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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중문, 한글, 조선글, 북한, 남조선에 대한 사색
필자는 “오랜세월 이미 우리에게 정착된 한자와 한자어는 오늘에 와서 바로 우리말이고 그 말을 적으면 바로 우리글이며 그 말을 읽으면 바로 우리 음이다”고 정의(正義)로 정의(定義)를 내렸다.
아울러 낱말 ‘한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석을 새겨보았다.
그리고 이왕의 우리말 사전들에서의 낱말 ‘한자’ 새김과 풀이에 대응, 대등한 낱말을 ‘한자’ 대신 ‘한문자’로 선택했었다.(필자의 "우리말과 글의 백흑 보고서"- 상편 참조)
하지만 수천 년 전의 낱말 ‘한자’와 ‘한문자’, ‘한문’의 개념이 창해상전을 겪은 오늘에 와서 그 시초(始初)에 비해 너무도 변하였다.
필자는 낱말 ‘한자’를 기계적으로 모조리 낱말 ‘한문자’로 고쳐 올리기에 앞서 그 낱말의 사용 환경과 실태를 감안하여 때로는 지난날의 낱말 ‘한자’를 오늘의 ‘중문’ 또는 ‘중어’로 바로 개칭함도 아주 적절할 듯싶다고 건의하고 권려(勸勵)한다.
영어(英語), 영문(英文), 일어(日語), 일문(日文), 불어(佛語), 불문(佛文), 노어(露語), 노문(露語), 독어(獨語), 독문(獨文)하는 것처럼 중국어를 중어(中語) 또는 중문(中文)으로 규범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 언어와 문자 및 남북의 서로 다른 방언, 동서지역의 서로 다른 심한 사투리도 역시 광의적으로는 모두 ‘중국의 말’이고 또한 ‘중국어’, ‘중국글’의 범주에 속하지만 본문에서는 별도로 중국의 소수민족 언어와 문자 및 방언의 취급을 제외하고는 통상 ‘중국어’를 다만 중국의 공식 관용문자인 ‘한자(漢字)’와 ‘한어(漢語)’에만 귀결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나라들에서 게르만 어파의 서게르만 어군에 속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실례, 인도・유럽 어족의 이탤릭 어파에 속한 에스파냐어가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실례와 프랑스어가 벨기에 남부, 스위스 서부에서 쓰이는 실례를 제외하고는 지난날 어느 한 민족의 고유 언어가 오늘날 어느 국가의 유일한 법정 언어와 문자로 규정되어 국어로 되었다면 해당 국가명의 첫 음이나 첫 자를 달아 그 언어를 칭함이 국제 관습인 듯싶다.
러시아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말레이어, 터키어(토이기어), 루마니아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와 같이 해당 언어와 문자에 그 해당 국가의 성씨(姓氏)를 달아 준다는 것이다.
같은 우리말과 우리글이지만 조선에서는 조선어(朝鮮語) 또는 조선말이라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어(韓國語) 또는 한국말이라고 하듯이, 한(漢)민족의 언어인 한자(漢字), 한어(漢語), 한문(漢文)을 이제부터는 어느 한 민족의 언어라고 하기보다는 중국이라는 국가(나라)의 문자로 칭하여 중국문자, 중어(中語), 중문(中文)이라고 표기해야 옳다고 본다.
필자가 이왕의 우리말 사전에 오른 낱말 한자(漢字)의 새김을 낱말 한문(漢文) 또는 한문자(漢文字)로 옮기는 것도 좋지만 오늘의 사용 환경과 실태를 감안하여 많은 경우에는 낱말 ‘한문’과 ‘한문자’보다 중문(中文)으로 개칭할 것을 굳이 주장하는 데는 위에서 실례를 든 바와 같이 중국(中國)이라는 나라 글이기에 ‘중(中)’자를 앞세워 ‘중문’, ‘중어’로 정하자는 원인도 있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가 또 있기 때문이다.
한문과 중문 사이에는 미세한 구별이 있다.
낱말 한문(漢文)은 ①한문자라는 뜻도 있지만 ②중국 고전(古典)의 문장이라는 뜻으로도 널리 쓰이고 ③한자(漢字)만으로 씌어 진 문장이나 문학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그러나 중문은 다만 중국 글자로 쓴 글이란 풀이만 있을 뿐이다.
낱말 ‘한문’은 문자이기도 하면서 문장이기도 하고 문학이기도 하지만 낱말 ‘중문’은 중국 글일 뿐이다.
