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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생활
2012년 09월 24일 07시 02분  조회:1251  추천:7  작성자: 설야

 연이의 이야기 2

객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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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이가 태여나서 방금 여덟달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그때,향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우리부부가 사업상 전근이 되여 현성에 올라오게 되였다. 농촌에 있다가 시가지로 올라오니 모든것이 편리하고 우월했다. 그런데 연이로 인해 우린 골치아픈 문제거리가 생겼다. 글쎄, 애가 죽기내기로 탁아소에 가기를 싫어하는게 아닌가?

태여나서부터 줄곧 외할머니 손에서 금지옥엽마냥 애지중지 곱게 자라다나니《집체호생활》엔 애가 딱 질색을 느끼였던 것이다. 아침에 안가겠다는것을 안해가 억다짐으로 둘쳐업고서 탁아소 구들에 풀어놓으면 어린것은 제어미 다리에 매달려 한사코 안떨어지겠다고 악을 쓰며 울어제끼는데 그런 애를 안해는 강다짐으로 떼서 밀어맡기고는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간신히 출근을 한다.

탁아소 보육원 할머니가 그토록 우리 연이에게 <<특별대우>> 로 보살펴 주면서 어린것의 환심을 얻어 안착을 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 했건만 내내 효험이 없었다. 여느집 애들 같으면 처음 며칠은 떼질쓰다가도 후에는 차차 일없다고들 하는데 우리 애는 일주일이 지났어도 내내 그 본새였다. 이런 애를 두고 우리 부부는 정말 속상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 장모님을 다시 우리집으로 모셔올 수도 없는 사정이였다. 그때까지도 장인이 퇴직전이다보니 이런 타산같은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였다.

우리가 이렇게 애 때문에 성화를 받고 있을 때, 장모님이 애가 보고프다며 보따리를 가득해 이고서 토요일 날 저녁차로 올라오시였다. 우리가 시가지로 올라온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였다. 외할머니가 들어서시자 연이는 너무도 즐거워서 마치 실성한 애처럼 방안을 올리뛰고 내리뛰고 하며 기뻐야단이였다. 외할머니가 구들에 올라오시기 바쁘게 품에 안기여서는 우리 둘을 가리키며 당장 가라고 손을 내젓는다. 뜻인즉 자기는 인젠 외할머니와 함께 있겠다, 탁아소에는 인젠 안간다는 것이다.

우리 셋은 애가 노는것이 너무도 희한해서 서로를 쳐다보며 즐겁게 웃었다. 이윽고 여기저기 애의 얼굴을 깐깐히 뜯어보시던 장모님이 애가 왜 이리도 몹시 축갔느냐고 가슴아파하며 우리를 나무람하셨다. 애가 내내 탁아소 가는 일로 성화를 부리다나니 그사이 애가 확실이 올 때만 얼굴이 해쓱해졌고 건강상태가 훨씬 못해졌다. 하여 우리는 그사이 애의 정황을 장모님께 낱낱이 말씀올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머리를 짜도 좋은 방도가 나오질 않았다. 나중에 장모님이 정 안되면 몸소 애를 데려다 좀더 클 때까지 키우다 보내시겠다고 하시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아직 말도 채 번지지 못하는 애에게 너 외할머니 따라 가겠느냐고 물으니 애는 그 말뜻을 알아듣고는 아내와 내쪽을 번갈아 빤히 쳐다보다가 그래도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는것이였다. 우리 부부는 그저 허구픈 웃음을 웃고 말았다.

제 부모 떨어지기는 싫은데 그래도 탁아소에 가지않기 위해서는 외할머니집에라도 따라가《객지생활》을 하겠다는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어딘가 쓰리고 섭섭했다. 실은 아직은 너무나 애어린 우리 살점을 때이르게 우리 몸에서 떼여놓기가 싫었던것이다. 그러나 애의 건강을 위해서는 하는수 없이 그렇게 하는것으로 우리 셋은 림시 합의를 보았다.

만약 외할머니가 떠날 때 역까지 나가서도 애가 우리를 떨어져 기어이 제 외할머니 따라가려 하면 애를 보내고 그렇지 못할 때는 그만 두는것으로 락착을 지었다.

이튿날 아침, 장모는 떠나시게 되였다. 외할머니 인젠 가신다, 넌 어쩌겠냐고 하니 애는 울음를 터뜨리며 얼른 제 외할머니 등에 달려가 없힌다. 이제 역에 나가 보자며 우리 부부는 하회를 기다렸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애가 제발 가지않기만을 바랬다. ... ...

역에 이르렀다.
렬차가 들어섰다.
손님들이 내리고 오른다.

인젠 장모님이 오를 차례다.
외할머니 등에 업혀 차에 오르는데 애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다 올라 차 우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면서도 애의 태도는 여전했다.

그렇다고 얼굴에서 즐거워하는 기색은 읽을 수 없었고 어딘가 당황해하는 빛만이 여전히 력력했다...

《일없겠소.인젠 둘이 날래 들어가오.》

장모님은 우리를 어서 들어가라고 재촉하시고는 이내 안으로 들어가시였다.

《뿡---!》

기적소리와 함께 문이 닫기고 차는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움직이는 차를 따라 함께 달리면서 차창안을 들여다보며 애를 찾았다.
그러나 붐비는 사람들속에서 우린 종시 애를 찾지 못했다.

어느새, 렬차는 저 멀리 달려가 산굽이를 에돌더니 구름같은 하얀 연기만 산기슭에 남기고는 사라져버렸다.
이윽고 우리가 제정신에 돌아왔을 때, 텅빈 플래트홈안에는 우리 둘만 남아있었다. 바보같은 우리 둘은 서로 쳐다보며 그저 어이없이 웃고만 말았다.

안해의 얼굴에선 또 다시 닭똥같은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의 기분도 썩 좋지는 않았다. 따라 코마루가 찡해나며 눈확이 달아오름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 ...

그날 밤,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 밤에 애는 떼질이나 쓰지 않는지?...)
                                                                               (200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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