하려고. 연변일보   
29    이른봄 강물의 소리에서(시, 외5수) 댓글:  조회:733  추천:0  2019-07-09
이른봄 강물의 소리에서 강효삼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더니 대동강과 멀리 떨어진 이곳 북방의 강들도 이제 움찔움찔 몸을 풀 차비  뒤척이며 깨여나기 바쁘게  울컥거리며 제 목소리를 낸다    처음은 혼자의 중얼거림처럼   가늘게 떨리더니  여럿의 소리를 합칠수록  강심 아닌 기슭에서까지  웅글은 소리로 범람한다    그 기나긴 혹한의 추위 품속에 가두고 속으로만 외우던 소리  두터운 얼음장에 눌렸어도  침묵하지 않았기에 낼 수 있는 소리다  모두가 제 목청을 감추며 사는 계절에 남먼저 목청 터진 저 강물의 소리는  해동의 봄해살 몸에 잔뜩 바르며  깊은 어둠 쪼개는 칼의 소리로 들린다      락엽에 대하여   이른아침 뜰에 나서니  간밤도 숱한 락엽들 지상에 수두룩이 드러누웠다  락엽들은 하나하나가 노오란 교훈 침묵하는 삶과 죽음의 경륜들    삶에 가장 힘든 것은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라는데  저렇게 말끔히 가진 것 다 내려놓고  시름없이 가벼이 그리고 담담하게 본래의 그 무로 돌아갈 수 있는가   젖 떨어진 아기들처럼 이제  그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던 의지에서 추락하여  가장 낮은 땅바닥에 뒹굴면서  가진 것이란 온통 절망할 것들 뿐이지만  락엽은 후회도 원망도 없이   자유를 만긱하며 즐겁게 뒹군다  더러는 아직 아픔이 남아있는듯  밟으면 아삭바삭 뼈 부스러지는  소리 들리기도 하나 그러나 종당에 다 놓아버리면서  삶과 죽음의 심오한 철학을  가장 쉽게 또 명철하게 공으로 가르치는 락엽  그래서 락엽에 대한 시는 쓰고 써도 그냥 새롭구나     나무가 쓴 문장    오늘 아침 동그란 잎 하나가  또 가벼이 지상에 몸을 눕힌다  잘 익힌 나무의 문장이다 낮게 엎드린 흙의 사상을 하늘의 주제로 길어올리고 가지들의 줄거리로 복잡하게 엮어서   무수한 잎의 언어로 풍성하게 엮은 내용 만일 저 한잎 한잎의 잎들이 한구절 한구절 문장에 찍은 마침부호라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문장을 품고 있는가   그리하여 수림은(树林)은  나무가 쓰는 대작들을  집성한 방대한 서림(书林) 산은 저 서림을 가득  진렬해놓은 신간 도서관   푸르싱싱한 령혼의 설레임으로  아름다운 미의 세계를 과시하며 글쓰기에 평생을 다 바치는 나무    그러나 아무리 혼신을 다해 쓴 글이지만  세월에 뒤져 낡아지면 나무는 미련없이 훌훌 다 지워버리고  그 긴 한해 창작년보만 단 한줄로  몸속 깊은 곳 폴더에 저장할 뿐  ‘유명하다’ ‘저명하다’ 따위 턱없이 춰올리는 형용사는 외면하고  그저 처음 태여날 때 이 세상이 불러준  나무라는 고유한 자신의 그 한 이름만 적는다     북방   옹기종기 모여앉은 인심 좋은 마을들  진창에 흙이 매달려도 걷고 싶은 길  겨울이면 깨끗한 백설이 가지를 물들여  혹한 속에도 솔나무가 한결 더 싱싱한 곳 아, 북방 나의 사랑이여  깊은 눈길에 허우적거려도  도처에 빙판길 미끄러 넘어져도 떠난 이들에겐 아련한 그리움이 되고 살고 있는 이들에겐 즐거움이 되는 곳   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이 누워있고 강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하얀 