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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의 유래
2022년 02월 17일 17시 26분  조회:860  추천:0  작성자: 꿀벌
오곡밥의 유래
 
     옛날에 한 임금이 있었는데 산짐승을 잡아 정월 대보름날에 천신에게 바치면 그 해에는 1년 내내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왜 그런 일을 못하겠느냐고 하면서 그 날 사냥을 떠났습니다.
       임금의 행차가 한 산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멀지 않은 앞길에서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는데 강아지 만한 들쥐 두마리가 살점이 뚝뚝 떨어지게 서로 물어뜯으면서 죽기내기로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배(앞에서 길잡이하는 하인)들은 임금이 행차하는 앞에서 미물일지라도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고 여기면서 그 들쥐들을 죽이지 않고 쫓아버리려고 했는데 들쥐들은 싸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인지 아무리 쫓으려고 해도 달아나지 않는 것이였습니다. 전배들이 길을 막고 싸우는 들쥐들을 쫓느라고 부산을 떨다보니 행차가 자연히 머무적거리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임금이 연고를 물었습니다.
     “왜 행차가 이렇게 늦어지는 건가?”
    한 전배가 들쥐들이 싸우는 바람에 여차여차하였다고 아뢰자 임금은 그것이 불길한 징조이니 당금 행차를 멈추고 들쥐들의 싸움을 살피라고 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행차가 멎자 그처럼 악착스럽게 싸우던 들쥐들이 물러나는지라 전배들은 임금의 어명 대로 싸움을 살피려고 들쥐들의 뒤를 그냥 따라갔습니다. 한참 가던 들쥐들은 눈 깜작할 사이에 사라지고 이번에는 난데없는 메돼지 두마리가 나타나더니 들쥐들과 똑같이 싸우는 것이였습니다. 전배들이 급히 임금 앞에 달려가서 그 사연을 아뢰자 임금은 더욱 괴이하게 여기면서 따라가보라고 하였습니다.
     전배들이 메돼지가 싸우는 데로 가까이 가자 죽기내기로 싸우던 메돼지들도 눈 깜작할사이에 사라지고 이번에는 까마귀 한마리가 “까욱―까욱―” 날고 있는지라 전배들이 그 사연을 임금 앞에 가서 아뢰니 임금은 더욱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까마귀를 놓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배들이 산곡간으로 날아들어가는 까마귀를 따라가다가 한 절승지에 이르렀는데 그 곳에 거울같이 맑고 고요한 늪이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그 맑고맑은 늪 우를 날면서 몇번 “까욱―까욱―” 하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이였습니다. 그러자 고요하던 늪 물이 출렁거리다가 갑자기 가운데가 쩍 갈라지면서 백발이 성성한 로인 한분이 선장을 짚고 서서히 걸어나왔습니다.
      전배들은 깜짝 놀라면서 로인의 앞에 나아가 례를 올리고 부복하였습니다. 그러자 백발로인은 입고 있는 도포 소매 속에서 편지 한통을 꺼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였습니다.
    “이 서간을 어서빨리 임금에게 가져다 드리거라.”
     “예.”
     전배들이 그 편지를 받자마자 백발로인은 온데간데 없고 수면은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전배들은 급히 임금의 앞으로 돌아와서 백발로인이 준 그 편지를 공손히 올리면서 사연을 말했습니다.
      임금이 편지를 받아본즉 겉봉에는 이렇게 씌여져있었습니다.
    “편지봉투를 뜯으면 두 사람이 죽고 뜯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임금은 이것은 필시 신령님이 보내신 편지라고 생각하고 신하들과 의논하였습니다. ‘봉투를 뜯으면 두 사람이 죽고 뜯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했으니 어쨌든 사람은 죽을 것이다. 두 사람을 죽게 하는 것보다 한 사람만 죽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 임금은 봉투를 뜯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이 때 임금의 말을 조용히 듣던 한 신하가 그 한 사람이란 천하에 오직 하나 뿐인 임금님을 가리키는 것이고 두 사람이란 제신을 가리키는 뜻으로 되니 봉투를 뜯는 것이 옳다고 아뢰였습니다.
