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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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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 화로 (외 4수)□ 강효삼
2021년 06월 07일 08시 12분  조회:410  추천:0  작성자: 강효삼

노랗게 피여난 민들레꽃들은

하나하나 모두가 죄꼬만 화로불이다

석탄 한톨 아니 쓰고 기름 한방울 아니 태워도

연기 없이도 잘만 타는

저 앙증맞은 화로불

비물에 젖어도 식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면서

봄을 굽는다, 그 속살까지

 

그리하여 별들처럼 총총한

화로불에 쪼일 대로 쪼여

노랗게 익는 봄

화로 곁에 모여앉아 불 쬐는 아이들 없어도

잘 구워진 고구마처럼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물씬 풍겨 봄이 더욱 봄 같구나

노오란 불덩이가 사그라질 대로 사그라져

더는 타지 못하는 하얀 재로 남을 때까지

계절을 굽는 민들레꽃 화로.

 

여름은 마라톤의 푸른 경기장

 

여름은  마라톤의 푸른 경기장

화창한 봄날 작은 주먹 쥐고 스타트를 뗀 후부터

모든 풀과 곡식, 나무들의

달리기 경기는 더욱 극렬해진다

 

코스가 없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들의 달리기란 땅이 아니라

하늘 향해 키를 늘구는 것

곡식들 풀들 나무들의 푸른 꿈이

여름구름처럼 부풀어올라

달리면 달릴수록 우썩우썩 키가 큰다

 

마리톤의 종점은 가을

모두가 결실의 리스트에 도달하면

누구나 다 우승이 되기에

이들의 경기엔 재판이 따로 없다

가을이 재판관이다

태양이 금가루 가득 풀어내려 눈부신 아침부터

달리기를 시작하면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푸른 젊음이 왁자하니 기세 돋구며

달리고 달리는 선수들 푸른 맥박이

툭툭 튀는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름은 온갖 푸른 것들의 마라톤 경기장.

 

산과 새

 

새가 없다면 산은 입이 있어도 벙어리

그래서 산은 언제나 가슴을 환히 열고

저녁 아이들을 불러들이듯

새들을 제 품에 맞아들인다

 

때로 재잘거림이 과묵한 산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산은 그 어느 때도 시끄럽다고

새들을 쫓아낸 적 없다.

항상 반가이 맞아주는  산이 고마워

새들은 부지런히 산의 말을 대신한다

산과 함께 다정한 친구로 살면서…

 

명랑한 새소리는 산의 언어

새는 산이 숲속에 머리 박고

바람이 엿들을가 봐 소근거리는

산의 낮은 귀속말까지도  다 알아듣는다

그래서 산은 하냥  새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안한다

새는 또한  산의 대변인

산의 말이 서투르면 바르게 일러주고

산의 말이 낮으면 톤을 높여주며

산의 틀린 말은 쉽게 수정해준다

가끔 새가 읊조리는 새들의 시랑송은

산을 취하게 하여 한낮의 해볕에

피곤한 산이 조을 때 산이 잠간 단잠에 빠지게

도란도란 자장가로 들리기도 한다.

 

고사리

 

사랑의 유혹에 몰래 이끌리면서도

아직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안개 같은 숲속에 몸 숨기고

누구인가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고사리

온 산판을 쏘다니던 바람이

나보다 먼저 찾아냈나부다

 

너무 좋아 부둥켜안고 볼 비비는

바람의 수다스러움에

그만 꽁졌던 머리 확 풀어헤쳤는가

고사리는 이제 수줍은 처녀가 아니고

돛배 달고 시집가는 각시가 되여 내 앞에 서있는데

너를 찾아 높은 산 깊은 계곡을 헤매던 나는

발걸음 늦은 탓에 헛물만 켜고

맹랑하게 놓쳐버린 사랑 앞에서

고사리도 꺾을 때 꺾어야 하듯

사랑도 때가 있음을 더욱 절감한다.

 

붉은 고추

 

이글이글 타는 태양의 열도로

활활 제 몸을 달군다

불에 타 소멸되지 않으면

빨갛게 구워져 영생하려고.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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