하물며 최근에 출판된 한국의 우리말 사전들에서도 ‘중어’와 ‘중문’이 사전의 낱말로 많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여서 낱말 ‘중문’이야말로 지난날의 낱말 ‘한자’의 구실을 감당함이 적중하다고 본다.
아래 낱말 ‘중어’와 낱말 ‘한자’간의 구별을 사전 풀이로 본다.
『국어대사전』(2006)에서는 낱말 ‘중어’를 ‘중국어(中國語)’라고 주석을 달았고 낱말 ‘중국어’(3543쪽)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중국어 中國語 중국・타이완 및 해외의 화교(華僑) 등이 쓰는 한민족(漢民族)의 언어. 시노티베트 어족에 속하며 고립어(孤立語) 중의 단철어(單綴語)로, 베이징어 등의 북방(北方), 상하이 등의 오(吳), 샤먼어 등의 민(閩), 광둥어 등의 월(粤), 객가(客家)의 오대(五大) 방언이 있으며, 북방 방언을 기초로 한 공통어가 널리 쓰이고 있음. 예로부터 문어(文語)와 구어(口語)의 분리가 심했으나 1917년 문학(文學) 혁명 이후 구어, 곧 백화(白話)에 의한 문학이 전통적인 고문(古文)을 대신하여 정당한 문학의 용어(用語)가 되었음. 한어. 화어. 차이니스. 중어(中語)
같은 사전에 ‘한자’라는 단어 해석은 다음과 같다.
한민족(漢民族)사이에 발생한 중국어를 표기하는 중국의 고유의 문자. 그 기원은 분명치 않으나 기원전 10수세기의 은(殷)나라 때 이미 사용되었음. 이것은 또 주변의 여러 민족에게도 채택된 표어문자(表語文字)로, 한국・일본・베트남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서하문자・거란문자・여진문자 등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어찌 보면 낱말로서의 한어(漢語), 한자(漢字) 풀이는 문자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강조하였다면 낱말 ‘중어(中語)’, ‘중문(中文)’은 오늘날 쓰이고 있는 중국어의 형성과 사용을 보다 더 현대적 시각에서 더 현실적으로 풀이한 것 같기도 하다.
『표준국어 대사전』(1999)에서는 ‘중어’를 ‘중국어’라고 풀이하고 “중국어는 중국에서 쓰는 말. 중어(中語)・지나어・화어(華語).”라고 주석을 달았다. 같은 사전에서 ‘중문’은 “중국 글자로 쓴 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 ‘중문’, ‘중어’야말로 이왕의 낱말 ‘한자’ 새김 대신 안성맞춤으로 시비가 없는 정당한 용어(用語), 둘도 없는 적당한 낱말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 첨부하거나와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 언어 역시 광의적으로는 ‘중국어’이지만 본문에서는 ‘중국어’를 다만 중국의 공식 관용문자인 ‘한자(漢字)’와 ‘한어(漢語)’에만 귀결한다.
한국의 최신판『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에는 낱말 ‘한어’가 둘 올랐는데 그중 하나는 “중국인이 쓰는 말”이라고 주석을 달았고 다른 하나는 “‘한국어’의 준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밖에 낱말 ‘한문’은 “한자로 쓴 글”, ‘한자’는 “중국의 글자”, ‘한자어’는 “한자로 된 낱말”로 풀이하고 있다.
『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많은 사전들의 주석도 위의 풀이와 대동소이하다.
만약 한국의 우리말 사전들에서 “중국인이 쓰는 말”을 낱말 ‘한어’로서가 아니라 낱말 ‘중어’ 또는 ‘중국어’로 새겼더라면 “‘한국어’의 준말”인 낱말 ‘한어’와 혼선, 혼돈이 없을 것이 아닌가.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 “중국어 강습반”이요 “중국어 학원”은 많아도 “한어 강습반”, “한어 학원”, “한문 학원”, “한자 학원”, “한문자 학원” 따위는 거의 없다. ‘중화요리(中華料理)’라고는 하지만 ‘한요리(漢料理)’ 또는 ‘한식요리(漢式料理)’라고는 하지 않는다. 중국에도 ‘중의(中医)’, ‘중약(中藥)’은 있어도 ‘한의(漢医)’, ‘한약(漢藥)’은 없다.
