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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서울에서 다시 공부하여 모교 두 개가 더 생겼습니다. 하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대학교이지요. 학교 모두 서울에 있어 집에서 1시간 이내 거리지만 졸업 후 선생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중학교 선생님을 찾아뵈러 간다기에 나도 한번 나의 스승을 찾아뵐까 용기를 내보지만 갑자기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떠올라 어느 선생님부터 찾아뵈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선생님께 안부를 전하고자 합니다.
“선생님 가르침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 행복하게 보내세요.”
이렇게 인사를 올렸지만 왠지 불효한 제자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서울대 석사학위과정 지도교수인 진동섭 선생님이 첨삭지도해주신 논문 표지. |
선생님은 탁석산 박사였는데 한 학기 동안 아주 얇은 교과서 하나를 소개하면서 그 책을 꼭 사지 않더라도 읽고 나서 중간고사 전까지 독후감을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었습니다. 150페이지도 되지 않은 얇은 책이라 부담되지도 않았습니다.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나의 정체성을 얘기하는 것 같아 책속에 푹 빠졌습니다. 나는 A4 3장 되는 리포트에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실토했습니다. 선생님은 빨강 펜으로 잘 썼다고 코멘트를 달아 주었습니다. 졸업하고 퍽 후에 알게 되었지만 탁석산 박사는 종종 TV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싶었지만 혹여 알아보지 못할까봐 그만두곤 했습니다. 당시 한반에 수강생이 50~60명이 되었지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부 공부를 할 때는 지도교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공부를 할 때는 입학하면서부터 지도교수가 정해졌습니다. 나의 지도교수는 ‘학교 컨설팅’ 책을 쓰신 진동섭 교수였습니다.
‘어떻게 학습공동체(Leaning community)를 이룰 것인가’라는 학창시절의 메모 |
선배들은 석박사 졸업논문을 쓰면서 한번쯤은 ‘논문병’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심장이 콩알만 해져 쉽게 놀라고 긴장이 수개월 지속되면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한국어 실력이 낮은 나로서는 동기들에 비해 두 배, 세 배 힘들었습니다. 띄어쓰기, 철자, 사투리 등등 논문을 쓸 기본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교수님 이 못난 제자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첨삭논문원고를 볼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요즈음 7년 전에 썼던 논문을 자주 읽어보곤 합니다. 논문 쓸 당시 갖고 있던 문제인식이 그대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중국동포 자녀 교육을 위해 주말학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울대 석사공부를 할 때 읽었던 책들. 왼쪽 두 번째 ‘중국 조선족 학교 통·폐합의 원인 분석’은 필자의 석사논문이다. |
주말학교가 ‘학습커뮤니티(Leaning community)’의 일환이라면 어떻게 ‘책무성’을 실천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책무가 무언가요? 7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그때처럼 하나하나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주말학교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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