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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생화
2021년 01월 16일 14시 05분  조회:945  추천:0  작성자: 꿀벌
엄동설한의  생화
 

 
     2013년 11월20일, 오늘 시 교육국 안배에 따라 교수자격합격면접시험평심을 서게 되였다.
    시험시간이 되자 수험생들이  준비한 교수안에 따라 시강(试讲)을 하고 평심위원들은  채점표준에 맞추어 점수를 주게 되였다. 수험생들마다 인민교사가 되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착실하게 교수준비를 하였고 또렷하면서도 맑지고 서글서글하면서도 웅글진 목소리로 학생들을 념두에 두고 조리있는 시강을 펼쳐나갔다.
    “수험생들 모두가 참으로 종합소질이 높네요.”
    “누가 배양한 애들인데 소질이 낮겠어요.” 
    “그렇네요. 모두 우리들이 배양해낸 애들이 아닙니까!”
     평심위원들은 너도 한마디 나도 한마디 서로 긍지에 찬 칭찬의 말을 주고 받았다.
    시험이 다 끝나 정리하고 일어서려는데 시험사무를 보던 김선생이 생화 한묶음과 여라문개의 음료수를 넣은 편이주머니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서더니 곧추 나한테로 다가오며 꽃묶음을 내미는 것이였다.
    "이건 뭐죠? 잘못 온 거 아닙니까?" 
이 추운 날 생화라니!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여섯번째 수험생 김춘화라는 분이 선생님한테 꼭 전해달라 고 부탁한겁니다.”  
    “김춘화라니 오늘 수험생가운데 알만한 학생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 학생이 말하기를 자기가 학교다닐 때 김선생님이 교무처에서 사업했다고 합디다.”
    “그래요? 그 나이 학생이면 나한테서 글 배운적도 없었 을텐데. 도대체 어떤 애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뜻밖에 생화를 받고 어정쩡 했지만 마음은 참으로 달콤하고 자랑스러웠다.
     “김선생은 참으로 좋은 선생이였구만요. 이런 장소에서 도 생화를 다 받다니!” 
     “그러게요. 교사절에만 꽃묶음을 받나 했더니. 오늘 수확이 많네요.”
     평심위원들은 너도나도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춘화라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겼고 또 어느 선생님이 배워준 학생인지 언제 졸업한 학생인지 참으로 궁금한게 많았다. 어떤 도경을 통해서라도 꼭 김춘화 학생을 찾아봐야지.     
     샛새노란 카네이션과 연분홍 장미로 어울린 소박한 한묶음의 생화, 비록 약소하여 보잘 것 없는것 같지만 난 그 소박한 한묶음의 생화에서 김춘화학생의 소박하면서도 너무나도 진지한 사생정을 느꼈다. 시험을 마치고 추운 겨울날 눈길을 달려 시가지에 가서 생화와 음료수를 사가지고 왕복 4리길을 달려왔을 학생을 생각하니 코마루가 찡하니 저려나고 눈굽이 젖어든다.
      매번 제자들의 꽃묶음을 받으면서 나는 인민교사로 살아온 인생이 무한히 행복하기만 하다. 지난 4년간도 교사절마다 이름도 남기지 않은 한 제자의 생화와 화분을 받아왔는데 오늘도 생화를 받고보니 이 세상 행복은 내가 독차지한 것만 같다. 그야말로 애들처럼 고무풍선마냥 둥둥 뜬 기분이였다.
      반공실에 돌아와 사무상에 마주앉으니 글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받게 되였다. 그래서 김춘화학생한테 감사한 마음으로 또 인민교원인 긍지감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는 김춘화학생도 장차 꼭 훌륭한 인민교원이 되여 자신처럼 훌륭한 제자들을 수많이 배양해 내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고마워요, 학생!
 
                             2013년11월20일
                                                                                                                         <<중국조선족교육>>에 발표



 부: 청출어람 승어람

      2004년에 학교를 졸업한 뒤로 이렇게 10년 만에 나와 김춘화학생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게 되였다.
      그날 돌아와 이 글을 쓴 후 나는 시 교육국 해당책임자를 통해 끝내 김춘화 학생을 찾고야 말았다. 그는 내가 기층학교에서  조선어문학과를 가르칠 때 제자였는데 아주 조용한 학생이였다. 과임으로서 전혀 기억을 할 수가 없을 만큼이나 조용한 학생이였나보다.
     김춘화학생을 찾은 뒤 우리는 서로 위챗친구가 되였다. 그 뒤 그는 유치원교원으로도 근무했고 과외로 소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말을 가르치면서 애들한테 이쁘고 맛나는 간식도 해먹이고 재미나는 놀이도 하여 애들 맘 속의 꼬마선생님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모멘트에 올리는 사진들은 모두 이쁘게 잘 다듬은 것들이였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대강 한 것이 없었다. 하여 난 맘속으로 넌 꼭 훌륭한 교원감이구나 생각하군 했었다.
     이렇게  어느덧 또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김춘화학생은 <<예쁜 소리 우리 소리>>라는 시집을 펴냈다. 너무나 대견하고 기쁜 일이였다. 또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였다. 제자의 성과로 인해 기뻤고 스승된 자로서 문장 한편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하여 얼굴이 뜨거워났다.
     그러던 어느날 김춘화 학생으로부터 소포꾸레미를 받게 되였다. 출판된 첫 시집 <<예쁜 소리 우리 소리>>와 이쁘게 포장한 엽서도 들어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래만에 인사드립니다.  제가 출판한 동시집을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어느 주소로 보내드리면 될가요? 선생님께서는 수백, 수천명의 학생을 가르쳐서 제가 잘 기억나지 않으실 수 있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어요. 중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용기가 부족한 저에게 글짓기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또 기회는 쟁취하는 거라고  가르쳐주셨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덕분에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하고 내성적이던 제가 처음으로 손이라는 걸 들어보았고 여러 작문경연에도 참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절 선생님은 저의 우상이셨고 선생님 덕분에 교사라는 직업이 너무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상이 남았습니다.선생님이 저의 조선어문선생님이셨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2020년 6월25일 ”      

      이렇게 내 가슴에는 또 한번 감동의 물결이 일렁이였다.
     그야말로 청출어람 승어람이다.

      사제간의 정은 이렇게 영원히 아름답게 이어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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