필자가 다녀온 세계 20여개 나라들의 중국어・화어(華語) 방송국들 간판과 명칭도 “000中文電台”, “00中文電視台”, “00華語電視台”, “000華語廣播”로 일색이다. “000漢文電台”나 “000漢語電視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 간에 국명의 첫 음이나 첫 자를 택해 국어명을 칭한다면 한국어와 중국어간의 숱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번역사전 하나만을 보더라도 지난날의『한한사전(韓漢辭典)』또는『한한사전(漢韓辭典)』,『한조사전(漢朝辭典)』,『조한사전(朝漢辭典)』등을 앞으로는『한중사전』또는『중한사전』,『중조사전』또는『조중사전』이라고 보다 규범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문자의 도움이 없이 낱말 ‘한어’, 또는『한한사전』이라고만 하면 도저히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만약 ‘중어’, ‘중국어’, ‘중문’이나 ‘한중’, ‘중한’ 하면 이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시장의 최근 시판(市販)에 나온 사전류를 보면『중한사전』,『한중사전』,『중문 유사어 사전』,『중문 관용어 사전』,『중문표현사전』,『중일사전』,『일중사전』,『중영사전』,『영중사전』등등 ‘중(中)’이 ‘한(漢)’을 대체하는 대거(大擧) 바꿈의 붐이 일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우리말 사전들이 취급하든 낱말 ‘한자’의 구실을 이제부터는 ‘한문’, 또는 ‘한문자’로, 가장 좋기는 ‘중문’, ‘중어’로 개칭할 것을 권간하고 보니 오늘까지 줄곧 중국 글이라고 무작정 밀어버리던 ‘한자’와 ‘한자어’, ‘한자음’이 우리 곁으로 되돌아 온 듯싶어 유난히 친절해 보인다.
더구나 ‘漢字’에 앞서 6천여 년 전에 결승문자, 그림문자, 설형문자와 동이(東夷)의 골각문자, 은허(殷墟)의 갑골문자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한자(漢字)’보다 오늘날 ‘중문(中文)’, ‘중어(中語)’가 더 맞춤하다.
한자는 한자로 되기전에 먼저 동이문자였고 한자(漢字)의 시조(始祖)와 정초(定礎)와도 같은 동이문자(東夷文字)를 부정한다면 바로 역사와 민족과 조상을 버리고 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고유어와 우리 한자어는 모두 우리 민족의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고유어와 한자어는 한 부모가 낳은 쌍둥이 형제와도 같은 존재다.
필자는 해외 적자로서 혈혈단신의 연약한 힘으로나마 동이문자의 맥을 이어온 한자와 한자어는 다만 중국 글, 중국말이라는 수백 년, 수천 년 된 무겁고도 억울한 멍에를 기어코 벗겨버리고야 말 것이다.
우리 음으로 옮긴 한자는 일어 음으로 옮긴 한자나 마찬가지여서 다시는 단지 중국의 글만은 아님을 거듭 호소하고자 한다.
인습의 굴레를 벗은 한자가 드디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환성(喚醒)된 ‘한자’가 환성(歡聲) 높이 우리 품으로 찾아오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 한자는 곧 우리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생소하고 서먹하지만 아득한 그 옛날 우리가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익히 쓰기 시작한 그 때부터 벌써 우리 식솔, 우리 가족이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 과실을 깨닫고 뉘우치노라면 우리글로 된 우리 한자를 뉘라서 학대(박대)하며 뉘라서 소홀히 하고 또 뉘라서 귀엽게 여기지 않으리오.
이제부터 우리글이라고 이름 짓고 보니 ‘우리한자’가 여간 예쁘지 않고 여간 늠름하지 않구나!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은 기쁨과 보람도 즐거우려니와 이제 우리 문화유산을 전승 발전시켜야 할 과업이 더더욱 막중하다.
다음, 별도의 문제인 듯싶으나 본문에서 반드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 하나 더 있다.
본 장절의 표제에 ‘북한’, ‘남조선’을 넣고 보니 자연히 ‘한국’과 ‘조선’이 연상되고 ‘한국’, ‘조선’이라고 하니 ‘한반도’, ‘조선반도’가 떠오르며 우리 ‘반도’라고 하니 동해바다 붉은 노을에 둥근 대망의 해가 뜨는 아침의 나라, 희망의 나라, 무궁화 만발하는 삼천리금수강산이 연상된다.
그러면서도 ‘북한’, ‘남조선’이라하면 저도 모르게 우리 고국의 산명수려(山明秀麗)와 어울리지 않게 손바닥만 한 반도 땅에서 남이 북을 ‘북한’이라, 북이 남을 ‘남조선’이라며 상대가 갖고 가꾸는 땅이며 지어는 이고 사는 하늘마저 서로 내 것, 네 것이라 아옹다옹하고 으르렁대며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우리 고국, 동족상잔으로 분단되고 동강난 고국의 어제와,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오늘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째지고 미어지는 듯 아프고 쓰리다.
