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먹는다는 보신탕에 대하여-
요즘 ‘개고기 식용 유무’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관계부처에서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부터다. 이는 사실상 개고기 식용을 금지한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에 반하여 개 식용을 옹호해 온 ‘대한육견협회大韓肉犬協会’와 식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에 항의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며 크게 반발했다. 그런가 하면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식문화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개고기 식용 유무는 2003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보신탕補身湯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88서울올림픽’ 때였다. 당시 개최국인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관심이 높아지자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가 한국인을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으로 비난하면서 촉발되었다. 이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외적 이미지를 재고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보신탕을 집중 단속하여 보신탕집들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수난을 겪었다. 최근에는 BBC(英國放送公社)가 한국에서는 매년 1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축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하자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브리지트 바르도의 우리나라 보신탕문화 비판에 대한 볼로냐대학교 University Of Bologna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볼로냐 위치)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 교수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처럼 개고기를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결속주의結束主義이자 파시스트Fascist' 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의 문제는 인류학적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상이한 문화권에서도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감수할 수 있는 것과 감수할 수 없는 것과의 사이에 경계를 구분하는 잣대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음식은 그 사회의 풍속이고 문화이며 전통이다. 따라서 음식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다른 민족의 음식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는 인류와 함께하는 동물로서 반려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민족들의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보신탕은 개고기를 푹 삶아 수육으로 만든 후 뼈를 곤 육수에 토란대나 삶은 배추시래기와 고춧가루, 된장 등 각종 양념을 넣어 끓이다가 대파, 부추, 생강, 마늘 등을 넣고 더 끓인 국이다. 먹을 때는 깻잎, 고추, 들깨가루를 넣고 수육을 곁들인다. 이런 보신탕을 먹는 민족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으로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었다. 베트남 역시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중국인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일본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보신탕을 먹는 나라는 이제 우리나라와 베트남, 북한뿐이다. 북한에서도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르며, 외국 손님에게까지 공식적으로 대접한다.
서구권인 프랑스에도 1910년대에 찍힌 개고기집 사진이 있다. 심지어 극지 탐험가들도 필요하면 썰매견을 잡아먹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독 한국인들만이 개고기를 섭취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서구권 사람들의 인식은 옳지 않다. 가난을 면치 못하던 농경문화에서 돼지는 잔칫날에나 잡는 귀한 동물이었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소나 알을 낳는 닭의 경제성에 비하면 개는 집을 지키는 것 외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식용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보신탕은 이름도 다양하다. ‘사철탕’, ‘자양탕’, ‘영양탕’ ‘개장국’ 등으로 불리며 주로 삼복더위에 먹는 우리의 전통 음식이다. 요즘도 즐겨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복날 보신탕을 먹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와 민속이 얽혀 있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조선 정조·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정월부터 12월까지 1년간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서술한 세시풍속지)’가 인용한 ‘사기史記(전한시대前漢時代 사마천司馬遷이 편찬)’에는 복날 개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벌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곤충을 뜻하는 벌레 ‘충蟲’ 자를 썼지만 원본인 ‘사기’에는 벌레 ‘고蠱’라고 쓰여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기’에서 말하는 벌레는 일반 곤충이 아니라 배 속에 있는 벌레다. 기생충에 의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록은 ‘사기’의 ‘십이제후연표十二諸侯年表’에 의하면 역질疫疾을 막으려고 개고기를 문설주에 걸어놓음으로서 나쁜 기운이 성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 6세기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중국 육조 시대의 형초로 지금의 후베이, 후난 지방의 행사와 풍속 등을 기록한 책)’에서도 복날 뜨거운 국을 먹는 것은 나쁜 기운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전염병이 도는 여름날, 뜨거운 국과 고기를 먹음으로서 영양도 보충하고 전염병도 예방한 것이다.
개고기는 조선시대 어느 푸줏간에서나 볼 수 있어 평민들이 자주 먹던 고기였다. 정조正祖(조선 제 22대 왕이자 영조의 손자, 사도세자의 아들)임금 역시 보신탕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서민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1894년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이전 시 외무독판外務督辦이 각국 외교관을 초청해서 서양식 고기요리와 함께 보신탕을 대접했다는 이야기가 프랑스의 시사 잡지 ‘일뤼스트라시옹Illustration’ 지에 실린 적도 있다. 보신탕을 서구 언론에 소개한 나라 프랑스가 유독 우리나라 보신탕 문화를 거론하고 나서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중요한 것은 개를 ‘반려伴侶’로 보느냐? 가축家畜으로 보느냐?다. 개를 반려로 보는 측은 개고기 생산 과정에서 문제점과 위험성은 제기하고 있다. 쓰레기 같은 음식물로 개를 사육한다는 것이다. 불법 개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나 소음으로 주위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불법 도살은 위법이며 재래시장에서 개고기 전시와 판매는 비위생적이라고 한다. 특히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하는 감전사感電死는 잔인하고, 목을 매달아 죽일 때 개가 당하는 심한 통증은 비인도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현실에도 위배된다고 항변한다. 특히 약물을 이용한 도살은 개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식용 목적으로 하는 개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축 및 유통과정을 다른 가축과 같이 양성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이제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더 이상 보신탕을 먹기 보다는 개를 애지중지하는 나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펫팸Pet-fam(애완동물pet과 가족family을 합성한 신조어)'이 늘어나면서 이색적인 반려동물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벨기에 밀 맥주 브랜드 호가든Hoegaarden은 한국에서 최초로 반려견이 마시는 맥주인 '펫비어Pet-beer)'를 출시했다. 그뿐 아니다. 개를 위한 패스트푸드가 나와 인기를 끈지 오래다. 미스터피자는 개 전용 피자 '미스터펫자(Mr.Petzza)'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6년 근 홍삼으로 건강을 챙기기도 한다. KGC인삼공사의 반려동물 브랜드 지니펫Ginipet은 정관장 6년 근 홍삼을 가미한 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CJ제일제당이 반려견용 오네이처O’NATURE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하림 펫푸드 역시 더:리얼The Real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개를 반려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개를 개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개를 가축으로 보는 입장은 개는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축산법 및 축산법 시행규칙에 19개 가축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다. 즉 개를 비롯해서 소, 염소, 노새, 당나귀, 말, 돼지, 꿀벌, 토끼 등이며 관상용 조류와 지렁이 등 사육이 가능하고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으로 고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개가 ‘가축’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개는 가축이고, 식용으로 먹는 것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개를 가축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개는 개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식용으로 보는 구狗와 반려로 보는 견犬을 구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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