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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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다
2013년 07월 16일 11시 35분  조회:6519  추천:20  작성자: 박정일

설인귀(薛仁貴)는 당나라 때의 명장이다. 하지만 어릴 때 집이 몹시 가난해 아내와 함께 먹을 것, 입을 것을 늘 걱정하며 살아야 했다. 이때 왕무생(王茂生) 부부가 늘 그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주었고 이를 인연으로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었다.

나중에 설인귀는 군대에 들어갔다. 당태종을 따라 수년간 전투에 참여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설인귀는 나중에 ‘평료왕(平遼王)’에 봉해졌다. 문무백관들이 모두 앞다퉈 설인귀에게 축하인사를 하며 각종 값비싼 선물을 보내왔다. 하지만 설인귀는 모두 완곡한 말로 사절한 후 가난한 백성에 불과한 왕무생이 보낸 술 한 병만 받았다. 그의 부하가 술병을 따보니 안에 든 것이 술이 아니라 생수였다.

설인귀는 사람을 시켜 사발을 가져오게 한 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왕무생이 보내온 생수를 세 사발이나 마셨다. 사람들이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하자 설인귀가 말했다.

“내가 전에 어려울 때 오직 왕무생 부부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다른 후한 예물을 받지 않고 오직 왕무생의 생수만 받는 까닭은 그가 여전히 가난하기에 생수를 보낸 것만으로도 성의를 다한 것임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다고 하는 것이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다’는 말은 옛 중국에서 친구 사이의 가장 훌륭한 경지로 떠받들어졌다. 이 말의 의미는 친구 관계는 도덕과 의리를 기초로 해서 마치 생수처럼 순정하고 고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래야만 세속의 물질적 이익과 농후한 정이 섞여 들어가지 않으며 또한 서로 비위를 맞추거나 이용하고 치켜세우는 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결하고 사심 없는 친구간이라야만 비로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사귐만이 군자가 따를만한 것이라는 것이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다(君子之交淡如水)’는 말은 ‘장자(莊子) 제20 산목(山木)편’에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담하고, 소인의 사귐은 술과 같이 달다. 군자는 담담하기에 가까워지고, 소인은 달콤하기에 끊어진다”에서 유래했다.

남송의 저명한 문인 신기질(辛弃疾)도 일찍이 “단맛은 결국 부패하기 쉬움을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는구나.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다”라고 표현했다.
(허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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