주의나 사상, 이념과 체제를 따지기에 앞서 겨레의 치욕이 아닐 수 없는 허리 잘린 분단얘기만 나오면 서리고 맺힌 천추의 원(怨)과 한(恨), 억(臆)이 막히고 분이 터져 분기충천함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본 장절의 취급 내용이 남과 북의 수화상극에, 마치도 끓는 물에 손을 넣는 것이나 다를 바 없고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코 까닭 없고 실속 없는 괜한 근심과 걱정이 아니며, 공연한 노릇이라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안이 워낙 거창하고도 엄숙하고 너무도 심각하고 복잡한 통일문제와 관련되기에 아직은 어떤 결실을 기대하기엔 너무 묘망하고 묘연하지만 언젠가는 누구에 의해 필히 풀려야 할 난제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기에, 강 건너 불 보듯이 구경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하기에 멀리서 돌을 던져 길을 묻고 공황에 기죽어 막대기를 휘둘러 어둠을 쫓기보다 필자가 스스로 투신불사(投身不辭)로 먼저 가시덤불을 헤쳐 보고 낭떠러지에 뛰어들어 구경(究竟)을 얻고자 한다.
분기(分岐・憤氣)와 분쟁(分爭・忿爭・紛爭)으로 얼룩지고 대립과 대치(對峙)로 맞선 남북문제를 아무리 조심히 다룬다고 해도 남북과 안팎에 모두 다 만족스럽지 못하여 괜한 미움을 스스로 자초(自招)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버성기고 곪아 터지고 썩어가고 있음을 뻔히 보고만, 무한정 미루기만 할 수 없지 않은가.
통일이 되어야만 풀릴 것이라고 미루고 무작정 통일이 될 때 까지 무한정 오금이 저리도록 꿇어 빌며 기다릴 수는 없다. 엄연한 현실, 미룰 수 없는 현상을 그대로 묵과할 수 없기에 필자의 사색과 고민을 일가견으로 본 장절에서 전문 남북과 북남의 호칭 내면의 핵(核)을 파고들고자 한다.
‘한국’과 ‘조선’, ‘한반도’, ‘조선반도’를 국제사회에서는 Republic of Korea 또는 DPRK: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Korean Peninsula라고 칭한다.
필자는 우리 고국은 왜 남북이 함께 사용해도 될 만한 ‘Korea’와 같은 호칭을 우리말로 남북・북남이 하나로 ‘000’라고 이름 지어 편히 부를 대신 항상 ‘북한’이니 ‘남조선’이니 하며 서로 제가끔, 각자의 주장과 정서, 정동 내지 충동을 섞어 폄론(貶論)으로 폄칭(貶稱)과 비칭(卑稱)을 지어 따로따로 상대방에 저주(詛呪・咀呪)를 퍼붓다시피 불러야 하나 하고 사색하고 고민하게 된다.
해외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고국은 분명히 하나인데 나라는 ‘한국’과 ‘조선’ 둘이고, 우리는 반만년 백의겨레로 단일민족이지만 고국에는 ‘한민족’과 ‘조선민족’이 따로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만이 육지에 이어진 땅을 ‘반도’라고 하며 우리 해외동포들은 고국을 친절하게 ‘우리 반도’하고 하는데 고국에서는 제가끔 ‘한반도’, ‘조선반도’라고 일컫는다.
필자는 본문을 쓰면서 요즈음 불현듯 스스로를 ‘조선민족’이라고 해야 할지 ‘한민족’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한국의 현행『외래어 표기법』에 좇아 ‘朝鮮族−ChaoXianzu−초우세엔주우’라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필자의 "우리말과 글의 백흑 보고서" 상편 제24, 25쪽, 하편 제11절 제304쪼 참조--이하 "우리말과 글의 백흑 보고서"를 "본문"으로 약칭함 )
중국 연변대학에는 조선-한국학원이 있고 세계 각국에도 ‘조선・한국’ 또는 ‘한국・조선’이라고 명명한 학술단체나 연구모임이 많다. 고국의 남북문제 연구를 위함이 아니라 고국의 같지 않은(서로 다른) 국명(國名)을 염두에 둔 단체와 모임들이다.
