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초상화
강효삼
한평생 락을 바라고 허위 허위 쫓았지만 그건 꿈에 본 신기루 쫓고 쫓아도 그냥 그만큼 멀리 있어 가다가다 지쳐누운 나지막한 산비탈에 허리 착 꼬부라진 늙은 비술나무 한구루 -
삼밭처럼 숨막히는 오두막,찢어진 문풍지를 비집고 젓가락처럼 새여드는 빛을 거친 피부에 바르던 못난 사나이였다.
산해진미는 평생 팔자에 없어 다마토리 술 석잔 - 그것에도 취해서 목침베고 뽑는 가락은 그나마 앞에선 노래도 못 넘기고...
가파론 산을 톱는 초부처럼 암벽을 쪼아대는 석공처럼 힘들고 아프게 흙을 뚜져 참께 기름같은 땀을 동이로 짜냈던 누렇게 말라도 독한 잎담배였던걸
그래도 때묻은 동저고리 옷고름 잡아 풀면 장작개비처럼 말라가는 가슴에도 남은 것은 비취색 하늘같이 깨끗한 마음 - 젖은 장작같이 바른 금 쫙쫙 서는 참나무였다.
옹배기는 숭늉같이 근심과 걱정을 증발시키며 인내를 연덩이로 굳혀들고 굴종을 담배로 말아피우며 근로와 선을 새끼처럼 꼬아서 뒤로뒤로 넘겨주고 태여날 때처럼 맨주먹 저세상을 가시였다.
아, 흙을 앗기고 흙에 미쳐 흙을 찾아 지구를 류랑한 나그네 - 그때문에 고향도 혈육도 다 잃는 눈물에 젖은 무명수건아, 무지와 순박, 근로와 인내를 한데 버무려 소여물처럼 새김질한 늙은 황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