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누군가 서울에 가면 종로에 들리고 종로에 가면 인사동에 들리라고 했다. 그래서 갈 적마다 들리게 되는 서울 인사동. 스피카에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젖어 옛 정취가 풍기는 골목 이곳 저곳에 대고 셧터를 누르기도 하고 갤러리에 들려서 미술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유학생 후배들이랑 옛맛집에 들려 점심식사도 하는 인사동.
사진을 찍은 날은 마침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일요일 오전, 구슬프면서도 어딘가 힘이 느껴지는 젓대소리에 끌려 인파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연주자의 깨끗한 흰 갓과 흰 저고리가 눈을 부셨고 빙그레 웃는 모습으로 연주에 취해버린 연주자의 진지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한동안 알 수 없는 감동에 젖어버렸다. 옛날 사진속 증조부가 쓰신 양반갓과 연변의 어느 시골할배가 불던 젓대가 생각났고 콘크리트로 도배된 서울의 도심속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구나 하는 감동에 휩싸여 한동안 모든 것을 멈추고 서있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감흥에 젖어 고향 연변과 서울을 그리고 증조부 때와 현재를 오가는데 연주가 끝나고 박수갈채가 마악 터져나왔고 난데 없는 영어가 귀를 두드렸다. "encore!!" 목소리의 임자는 서양 여인이었고 영어로 몇곡 더 들려줄수 없냐고 예의있게 묻는 것이 아닌가! 젓대의 구슬픈 가락이 저어 서양인에게도 공명이 간게 틀림없구나 하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고 그 순간을 포착하려고 사진기 셧터를 눌렀다.
서양 여인에게는 인사동과 젓대연주가 신기했을 테고 구슬픈 가락에 묘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도 어찌봄 저 서양여인이랑 다를것 없다. 할아버지의 고향이지만 나는 분명 중국 연변서 태어났고 할머니의 나라이지만 나는 분명 중국 국적을 가졌으니 말이다. 낯 익으면서도 낯 선 나라 한국 그리고 인사동 골목길… 우리 연변과는 닮은듯 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음악, 음식, 풍습들… 모든 것들이 혼재해 가끔씩 나를 괴롭혀 온다. 언제면 이 알쏭한 기분을 떨쳐버릴수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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