중국의 조선민족들은 새 중국 건립(1949년) 후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배려(본문 하편 제12절 제322쪽∼제330쪽 참조)에 감개무량하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떠넘긴 이중, 삼중의 무거운 짐을 더 짊어지고 있어 너무 힘들다.(재일동포들의 민족으로서의 ‘조선’에 얽힌 사연은 생략)
한국의 문법, 어법을 따르려고 하니 중국 조선민족의 현실을 너무 떠나게 되는 것도 어렵거니와 지금껏 갖고 있고 지키고 있던 너무 소중한 참된 도리를 저버리고 잃어버리는 듯싶어 가슴이 미어지고, 중국의 조선어사정위원회의 규정을 지키려고 하니 고국과 멀어지는 듯싶어 참으로 “위엄은 상설 같고 은혜는 태산 같아 아니 가기 어려웁고 가기 또한 어려워라”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언어도 민족과 마찬가지로 단일민족에게는 으레 말도 하나, 글도 하나로 일컬어야 함이 당연한데 왜서, 무슨 까닭으로 우리민족에게는 인위적으로 ‘한글’ 따로 ‘조선어’ 따로 인가?!
필자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이를 ‘한글’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조선글’이라고 해야 할지, 같은 동포끼리 만나서도 주고받는 말이 ‘한국어’인지 ‘조선어’인지 갈래와 두서를 잡지 못하겠다.
당분간 분단 된 현실을 감안하여 나라 명(國名)은 잠시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민족명(民族名)과 말과 글의 언어(言語・語言)명(名)만은 통일할 수 있지 않은가? 또 하루 빨리 힘써 통일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우선 우리 고국의 기구하고 복잡한 국명(國名・國命)부터 보자.
한국의 거의 모든 사전들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는 낱말은 없고 다만 대신 ‘북한’이라는 단어가 있다.『국어 대사전』에서는 ‘북한’을 ‘한강 이북의 한국’이라고 풀이하고(1677쪽),『새국어사전』(1994년)에서는 “①(광복 후의) 북위 38도선 이북의 한국. ②(6・25 사변 후의) 휴전선 이북의 한국”(941쪽)이라고 새겨져 있다.
조선의 사전들에는 ‘대한민국・한국’이라는 단어가 없고 대신 ‘남조선’이라는 낱말이 올랐다.『조선말사전』(1962)에서는 ‘남조선’을 ‘남부조선’(제1권 제712쪽)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칭으로 ‘조선’을 ‘북한’ 즉 대한민국의 일부분이며 방위(方位)로 북녘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로 ‘북한’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고로 한국사전에서는 ‘북한’을 ‘한강 이북의 한국’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괴뢰정권이며 주권국가인 저희(자기)들 ‘한국’의 북반부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는 ‘대한민국’을 괴뢰정권으로 치부하며 ‘남조선’ 즉 조선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조선의 남녘땅이란 의미로 ‘남조선’으로 표기하고 있다. 고로 조선의 사전에서는 ‘남조선’을 ‘남부조선’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 저희(자기)들 ‘조선’의 남반부라는 뜻이다.
남(南)은 반도 전체를 ‘한반도’로 명하고 북(北)은 반도 전체를 ‘조선반도’로 명하며 서로 원하지 않는 폄격(貶格)된 별명(別名)을 지어 ‘북한’, ‘남조선’ 으로 일컫고 있다.
남과 북 모두 대상국을 자기의 영역, 영지, 영토의 일부분으로 주장하고 있다. 언젠가는 영유권, 영도권, 지배권을 꼭 되찾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받침 되어 있다. 이는 분기와 분쟁, 대립과 대치만 야기(惹起)시킬 뿐이다.
필자는 한국의 많은 사전들에 오른 ‘남침(南侵)’이라는 낱말 풀이와 예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중서림에서 펴낸『국어 대사전』(제676쪽)과 『엣센스 국어사전』(제408쪽), 동아출판사에서 펴낸『새국어사전』(385쪽)에서는 ‘남침’을 “남쪽을 침략함”이라고 풀이하며 예문으로 “북괴의 남침”이라고;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표준국어 대사전』(1999년)에서는 ‘남침’을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이라고 풀이하며 “북한의 남침 야욕”, “북한 공산군은 38선을 넘어서 남침을 감행하였다”고 예문을 달았다.
필자는 낱말 ‘남침’의 사전 풀이를 “남쪽을 침략함”이라고 함에는 틀림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남쪽을 침략함”에서 ‘침략(侵略・侵掠)’이라는 단어가 고국의 6・25전쟁(육이오 동란, 한국 전쟁)에 인용되고 있다는 점에 소름이 끼친다.