백골이  물결에 귀를 씻고  추위마저 강인한 의지의 보약이 되는 땅 흑토를 적시는 강물이라 조금은 흐린듯 싶어도  설피도록 검은 흙에 넉넉히  반죽되여  우리를 배불려주는 근기 있는 찰떡이 되나니    언제나 마음 순후하고  반가이 맞아주는 겨레가 있어 아득한 북방은 어디 가나 살 만한 곳  나의 눈동자 북방의 하늘빛 담아 맑고  나의 피 북방의 강물 흘러들어 줄기차고  나의 뼈 북방의 호된 추위 다져 강잉하거니  내 말을 할 수 있고  내 글을 쓸 수 있고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땅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몸짓을 가지고  어제도 살고 오늘도 살고 래일도 살겠노라  좋은 일 궂은 일이 살이 되고 뼈가 되여     정    듣기만 해도 훈훈하고 따뜻한 말씀 고향이란 말과 어머니란 말처럼  정이란 말은 이 세상에  그렇게도 따뜻하고 좋은 말  정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비빔밥처럼 섞는 것이라 하자  한치 두께도 못되는 인간의 가슴벽이   등을 돌려 장벽이 될 때  턴널처럼 그 벽과 벽을 아프지 않게 살짝 뚫어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게 하는 마음의 통로 오래 묵힌 포도주 같이 한잔 술에도 대뜸 한몸이 확 달아오르고 꽁꽁 언 사람에게 김이 문문 나는 따끈한 국밥 같은 것   정이 든다는 것은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있고  내 마음속에 네가 자리잡아  누가 누구의 것인지 분별할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닮는다는 것    정은 추운 겨울날 먼길 떠났다 돌아올 때 동구밖까지 마중 나와 언 손을 문질러주던 어머니의 그 따뜻한 손길이며  색다른 음식이 조금만 생겨도  치마폭에 싸안고 바자돌이를 하던 후한 동네인심  잔잔한 도래굽이 모래알 어루만지는 강물의 여울소리   아, 이른봄 오슬오슬 몸이 추울 때 양지쪽 포슬거리는 해살이라면 어때? 서로가 등을 돌리고 외면했던  산과 산이 손을 꽉 움켜잡은 것이라면 어때?  흩어져 제각기 제 갈길만 가던 물줄기들이 한데 모이는 것처럼      진달래    분명 제 또래들보다 일찍  바람난 시골 계집애가 분명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딱히 몰라도 이성에 대한 집착만은  놀랍도록 무서워서  부끄러움도 잊고 왈칵 터뜨린  빨간 사랑고백 
28    [시] 오 월 (외 2수) (강효삼) 댓글:  조회:776  추천:0  2017-08-01
시 오 월 (외 2수) 강효삼   나무란 나무 꽃이란 꽃 풀들은 풀 봄을 맞아 생성하는 모든 생명에 출생의 자유와 향상의 권리를 마음껏 베풀어준다, 오월은 그리하여 고운 해살과 부드러운 바람의 배려에 한껏 고무된 푸른 나라 국민들 다투듯 몸을 부풀린다 키를 자래운다 생의 무게를 늘린다 왁자하니 떠들며 오월의 푸른 하늘 향해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 푸른 비약과 더불어 온갖 꿈들이 무성하는 오월엔 하늘조차 자란다.   상 실 고사리의 가치는 꼭 움켜쥔 그 주먹안에 다 들어있다 그것은 단 한번뿐인 당신의 젊음 놓지 말고 쥐고있어야 알찬 재부가 되는데 그만 다람쥐처럼 당신 주위를 뱅뱅 도는 바람의 유혹에 견디다 못해 손아귀에 들어쥔 재부 훌 놓아버리니 이제 손에 아무것도 없는 고사리 고생금 얼기설기 서려있는 빈그물만 거미줄처럼 바람에 흔들리고있네.   