     임금이 들어보니 그 신하의 말이 옳은지라 즉석에서 봉투를 뜯었더니 봉투 안의 종이에 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어서빨리 환궁하여 왕비의 거문고갑에 대고 활을 쏘라!”
     임금은 볼수록 어리뻥뻥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신령의 말인데 듣지 않을 수 없는지라 행차를 되돌려 빠른 속도로 환궁하였습니다. 궁전에 도착한 임금은 사냥놀이에 선발되였던 명궁수 세명에게 왕비의 거문고갑을 향해 활을 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나라에서 선발된 궁수들이다보니 날아가는 새의 눈도 맞추어 떨구는 신궁들이였습니다. 신명의 화살을 쏘는지라 임금은 물론 신하들까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하게 기다렸습니다. 궁수들이 활을 보름달 같이 잡아당겼다가 놓으니 화살 석대가 동시에 윙―하는 소리를 내면서 거문고갑의 아래와 우 그리고 복판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거문고갑 안에서 “아이쿠!” 하는 비명소리가 나면서 화살구멍으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였습니다.
      그 바람에 임금은 물론 신하들까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임금은 이게 웬 일이냐고 하면서 거문고갑을 즉석에서 열라고 하였습니다. 신하들이 달려가서 거문고갑을 열고 보니 그 안에는 웬 대머리 중 한놈이 면상과 복부와 다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져있었습니다. 임금은 그것이 왕비의 불측한 행실인 것을 알고 대노하여 왕비를 당장 끌어내라고 하였습니다.
      신하들에게 끌려나온 왕비는 매를 치기 전에 실토를 했습니다. 음탕한 왕비는 임금의 행차가 떠난 틈을 타서 눈이 맞았던 한 중과 간통하면서 나라를 뒤엎을 꿈을 꾸고 있는데 별안간 행차가 환궁해서 어쩔 수 없이 중을 거문고갑 안에다 숨겼다는 것이였습니다. 대노한 임금은 즉석에서 요망한 년의 목을 자르라고 추상같은 엄명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신령이 보낸 편지봉투를 뜯어서 두 사람을 죽인 임금은 까마귀의 계시가 있었기에 나라의 재화를 면하게 되였을 뿐만 아니라 들쥐와 메돼지처럼 서로 물고 뜯으면서 싸우는 자들을 옆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리치를 크게 깨닫게 되였다면서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까마귀제사를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까마귀제사를 지내자면 까마귀가 좋아하는 곡식을 제단에 놓아야겠는데 까마귀가 무슨 곡식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신하들을 불러 까마귀가 무슨 곡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한 신하가 아뢰기를 유년시절에 까마귀가 기장을 먹는 것을 보았다고 하자 또 다른 신하는 팥을 먹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보리를 먹는 것을 보았다느니, 수수를 먹는 것을 보았다느니, 찹쌀을 먹는 것을 보았다느니 하는 신하도 있었습니다.
     임금은 까마귀가 대체 어느 곡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어서 신하들이 말한 다섯가지 곡식으로 밥을 지어놓고 까마귀 오(乌)자와 울 곡(哭)자를 써놓고 제를 지내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로부터 까마귀의 덕분에 나라의 재화를 면하게 되였다는 의미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오곡제(乌哭祭)’를 지내는 것을 국법으로 세웠는데 이 국법은 인차 민간에 퍼지게 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곡제’에 다섯가지 곡식으로 밥을 짓는 풍속은 변하지 않았지만 문자상 변화를 가져왔는데 다섯가지 쌀로 밥을 짓는다고 하여 다섯 오(五), 곡식 곡(谷)으로 글자가 바뀌여지면서 나중에는 ‘오곡(五谷)밥’이라고 부르게 되였습니다. 그 후 전통풍속으로 되여 정월 대보름날에 찹쌀, 기장, 조, 수수, 팥 혹은 찹쌀, 보리, 기장, 수수, 팥 등 각기 자기 지방의 특산인 다섯가지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는데 농민들은 그 해에 풍년이 들라는 의미에서 소에게도 먹였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소가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에 소도 집식구처럼 돌봐주었답니다.
     우리 민족이 세세대대로 전해오면서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오곡밥’을 지어먹는 세시풍속은 가정이 화목하고 만사가 형통하길 기원하는 의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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