우리한자 [侵]의 옥편 훈과 음을 보면 [침노할 침], 뜻풀이와 해설에서는 “사람이 남의 땅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한국의『표준국어 대사전』에서는 낱말 ‘침략’을 ①“남의 나라를 불법으로 쳐들어가서 약탈함.” ②“정당한 이유 없이 남의 나라에 쳐들어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밖에 침경(侵耕), 침경(侵境), 침공(侵攻), 침노(侵擄), 침벌(侵伐), 침범(侵犯), 침습(侵襲), 침월(侵越), 침입(侵入), 침점(侵占), 침해(侵害); 침략국, 침략군, 침략기, 침략배, 침략상, 침략성, 침략자 등 단어풀이를 보면 모두 다 ‘남의 땅’, ‘남의 지경’, ‘남의 영역’, ‘남의 나라’를 범하고 해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있다.
그렇다면 ‘남침’은 “남쪽을 침략함”이고 “북한 공산군은 38선을 넘어서 남침을 감행하였다”는 예문은 “… 북한 공산군은 …남쪽에 있는 ‘남의 나라를 불법으로 쳐들어가서 약탈’을 감행하였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침략’은 ‘남의 나라를 쳐들어간다’는 뜻임을 거듭 강조)
한국의 ‘남침’이라는 용어(用語)대로라면 62・5전쟁 당시부터 남(한국)과 북(조선)은 벌써 서로를 남의 나라라고 승인하고 인정하는 듯싶다. 그러나 만약 한국의 사전 새김대로 ‘북한’을 ‘한강 이북의 한국’이라면 ‘북한 공산군’은 남의 나라가 아닌 ‘한강 이북의 한국 공산군’이기에 남의 나라 군으로 볼 수 없다. 때문에 한나라의 군과 군의 전쟁에 ‘침략’이라는 단어가 너무 적절치 않다.
지난세기 50년대 초 당시 남의 나라를 통일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 전쟁이 아닐 터이니 ‘남침’이라는 용어를 ‘북한’이라는 호칭과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한강 이북의 한국’인 ‘북한’과 ‘남쪽에 있는 남의 나라를 쳐 들어간다’는 ‘남침’이라는 두 단어에 내포된 함의(含意), 즉 전자는 남과 북은 한 나라임을 강조하고 후자는 남과 북은 한 나라가 아님을 시사(示唆)하는 듯한 자초한 자기모순(자체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6・25전쟁은 어느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쳐들어가는 ‘침략’ 성질의 전쟁이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난 ‘내전(內戰)’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과 국민당과의 전쟁을 누가 누구를 침략하는 전쟁이 아닌 ‘국공내전’, 또는 ‘국내해방전쟁’이라 하며 미국도 1860년의 ‘남북전쟁’도 미국의 내전으로 일컫는다.
필자는 이러한 ‘북한’, ‘남조선’ 등 국명 호칭과, ‘남침’과 같은 용어는 일반 상식을 넘어 국제공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남북화해와 협력 내지 궁극적인 통일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 조선을 ‘북한’으로 일컫자 한국과 가까운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와 유럽에서도 덩달아 ‘북한’으로 부르고, 조선에서 한국을 ‘남조선’으로 일컫자 조선과 가까운 나라들에서도 덩달아 ‘남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형제간이 반목(反目)하여 서로 별명을 지어 부르니 동네에서도 덩달아 제가끔 짝을 나누어 별명을 지어 놀리는 격이다.
중국도 한국과의 수교(修交) 전까지는 줄곧 ‘남조선’이라고 일컫다가 수교 후부터 국명을 ‘대한민국’, 약칭으로 ‘한국’으로 공식 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반도’만은 ‘한반도’가 아니라 ‘조선반도’라고 명하고 있다.
분단된 고국은 세계 두 진영의 냉전의 현대판 축도(縮圖)로 되었다.
어느 한 집안의 알력과 불화가 온 동네의 심심찮은 소일(消日)거리가 되고 지어는 남의 행실을 빌미로 삼아 서로 제 속셈(꿍꿍이셈)을 채우듯이 고국의 남과 북의 냉전과 대립은 국제사회의 초미(焦眉)의 관심사로 되고 있다.
반도 땅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풍운은 세계 정치, 외교, 군사의 초점으로 되어 고국은 편한 날 하루 없이 수십 년간 세계 몇몇 대국의 힘겨루기의 격투장(格鬪場)으로 되어버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무고한 우리 겨레만 당하고 있다.
남북과 북남의 반목의 화근(禍根)은 곧 ‘북한’이요, ‘남조선’이요 하는 서로의 호칭부터이다.
남과 북 모두가 상대방을 괴뢰정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한국 사단법인・공산권문제연구소에서 펴낸『북한대사전』(1974), 조선 사회과학출판사에서 펴낸『정치사전』(1973) 참조)
한국과 조선은 휴전(1953년 7월 27일) 후 반세기 넘어 오늘날 모두다 세계 정치무대에서 주권국가로서 각자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 특히 1973년 육이삼 평화 선언 후 두 나라는 모두 국가의 삼 요소 즉 국토, 국민, 주권을 갖고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졌다.