여름의 바람이 없다면 잎새 흔드는 여름의 바람이 없다면 꽃이 어찌 아름다울가 볼을 매만지며 머리를 쓰다듬는 푸른 바람의 애무에 꽃들이 한결 젊어진다 잎새 흔드는 여름의 푸른 바람이 없다면 나무가 어찌 숲이 될가 푸른 잎 스쳐 흐르는 물결 번뜩이는 생명의 파도로 청신하구나 여름의 푸른 바람은 꽃과 나무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청량음료 모두들 저렇게 통쾌하게 마시고 힘을 내지 않느냐. 연변일보  2017-5-18
27    [시] 나무 가을강을 건너다 (강효삼) 댓글:  조회:691  추천:0  2017-07-31
시 나무 가을강을 건너다 강효삼   가을 나무들이 아직 얼어붙지 않은 강을 건너 겨울의 대안으로 노저어 가자면 배가 있어야하는데 그 배는 무엇일가 세월을 등에 업은 락엽들이다 나무가 가을강에 던져놓은 무수한 배들 지친 가을을 싣고 배들은 간다 저기 저 하얀 손수건 흔드는 계절의 마지막 부두로 하여 가을의 산에 가면 무시로 나무잎 떨어지는 소리가 온통 스적스적 노젓는 소리로 들린다. 연변일보  2017-7-20  
26    [시] 억새를 보면서 (강효삼) 댓글:  조회:750  추천:0  2017-07-31
시 억새를 보면서 강효삼   지꾹한 풀숲에서도 환하게 보이는 것은 그 흰빛갈 때문이다 저 깨끗하고 도고한 모습 억새가 도달한 순백의 경지는 자연이 절로 물들여준 것 아니다 온갖 풍상 다 겪으며 때묻은 생을 하얗게 빨아 한 겹 또 한겹 물들인거다 추적거리며 울음그치지 않는 가을비에도 퇴색하지 않아 저렇 듯 담담하면서도 기끗한 백발을 나도 만년에 이고 살 수 있다면? 결코 락엽 같은 존재는 아닐 것인데…   연변일보  2017-7-20  
25    [시] 가을 사과나무에 드리는 소망 (강효삼) 댓글:  조회:604  추천:0  2017-07-24
시 가을 사과나무에 드리는 소망 강효삼 허리가 휘도록 귀한 자식들 어깨 우에 올려놓고 대기하는 당신에게 소망합니다 리별이게 하십시오 보내야 할 때는 선뜻 보내는 행복의 배웅이게 하십시오 비바람 견디며 애지중지 키워서 항상 남들에게 통채로 주는 것을 락으로 아는 당신 귀한 자식 다 떠나보내고 잠시 공허로 몸이 비인다해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사랑으로 응축된 새로운 잉태 래년에는 더 크고 실한 자식들 주렁주렁 아픔의 출산이게 하십시오 기쁨의 흔들림이게 하십시오.   연변일보  2017-7-20
24    단 풍 (외 5수) 댓글:  조회:1169  추천:1  2014-12-12
단 풍 (외 5수)  □ 강효삼    죽어야만 비로소 얻어지는 자유 그런 죽음을 누군가 소원하기에 잎이 스스로 제몸에 불을 단다 봄내 여름내 태양빛에 뭉친 성냥가치 심심하면 추켜드는 그 서리빛 가을의  칼날 이제 피하기는 어려울것같다 그럴바엔 내 먼저 내 몸에 불을 지르자 죽음으로밖에 대답할수 없는 나무잎들 잎들은 안다,  죽음을 보기전엔 가지 않는 가을 가을이 가지 않아 오지 않는 봄 그 봄으로 먼저 가고싶다, 단 한번의 봄이 아니라 그 영원한 봄을 위해 아, 그 아름다운 분신 비록 오늘은 한 점 단풍으로  탈뿐이지만 래일은 감동에 젖은 온 산발이 다 뛰여들어 제몸에 불을 달아,불이 되리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켜듯 늦어 가는 길 춥고 어두울가봐 저마다 켜든 그 정의의 빨간 불들 흰 눈 이른 봄 잎이 돋고 꽃움이 터서 활짝 꽃으로  흐드러질때까지 얼마나 로고가 많았다고? 