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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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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물처럼
2013년 01월 15일 09시 14분  조회:757  추천:4  작성자: 김경희
산처럼 물처럼

김경희

언제 보아도 말없이 선 자리에 있는 조용한 산의 모습이 난 좋다. 오가는 계절을 소리없이 맞아주고 떠나보내면서 좋다 궂다 표현 한마디 없이 그냥 잠자코 지켜보는 무거운 산의 성정이 난 좋다.

하많은 말 가슴깊이 간직했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생명의 물소리를 꽃으로 신록으로 터뜨리는 산의 그 맑은 빛갈이 좋다. 봄이 오면 산의 눈빛은 물젖지 않은 소녀의 눈망울을 방불케 한다. 그속에 빠지고싶을만큼 맑고 투명한 물빛으로 봄이면 산은 부드러워지고 차분해지고 서늘해지고…

계절이 좀 더 깊어지면 산은 속에서 터져나오는 사랑을 정열처럼 태운다. 그 사랑은 꽃이 꽃다웁게, 나무는 더욱 나무답게, 들풀은 더욱 들풀답게 만들어간다. 여름산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해나는 푸르름으로 모든 생령을 감싸안는다. 산은 사랑을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냥 짙어가는 빛으로 색채로 자기 정열과 열정을 그리고 살아있음을 천지간에 내보인다.

가을산은 완숙한 녀인의 모습이다. 그 완숙은 쓸쓸함의 빛갈이 있어 한결 운치가 있다. 익을대로 익어서 더 익을수 없는 완숙, 생명의 모든 물을 한점에 귀결시켜 열매로 뽑아올려 알수 없는 누군가에게 두손으로 받쳐올리고는 잎이 지듯 서서히 오던 길로 돌아서기 시작한다. 그 뒤모습이 아름답다 못해서 슬프다.

그리고 겨울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묵묵히 자기를 안으로 성찰하는 산의 그 무게앞에서 내가 물이라면 난 흐름을 멈추리라.

계절이 가고 계절이 오고 바람이 불어가고 불어오고 그 사이에 잎이 지고 다시 피는 산의 모습을 물은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면서 산의 고독을 한폭의 그림자로 승화시킨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사람, 산에 오르면서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밟기 저어하는 사람, 미풍에 날려가는 파지를 주으려고 백메터까지 바람처럼 달려가는 사람, 그대는 그런 사람을 본적 있는가? 그 사람 앞에선 누구도 감히 휴지를 아무곳에 버리지 못한다. 아니, 그랑 함께 어울리노라면 그대도 자연히 그를 닮아간다.

산을 닮은 사람, 내면 깊은 곳에선 물의 성정이 깃들어있는 사람,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통 리해할수 없으리만치 세월의 흐름에 물젖지 아니한 사람, 차례진 승진같은것도 담담하게 마다한 사람, 그러면서도 한치의 부족함도 없이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한 사람, 그대는 그런 사람을 본적 있는가?

산을 닮은 그 사람을 나는 산에서 만났었다. 잊혀지지 않는 산의 정상에서 초면의 그를 만났었다. 그날 휴지를 산아래로 던지면서도 나는 무감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산에 대한 나의 마지막 무례였다. 그로 인해 나는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실망을 읽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여 난 산을 좋아하게 되였고 산을 사랑할줄 알게 되였다.

지금 그는 우리의 대장이다. 아니, 그가 혼자 다니던 산에 그의 대학동창, 그의 동료의 남편, 그의 안해의 친척… 아무튼 다 그로 인해 그룹이 생겼다. 그래서 우린 자연히 그를 대장이라 부르게 된것이다. 성이 남씨인 그를 우린 남대장이라고 부른다. 그가 산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산을 짓밟지 않나 감독하러 다니는 사람같아서, 그가 있는한, 아니 인젠 그의 맑음에 물들어서 우린 산을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 기본적인것은 알고있다.

산에 가면 난 산의 정취에 심취된다. 문득문득 산길을 걷다가 나무밑둥의 도끼흔적같은걸 보면 가슴이 저며온다.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가? 말못하는 수림은 얼마나 인간을 원망할가? 산과 물은 새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고 산에서 물에서 사는 생령을 키우고 우리 인간을 키운다.산과 물 앞에 그 순수앞에 우리는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야 하리.

산과 물과 공기와 자연과 우주를 지키는 일은 우리 자신이 밥먹는 일만큼이나, 잠자는 일만큼이나, 사랑을 나누는 일만큼이나, 아니 훨씬 더 필수적인 일이다. 산이 주는 혜택앞에 물이 주는 혜택앞에 무감각한 우리들은 자연앞에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 자연을 떠난 우리들의 삶을 담론할수 있을가?

자연이 손상받는 크기의 가배로 우리 삶의 설자리는 비좁아진다. 그것을 그 사람은 우리보다 먼저 보았다. 그는 우리보다 생명의 소리에 먼저 눈을 뜬 사람인가보다.

산을 오르는 이들이 건강에 집착해서 산 오른다고만은 점찍지 마시라! 산이 되고파서, 물이 되고파서, 산과 물과 어울려서 자연 그 자체가 되고싶어서, 산처럼 물처럼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서 나는 그들과 어울리고 산을 찾아간다.

산과 물과 자연을 지키는 길이 곧바로 내자신을 지켜가는 길임을 절감하면서 짙푸른 하늘아래 떠가는 구름송이처럼 나 역시 인제는 산처럼 물처럼 살아가리라! 산과 물과 호흡을 같이 하리라! 그것만이 생명을 지키는 길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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