필자는 위에서 피력한 ‘6・25전쟁 당시의 남북관계’와 광복 후 60여년, 휴전 후 50여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과 조선의 주권 및 통일문제’를 동일시(同一視)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1945년 2월 얄타 회담 결정에 따른 반도의 3・8선 문제, 8・15 광복 직후 신탁 통치를 반대한 국민운동, 남측의 1945년∼1948년 사이 ‘군정시대’와 북측의 1946년∼1947년 사이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시기, 당시 반도의 상황은 일제 식민 통치로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 되찾은 주권은 우선 나라와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을 전제로 삼아야할 과업이라면(김구의 “나의 소원”,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참조); 유엔 동시가입(1991년 9월 17일)이 된 오늘의 남북은 장기적인 평화정착을 전제로 한 서로간의 체제유지와 주권인정, 상호 승인과 존중 내지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가 으뜸 과제라고 보고 있다.
낱말 ‘주권’을 한국『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제25권 제345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주권 主權 sovereignty 국가 구성요소의 하나인 최고・독립・절대의 권력. ①국가권리의 최고・독립성을 뜻할 때가 있다. 주권국(主權國)이라고 할 때의 주권은 이 뜻이며, 국제법상으로는 특히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②국가의 최고의사를 의미할 때가 있다. ③국가권력 또는 통치권 그 자체를 가리킬 때가 있다. 영토주권이 있다 할 때의 주권은 이 뜻이며, 국민주권 또는 군주주권이라 할 때의 주권은 이 뜻으로 해석된다. … …
한국의『세계백과대사전』(제17권 제290쪽)은 낱말 ‘주권’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어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어떤 형세 하에서나 자치(自治)하는 모든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있다,
주권의 개념은 <자치>와 <독립>의 특징으로서 표현 된다… 자치라는 것은 주권의 내면을, 독립이라는 것은 주권의 대외적 면을 의미하고 있다… 주권은 영토주권 및 국민의 불가침권이 있다.……
조선의『현대조선말사전』(1981)(제1842쪽)에서는 낱말 ‘주권’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어느 한 계급이 자기의 의사와 요구에 맞게 사회를 통일적으로 움직여나가는 국가권력으로서 그 무엇에 의해서도 제한받거나 침해당하지 않는 국가통치의 최고권력.……
같은 사전에서 ‘주권국가’의 풀이는 “정치적자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라고 해석하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나라는 모두 국제 사회에서 당당한 국가적 협약의 권리와 능력을 갖춘 주권국가라고 본다.
필자는 본문에서 남과 북의 국책과 시책 운운은 피하고 다만 각자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국명(國名), 국어명(國語名), 민족명(民族名)을 바로 새기고 서로 옳게 호칭하는 길을 찾고자 할뿐이다.
‘조선’은 현재 세계 161개 나라와, ‘한국’은 188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무려 158개국과 동시수교(교차수교)가 되어있다.
유엔에도 ‘대한민국’ 국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가 한 하늘아래 한 청사에 가지런히 나부끼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도 공식으로 나라명칭을 각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남과 북을 상대한 국가 원수들 간의 상호 내방(순방)과 정상회담 내지 국가적 외교,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경기장에도 두 나라 국기가 함께 오르내리고 두 나라 국가가 주악되고 6자회담에서도 각 주권국가 대표들이 국가의 공식대표의 자격으로 수차 허심탄회하게 무릎을 맞대고 있다.
한국과 조선의 현행 체제의 상호인정은 남북・북남 간에만 남아있다.
실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남북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협정’이라고 약함) 서언과 총5조, 63조목으로 된 ‘협정’ 전문에 이미 ‘조선’이라는 호칭(互稱・呼稱)이 여러 번 제시(提示)되었다.
아래 ‘협정’ 서언의 첫 대목을 인용해 본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一方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 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一方으로 하는 下記의 서명자들은 쌍방에… …
‘협정’ 제3조 제57조목 (ㄱ.)의 첫대목이다.
본 정전협정이 효력
을 발생한 후 즉시
로 국제연합군에 군
대를 제공하고 있는
각국의 적십자 대표
를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 적십자 대표
와 중화인민공화국
적십자 대표를 다른
일방으로 하여 조직
되는 공동적십자소
조를 설립한다.…
‘협정’ 마감의 서명을 보자.