비바람  이기며 결실의 종말까지 함께 가자 깍지 끼고 약속들 했었는데 그런 손 슬그머니  놓아버리고 너희들 아아한 지상으로  추락한것은? 너무 많은 희망과 기대 모두가  남아서는 이룰수가 없는 꿈 누구든 희생해야 그 별빛 찬란한 목적에 이를수 있기에 맡도 끝도 없는 심연으로 주저없이 자신들을 추락시킨다 아, 그것은 눈,눈, 흰눈 창 문 창문은 광명이 어둠을 향해 빛을 쏘는 네모꼴 총구 그 총구로 해살을 마구를 퍼붓는다 어둠의 심장이 대번에 펑 뚫리라고 연변 초가집 저건 배였지 대륙을 배밀이해 와 한 기슭에 조용히 닻을 내린 죄꼬만 쪽배 세월의 파도에 흔들릴지언정 밀려가지는 않았다 저건 토기그릇이였지 할아버지 할머니 정성들여 빚어서 따뜻한 해볕에 노랗게 구운 항상 구수한 인정이 된장국처럼 몰몰 끓고있던 곳 저건 또 둥지였지, 바람들가 돌기돌기 벼짚으로 둘러 막아서\ 한 족속의 시린 마음 따뜻히 보듬어주던 얼마니 많은  꿈들 저 둥지에서 콩나물처럼 쏙쏙 자랐던가 저건 우리네 조촐한 산원이다 광막한 대륙을 정복했던  한 민족 고대광실에서 자신을  잃을때 우린 저  초가집에서 자신의 튼튼한 뼈대를 굳혔다. 가장 탐나는 풍경 가장 탐나는 풍경을 보았다, 병원 6층 입원실창문에서 바깥세상 보고파 겨우겨우 쌍지팽이 짚고 건강한 도시의 숨결을 내려다 볼때였다, 봄은 이제 막 오기 시작했는데 파란 가로수가 유난히 신선하구나 첫 봄이라서겠지, 하늘은 더욱 푸르게 돋보이고 살아있는것들은 저렇게 더 없이 씩씩하고 즐겁구나 마즌켠 베란다에 혼자서서 담배를 태우는 중년의 사나이도 빨래를 너는 녀인도 아는가 오늘따라 당신들 그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부러워 쳐다보는 한 사람이 있다는것을 삶과 죽음의 갈림길서 이제 막 해탈된  환자에게 가장 큰 행복이고 기쁨이고 재부는 건강하게 산다는것 하기에 세상에 탐나는 풍경 많고 많아도 가장 탐나는 풍경은 입원실 창문에서 환자가 내다보는 활기찬 바깥세상이다 종소리 내 안에서 나를 비운만믐 더 가득한 소리 내가 맞는 매가 아픈만큼 더 우렁찬 소리     연변일보
23    단풍 (외 3수) 댓글:  조회:1025  추천:2  2014-09-12
단풍 (외 3수)  □ 강효삼        죽어야만 비로소 얻어지는 자유 그런 죽음을 누군가 소원하기에 잎이 스스로 제몸에 불을 단다 봄내 여름내 태양 빛에 뭉친 성냥가치 심심하면 추켜드는 그 서리빛 가을의  칼날 이제 피하기는 어려울것 같다 그럴바엔 내 먼저 내 몸에 불을 지르자 ㅡ 죽음으로밖에 대답할수 없는 나무잎들 잎들은 안다,  죽음을 보기전엔 가지 않는 가을 가을이 가지 않아 오지 않는 봄 그 봄으로 먼저 가고싶다 단 한번의 봄이 아니라 그 영원한 봄을 위해 아, 그 아름다운 분신 비록 오늘은 한점 단풍으로  탈뿐이지만 래일은 감동에 젖은 온 산발이 다 뛰여들어 제몸에 불을 달아 불이 되리 부처님 오신날 련등을 켜듯 늦어가는 길 춥고 어두울가봐 저마다 켜든 그 정의의 빨간불들 흰 눈 이른 봄 잎이 돋고 꽃움이 터서 활짝 꽃으로  흐드러질 때까지 얼마나 로고가 많았다고? 비바람  이기며 결실의 종말까지 함께 가자 깍지 끼고 약속들 했었는데 그런 손 슬그머니  놓아버리고 너희들 아아한 지상으로  추락한것은? 너무 많은 희망과 기대 모두가  남아서는 이룰수가 없는 꿈 누구든 희생해야 그 별빛 찬란한 목적에 이를수 있기에 밑도 끝도 없는 심연으로 주저없이 자신들을 추락시킨다 아, 그것은 눈,눈, 흰눈 창 문 창문은 광명이 어둠을 향해 빛을 쏘는 네모꼴 총구 그 총구로 해살을 마구를 퍼붓는다 어둠의 심장이 대번에 펑 뚫리라고 고사리 섬섬옥수 머리 곱게 틀어올리고 다소곳이 고개숙인 고사리는 이제 막 님을 기다리는 첫날 각시런가 기다림 커갈수록 더 미끈해지는 몸 맵씨 보동보동한  살결 너를 가졌으면? 쪽진머리 활 풀어헤치고 똘똘 숨긴 정조 누군가 가져가기전 내가 가졌으면  딱 한번에   연변일보 2014-7-31  
