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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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학석 형을 보내며
2006년 02월 05일 00시 00분  조회:3471  추천:51  작성자: 김관웅
수기

학석 형을 보내며

김 관 웅


연변대학의 전학석 교수가 59세를 일기로 2006년 1월 23일에 간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어제 오전 나는 고인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누구나 례외없이 언젠가는 저승행을 하지만 너무 일찍이 가셨다. 하지만 부귀는 하늘에 달린 것이고, 생사는 명에 달린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늘에 달리고 명에 정해진 일은 인간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중국 속어에는 《금무적족, 인무완인(金無赤足, 人無完人)》이라는 말이 있다. 《순전한 금은 없고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직역을 할 수 있다. 옥에도 티가 있다고 누군들 결점이 없겠는가 하는 뜻이다. 그러나 전학석 교수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함투성이인 나 같은 인간과 비기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 한번 흐트러졌거나 망언을 하거나 실언을 하거나 실수를 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말이 무겁고 처사가 신중하고 일거수일투족, 일언일행이 언제나 근엄하고 점잖고 심지어 옷을 입어도, 길을 걸어도 언제나 반듯하고 점잖았다. 연변대학의 젠틀맨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다.

한번은 학석 형이 나한테 이렇게 충언을 한 적 있었다.

《관웅인 다 좋은데 때론 오버를 해. 그것만 고치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학석 형의 이 지적을 받고 나는 학석 형을 거울로 삼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점잖게 처사해 보려고 노력했으나 워낙 점잖치 못한 덜퍼리 천성이라 쉽게 고쳐 지지를 않았다. 말이 많고 행동이 경박하여 실수가 빈발하던 내가 일조일석에 점잖게 변해지기는 어려웠다. 범을 그리려다가 오히려 고양이를 그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동시효빈(東施效嚬), 추녀(醜女) 동시가 미녀(美女) 서시의 흉내를 내는 꼴이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어색하게 점잖을 피울것이 아니라 하늘이 낸 내 천성대로 살기로 작심했다.

나는 학석 형을 본받으려고 하는 동안에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너무 완벽하게 살려면 힘을 너무 많이 쓰고, 신경을 너무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심심하게 깨닫게 되였다.

석달 전, 연변에서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상해로 확진하러 가던 날 학석 형은 나한테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백년도 못사는 인간이 천년을 살 것처럼 아글타글하면서 사는 거야. 그것이 모두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늦은 거야.》

이것이 내가 학석 형으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씀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유언이라면 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唐詩)에도 《백살을 넘기지 못하는 인생들이 늘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사는구나(人生不滿百, 常懷千年憂)》라는 시구가 있다.

나는 학석형이 투병 중에 있었던 이 석달 동안 늘 완벽에 가까운 이 분의 이 말을 곱씹으면서 음미를 해보았다.

학석 형이 저승에 가서는 이승에서의 모든 근심을 훌훌 털어버리고 유유자적하게 사시기를 빈다.

2006년 1월 25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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