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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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관물(以情觀物)' -정을 가지고 사물을 보다
2007년 03월 02일 12시 44분  조회:3447  추천:90  작성자: 김관웅

 며칠전, 유협의 『문심조룡』을 장춘의 큰 딸집에서 번역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큰 딸내미는 석달 동안의 산후 휴가를 마치고 자기의 직장인 길림대학 병원에 나갔다가 저녁 무렵에 퇴근해 집에 돌아왔다. 한창 외손녀를 어르고 있는 나를 보고 큰 딸애가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앨범을 가지고 병원에 나갔더랬지요. 그런데 우리 병원의 간호사들과 젊은 의사동료들이 우리 지연이 사진앨범을 보고는 고작 한다는 게  ‘애가 건실하다’, ‘영리하게는 생겼다’ 이런 평가뿐이지 뭐예요. ‘곱다’, ‘예쁘게 생겼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없고요. 정망 우리 지연이가 못생겨서 그럴까요?”

  큰딸은 기대 밖이라는 듯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나한테 회보했다.

  이때는 내가 마침 유협의 시인의 감정과 경물(景物)의 관계에 대한 논술을 번역하고 있는 중이라 이렇게 허두를 떼었다.

   “아빠가 지금 번역하는 이 부분에 이정관물(以情觀物)이라는 말이 있구나”

  “우리 지연이 말인데 무슨 왕청 같이 책속의 얘기예요?”

  웬 동문서답(東問西答)이냐고 큰딸애가 시쁜 소리를 했다.

  “이정관물(以情觀物)이라는 개념은 말이야, 사람들은 흔히 자기의 주관적인 감정을 지니고 객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본다는 뜻이야.”

  “그런데요?”

  “너나 외할미, 외할배인 너 엄마나 나나 이모인 네동생 정은이나 모두 우리 지연이한테는 뜨거운 감정을 갖고 대하지만 네네 직장 동료들이야 그렇지 않잖어? 사람이란 감정에 좌우되면 객관성을 잃기 쉽다 그 말이지. 중국성구에 ‘애인의 눈에서 서시(西施)가 나온다’는 말이나, ‘고슴도치도 제 새끼의 털은 함함하다 한다’는 우리속담이 바로 이정관물(以情觀物)이라는 개념을 형상적으로 표현한 말이지. 미는 객관성도 있지만 주관성을 띠고 있는 거야……”

 이에 큰 딸이 더 크게 실망해서 입을 다시 열었다.

 “아빠 말을 듣고 보니 역시 우리병원동료들의 태도와 비슷하구만요. 우리지연이가 이쁘게 생기지는 않았으나 자기 외손녀이니까 이쁘다 그 말이지요,  객관적으로는 이쁘게 생기지 않았지만 감정이 있으니 이쁘다 그 말이지요 안 그래요?”

  “아니지, 우리 지연이는 객관적으로 이쁘게 생긴 점이 많지. 얼마나 똘똘하게 생겼다구, 우리 지연이 그렇지?!”

  나는 계속 지연이를 어르며  큰 딸의 말에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날 외손녀 지여이를 두고 나와 큰딸사이의 논쟁은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

  사실 그렇다. 만일 아기가 육손이나 언청이 같은 선천성 불구아라면 아무리 제 새끼라도 이쁘다고는 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미에는 객관적 표준이 꼭 있는 것이다. 

  미는 주관과 객관의 결합되어 산생 것이라는 이택후의 말은 맞는 말이다.

  

                          2007년 3월 2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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