22    겨울의 마음 (외 3수) 댓글:  조회:1053  추천:1  2014-03-11
십자길에 앉아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하얀 로인 한분 지금 로인이 앉아있는 곳으로 두갈래 길이 나 있다 죽음과 삶의 길이 로인은 가고싶지 않다 그래도 죽음의 길로는 로인은 부득부득 앉아버틴다 제자리를 뭉개며 얼마를 더 버티려고 정녕 고집부리지 마시고 어서 가시라해도 로인은 거절하며 오히려 자신의 낡은 철학을 푼다 ㅡ날 그대로 두게 죽음을 앞에 둔 늙은일수록 더 살고싶다네. 영춘화 봄 오는 발자국 먼저 귀 기울여 듣고 줄레줄레 어깨겯고 기다린다 온다는 기별 없이 봄은 아직 저 먼 백설우에서 늦잠을 자고있는데 어느새 번쩍 튕기는 환영의 눈빛 한바탕 자는 세월을 들깨우며 와락와락 꽃몽우리 터치는 소리 꽃이 피네 순진한 소녀의 달거리인양 빨간 꽃들 백설우에 포르르 주저앉으면 이게 바로 봄날의 꽃잎들 뿌리 없이도 활짝 피는 영춘화 서로가 마주치는 눈빛속엔 봄의 의미가 들어있어. 유 혹 속살을 간지럽히여 엄지손가락 내들고 칭찬하는 해살의 얇은 유혹 견디다 못해 그만 가슴을 활 열어준 겨울처녀 해살과 한데 뒹굴며 동침하더니 봄을 출산하였네 쩝쩔한 양수를 쏟으며. 진달래 련가 애틋한 그리움의 사연들로 하여 서러운 리별의 눈물로 하여 일찍 왔다 일찍 가는가 가지 말라 오래 붙잡고싶은 꽃이여 너를 안고 한백년 돌리 ㅡ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21    (시) 민들레 (외2수) 댓글:  조회:1915  추천:2  2014-01-13
민들레   늘 거기 있기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 너른 세상 갈 곳 많아도 민들레는 아예 흙에 자신을 맡겨버리고 제 본래 태여난 땅 그 한구석에서 순하고 천해도 항상 밝게 살기로 했다   누굴 닮았나 묻지 말자 무심히 보기엔 너무 고상한 꽃 그렇게 많이 모여있어도 서로 헐뜯는것 보지 못했다 그렇게 가혹하게 짓밟혀도 신음소리 한마디 듣지 못했다 흘리는 눈물은 더구나 없는 아, 우리 겨레 녀인들 같은 꽃이여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깊은 산 수림속에 오똑 솟아있는 작은 집 한채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홀로 둥둥 떠가는 섬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들은 늘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산다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달은 태여나자부터 홀로고 버섯은 종래로 외기둥에 받쳐있다 그래도 얼마나 명랑한가 또 도고한가  외로운것들은 외로움을 모른다   나도 모른다 바깥세상 아무리 외로와도 내 안에서부터 자꾸  커지기에   《마지막》이란 말씀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서 김 매시던 아버지 늘찬 논배미 이랑 끝머리 벼속에 숨은 돌피 