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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깨여나는 고향에 한포기의 풀이라도
2012년 05월 18일 04시 55분  조회:2706  추천:1  작성자: 구름바다
   깨여나는 고향에 한포기의 풀이라도
 
                                                          림금산


고공7700메터, 지금 구름층을 뚫고 대한한공기는 북으로 북으로 난다. 오늘따라 기창밖날씨가 특별히 좋아 구름들이 여러가지 어여쁜 자태를 뽑낸다. 고층빌딩만큼이나 키높은 구름들이 서로 서로 엉겨져 마치도 희고 아름답고 우중충한 구름나무숲속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크나큰 눈덩이같이 너무나 호함지고 탐스런 구름속을 누비며 비행기는 연길하늘로 자꾸자꾸 날아간다. 헌데 한 시간쯤 날았을가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비행기가 부르르 몸을 떤다. 비행기는 연길공항상공에 와서도 착륙하지 않고 다시 한바퀴 크게
더 돌아서야 연길공항활주로에 착륙한다.

딱 일주일만에 돌아오는 려행이다. 지난 5월 9일에 갔다가 오늘 5월 16일에 돌아왔다. 해마다 5월이면 거행되는 한국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문학제(제25회)참가차 향수의 고향 옥천군에 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헌데 기창밖의 풍경이 말이 아니다. 인천공항서 비행기에 탑승할때만도 그렇게 맑고 푸르던 하늘이 연길에 도착하니 얼어붙은듯 퍼러딩딩하고 이미 착륙한 기창에 가끔 차가운 비방울이 튕긴다.

비행기의 스피카에서 흘러나오는 공중아가씨의 말소리. “… 오늘 연길 날씨는 섭씨 16도입니다…”
인천은 23도, 연길은 16도. 인천은 맑고 푸르른 날씨, 연길은 궂은 날이고 비내리는 날이다. 인천공항은 환하고 너르고 밝은 신형의 국제공항이고 연길공항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고 낡고 어두운 “창고”같은 국제공항이다.
인천시는 그렇게 록화가 잘되였고 문화분위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여러가지 현대적 시스템과 현대적 문화이벤트같은것이 아주 잘 조화부리는 활역과 랑만의 도시였고 연길시는 아직은 어리고 어둡고 록화가 판부족한 어딘가 뒤쳐진 중국동북변경의 한 작은 산간도시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가 내가 나서자란 고향이다. 내가 태여나서 태를 묻고 글공부하고 20여년 울고 웃으며 시를 써온 죽도록 사랑한 나의 피묻은 고향이다. 여기에는 나의 조상의 산소가 있고 나의 부모님이 계시고 나의 동창생, 나의 친구들, 나의 동료들이 있는 나의 모체이다. 헌데 고향의 초라한 모습은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고 엄연한 현실이다. 그 어떤 사상이나 리념, 철학을 떠나서 아주 객관적으로 너무 뒤쳐져 있다. 한시간전에 인천서 본 풍경과 한시간후에 본 연길의 풍경, 도시의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인간생활의 질적향상면에서 볼때 확실히 큰 차이를 보이는건 어쩔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때부터 너무나 가슴아파 이제 고향에 내리면 나무하나라도 더 심고 풀한포기라도 더 옮겨야겠다고 속으로 재삼 다짐했다. 아마 그래서 이 시각도 새벽을 달리는 시침을 붙잡고 이렇게 뭔가 두두리며 더운 숨결을 토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정지용의 고향 옥천역 작은 광장에 세워진 지용시비에는 시 “고향”이 새겨져 있다. 시 “고향”은 정지용시인이1932년에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휘문고보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시절에 쓴 지용의 시이다. 지금 이 시각 시 “고향”을 읊조려보는것이 별로 이 순간의 분위기에 알맞을것 같은 심정이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려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립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당시 고향에 돌아온 정지용시인이 빼앗긴 향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정과 또 빼앗기였기때문에 너무나 가슴 한구석을 꼭 물어뜯을듯 그리운 정한의 심정, 또 고향잃은 쓸쓸한 마음때문에 “떠도는 구름”처럼 헤매이는 기분을 이 시는 잘 읊어냈다.

아직은 우뚝 일어서지 못한 걸음마 타는 나의 고향-연길 하지만 다시 머리돌려 개혁개방전의 말라붙은 고향과 종적으로 비해볼때 고향은 그래도 세찬 모래바람을 맞받으며 종래로 없던 공항을 앉혔고 일반공항을 국제공항으로까지 부상시켰으며 크게 한바퀴 돌아누웠다. 여기저기에 공간만 있으면 꽉 차 메여지는 자가용들… 이제는 깨여난 고향이다. 희망이 보이는 고향이라 해야겠다. 하지만 아직도 떨쳐 일어나야 하며 분발해서 달음박질치며 살아야 할것이다. 고향의 발빠른 래일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계속 이땅을 지켜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는 밤잠을 좀더 적게 자고 좀 더 희질긴 악땀을 흘려야겠다…   
                            2012년 5월 16일.  (아리랑주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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