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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나무의 생
2020년 09월 02일 10시 34분  조회:789  추천:0  작성자: 꿀벌

백양나무의 생
 
      “따르릉— 따르릉—“ 
      새벽부터 웬 전화벨 소리? 미약하게나마 핸드폰 벨이 울리는 소리다.  
      ‘누구 전화지? 엄마가 아픈가? 아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
      잠결에서 어렴풋이 깨여나 전화기를 더듬어 찾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모르는 전화다.
      ‘누구지?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뉘신지요? ” 
      웬 한족 사나이 목소리가 저쪽에서 다급하다.
      “#### 차주십니까? 가로수 베려는데 당신의 차가 바로 나무 옆에 있는데 인츰 다른 곳에 옮겨주세요. 인차, 빨리!” 
      명령조다.
     “네 알겠어요. 바로 내려갈게요. “
       이렇게 시작된 나의 아침이다.
      나는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차열대 찾아쥐고 진둥한둥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침해살에 눈이 부시다. 제법 상쾌한 아침이다.
     어제 아침부터 길 건너편 가로수들을 베더니 그 많은 나무들을 어느새 다 베고 오늘은 이쪽 나무들을 베려나보군.
      얼굴이 가무잡잡한 사십대 중반의 작달막한 사나이가 손에 전기톱을 들고 내 차 바로 옆의 나무밑둥을 켜고 있다. 길에는 커다란 불색 불도젤이 20메터 남짓 자란 백양나무 허리에 ‘손’을 대고 길쪽으로 넘어뜨릴 준비를 마쳤다. 큰길 가운데에 키가 큰 사나이가 손사래로 지나가는 행인과 차량들을 지휘하고 있다.

     ‘어유, 빨리 비켜야지. 아차 실수하면 차가 나무에 깔릴 판이다. 나무가 넘어지면서 밑둥이 튕기면 차를 긁어놓을 수도 있겠군!’ 
      나는 얼른 차에 뛰여오르다 싶이 하여 뒤로 십여메터 뒤걸음 쳐 차를 아빠트 벽쪽에 바짝 붙여세웠다.  
      차에서 내려 도로 집으로 올라가려니 어쩐지 마음이 짠하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채벌공은 나무밑둥에 톱날을 대고 이쪽저쪽 몇번 톱질하고 있다.

      “우우웅-우우웅-우우 우우 우우웅-” 
      톱질소리가 고요한 아침의 정적을 깨뜨리며 요란히도 울린다. 단순한 톱질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어쩐지 그 소리가 생각 밖에 오늘이 생의 마지막으로 되여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몸부림치는 백양나무의 한탄소리로 들려온다.
     “인간들은 왜 이렇게 가혹하지? 20년 가까이 이 거리에 굳건히 서서 오가는 차량들이 일으킨 먼지를 고스란히 받아주고 청신한 공기를 선사했건만, 아침저녁으로 인간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내 몸 고스란히 내여주면서 당신들이 허리털기 받치개로 되여주었건만, 해마다 한여름 땡볕에 우거진 록음으로 당신들의 땀을 식혀주고 차량들의 피서지로도 되여주었건만, 아름드리 짙푸른 옷단장으로 거리를 미화해주었건만  하루 아침에 가차없이 다 베여버리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로다!” 나무의 이런 울부짖음이 내 가슴을 허빈다.
      하나, 둘, 셋…불과 일분도 안되여 20여년 자란 아름드리 백양나무의 육중한 몸체가 “우지끈—탕—“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진다. 굵직한 나무가지와 새파란 잎사귀들이 반대방향으로 휘-휘- 몸부림치며 몸체와 함께 길복판에 꽝-하고 쓰러진다.
      ㅠㅠ,  수백대의 가로수들이 이렇게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다. 채벌톱이 지나간 자리에 년륜을 남긴 하얀 나무밑둥만이 남아있다. 어쩐지 내 가슴이 쓰리다. 인간을 포함해 세상 모든 사물이 유효기가 있고 때 되면 자신의 수명을 끝마치긴 당연지사지만 인간을 제외한 가로수 같은 생령들이 유효기가 되기도 전에 이렇게 인간들 손에 수명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말 못하는 생령이지만 그래도 인간과 함께 공생공존하였고 인류에게 큰 혜택을 주지 않았던가! 단물만 다 빼먹고 쓸모 없으면 버려지는 것, 이것 역시 생존법칙이라면 별 수 없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쓰러진 백양나무는 또다시 톱질로 온 몸뚱이가 서너토막이 되여 차에 실려간다. 몸뚱이는 목재로 쓰려고 차에 실려가고 굵은 가지는 화목으로 쓰려고 누군가의 집앞에 쌓여지고 약한 가지는 오이, 도마도 등 채소 순을 하려고 너도나도 잎사귀만 훑어내고 안아간다. 그런 뒤 거리청소공들이 남아있는 잎사귀들을 깨끗이 쓸어간다. 이렇게 백양나무는 온 몸뚱이를 남김없이 인간들에게 바친다. 이것이 나무의 운명이고 사명이다. 안타깝고 쓸쓸한 백양나무의 운명이지만 말없이 사명을 다한 생이라고 생각하니 백양나무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시가지를 보다 아름답게 건설하려는 지도자들의 구상은 가상하나 이렇게 아름드리를 소멸하는 것은 리해가 잘 안간다. 시가지 력사를 견증할만한 고목들은 더러는 남겨두면 좋겠다. 고목에는 령기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집에 올라오자마자 갑자기 글 쓸 충동을 받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컴퓨터를 켰다. 
               
             
                  
                                                                                                                           2020.5

杨树高大挺直,象征正直、正义;

同时,白杨树总是那么直、那么坚强,象征了不软弱、不动摇的顽强拼搏精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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