뽑아던지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섣달 그믐날 일력장을 뗄적마다 어머니도 말씀하셨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한줌 남은 쌀독의 쌀을 긁어내시면서도 남은 한접시의 반찬을 상에 올리면서도 이것이 《마지막》이라 하시며 새로운 시작을 하셨던 그네들   죽음을 내놓고는 진짜 《마지막》이 없는데 《마지막》, 《마지막》 하시면서 짧고도 긴 생을 살아오셨네 힘들고 고달팠던 《마지막》을 끝내고 정작 《마지막》 가는 날은 《마지막》이란 말씀도 못하시고  
20    꽃들의 이어달리기 댓글:  조회:1171  추천:1  2013-08-21
꽃들의 이어달리기 진달래가 맨 먼저 연분홍 운동복 떨쳐 입고 거친 산등성이에서 시작한 꽃들의 이어달리기 맥 빠진 진달래 발걸음 흐트러지자 노란 운동복차림의 민들레가 계주봉 이어 받았네 봄코스 비우지 않게 오솔길 따라 총 총 달릴 때 배꽃, 사과꽃, 앵두꽃, 살구꽃 숱한 과일꽃도 줄느런히 뒤를 잇고 나리꽃 은방울꽃 …산꽃들 뒤따르니 야하 여름은 울긋불긋 보기 좋은 꽃들의 멋진 이어달리기 ㅡ 와 ㅡ 와 푸른 잎 구경군들 환호성이 오른다 한 여름 무더위와 소나기도 무릅쓰고 달리고 또 달리다가 가을 찬 서리에 몸을 오싹 기진해 물러 앉아도 국화꽃, 코스모스 그냥 달려 꽃의 이어달리기는 멎지 않지요 이제 늦가을 된서리에 꽃들 다 지고 말았으니 꽃의 이어달리기는 끝나고 말았는가 아니래요, 봄, 여름, 가을 그 많은 꽃들의 넋이 눈꽃이 되여 하늘땅에 펑 ㅡ 펑 꽃보라를 날리니 일년 사계절 시간의 계주봉 잡은 꽃들의 이어달리기는 계속 되지요
19    부호표식 댓글:  조회:1365  추천:0  2013-08-21
부호표식
18    나팔꽃 댓글:  조회:1127  추천:0  2013-08-21
나팔꽃 앉아서도 불고 서서도 불고 아무 때고 따ㅡ 따 ㅡ따 나팔부는 나팔꽃 힘주어 불어서 얼굴 붉히나 ? 밤낮으로 불어도 한 곡 밖에 못 부니 부끄러워 그러지
17    보름달 댓글:  조회:1146  추천:0  2013-08-21
보름달 하늘에만 보름달 있나 우리 집에도 보름달 있지 밤상은 둥글어서 이요 식솔들 빙 둘러 앉아 이요 그 보다 둥글둥글 얼굴들 저마다 환해서 “보름달”이지 하늘의 보름달은 한 달에 한번 웃어도 우리 집 “보름달”은 날마다 웃어요
16    밤과 낮 댓글:  조회:1031  추천:0  2013-08-21
밤과 낮 밤과 낮은 번갈아 하늘 땅을 가지네요 밤이면 까막나라 까맣게 색칠해서 제 것 만들고 낮이면 하얀 나라 하얗게 빨래해서 제 이름 걸고 그래도 타투는걸 못 보았으니 밤과 낮은 딱친구인가 그들은 서로서로 약속했대요 아침 되면 밤을 몽땅 낮에게 주고 밤이 되면 낮을 전부 밤에게 주며 화목한 이웃 되여 나누면서 살아가기로
15    할아버지 주름살 댓글:  조회:1163  추천:0  2013-08-21
할아버지 주름살 아른아른 참빗살 같은 밭고랑은 할아버지 괭이로 친 줄 호미를 붓 삼아 할아버진 한평생 농사라 제목하고 비지땀 먹물 찍어 쓰고 또 썼지요, “풍년”이란 글짓기를. 마침표 없는 글이라서 쓰고 써도 모자라 할아버지 이마에도 썼어요. 주름살 가득 글짓기
14    하늘의 공 댓글:  조회:1274  추천:0  2013-08-21
하늘의 공 하늘나라에도 축구가 있는지 넓은 운동장엔 공이 두 개 낮에는 빨간 공 밤에는 하얀 공 빨간공은 하루 한번 바꾸고 하얀 공은 한 달에 한번 낮에는 오락가락 구름들 시합 밤에는 총총 별들의 시합 축구 시합 자주해도 공은 단 두 개.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