이 3개 국어에 의한 각 협정의 본문은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국제연합군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 최고사령관 사령관
미 육군대장 조선민주주의인민 팽 덕 희
마크 W.클라크 공화국원수
김 일 성
위키백과―“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에서 “대한민국”을 찾아보면 “동아시아의 한반도 남부에 자리한 공화국이다. 서쪽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동쪽으로는 일본이 있으며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맞닿아 군사적으로 대치중이다. 수도는 서울특별시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진작 두 나라(남북)간에도 공식 인정(認定)된 상태이다.
2007년은 중국의 ‘중−한 친선의 해(中韓友好年)’이었고 2009년은 ‘중−조 친선의 해(中朝友好年)’였다.
반세기 넘는 조선과 쏘련의 친선관계, 낮과 밤이 상반되는 조선과 꾸바의 친선을 “조선이 잠을 잘 때에는 꾸바가 사회주의를 지키고 꾸바가 잘 때는 조선이 사회주의를 지키면서 혁명의 먼 길을 걸어왔다.”는 두 나라 관계에서의 ‘조선’은 주권국가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컫는 ‘북−미 외교’, ‘북−일 관계’ 등에서의 약칭 ‘북’은 ‘한강 이북의 한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는 곧 ‘조선과 미국외교’, ‘조선과 일본관계’를 뜻하는, 주권국가로서의 ‘조선’으로 알고 있다.
다만 당사자들 간의 알력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하여,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서로 자기만이 유일한 주권국가, 유일한 주권정부라고 자처한다고 하여 상대 국가와 상대 정부가 없어지는 법이 아니다.
남북(북남)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만 체면에 겨우 ‘북측’, ‘남측’ 하다가 돌아서서 수만 틀리면 다시 ‘북한’, ‘남조선’ ‘북괴’, ‘남조선괴뢰도당’, ‘북한 괴뢰군’, ‘남조선 괴뢰군’, 서로 ‘괴뢰정부’, ‘역적패당’이라고 비방, 중상함은 일괄적이 되지 못한 통일과 안보 및 외교의 혼선과 허점을 보여 준다.
이는 중화인민공화국이−1971년 유엔의 2758호 결의에 따라 유엔에서 축출되고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가 있는 모든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는, 또한 인정해서는 아니 되는 중화민국−대만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동시에 둘을 다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는 중국정부의 엄정한 입장은 국제사회의 공인된 인식이며 규례이다.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중국 대륙에서는 종래로 대만당국을 ‘대만괴뢰정부’ 또는 ‘대괴(臺傀)’라고 비방하지 않는다.
비난과 중상 대신 오히려 자유왕래, 경제 협력 내지 문화교류 등 제반분야의 합작을 활발히 벌려 상호 요해와 신임 및 평화를 쌓고 있다.
필자는 복잡하고 심각한 남북(한반도・조선반도)문제를 본문에서 몇 마디로 쉽게 풀어보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필자는 다만 남북이 함께 수긍할 수 있는, 서로 편하게 호칭할 수 있는, 만난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돌아선 자리에서도, 헤어진 자리에서도, 좋아도 나빠도 서로 변함없이 호칭할 수 있는 공식부름(이름씨)을 찾고자 할 따름이다.
필자는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미주평화통일연구소장 한호석씨의 ‘완충기적 중간 상태’에서 ‘국가연합 단계’가 아닌 ‘연방국가 초기 단계’설과; 강정구씨의 ‘접합론’; ‘상호주의적인 변혁의 요청’을 주장한 리영희씨의 견해; ‘수렴형통일 모델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손호철씨의 통일론을 서로 시야비야하며 수긍하거나 찬성 또는 반대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고국의 통일을 가로막고 남북 서로에 알력, 불화, 적대시로 반목만 쌓는 분단선에 서린 ‘휴전’과 ‘정전’ 상태를 그대로 묵과하고 묵인한다면, ‘휴전’과 ‘정전’ 상황을 외면하거나 회피한 모든 설은 공담에 불과하다고 본다.
고국은 반세기 넘어 줄곧 휴전(休戰)과 정전(停戰)이라는 인위적으로 설정한 무섭고 살벌한 분위기를 감내・감인(堪耐・堪忍)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스스로 자초한 것은 아니지만 그 쓰디쓴 분단의 악과는 장장 반세기 넘어 남북을 괴롭히고 있다.(전쟁의 시종(始終)과 원인, 배경 등은 생략함)
교전국(交戰國)이 서로 합의하여, 전쟁을 얼마 동안 멈추는 일을 휴전이라 하고, 교전 중에 있는 쌍방, 또는 다방이 합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일을 정전이라 한다. 고국의 남과 북은 아직도 정전 상태에 머물러 있고 고국의 허리는 아직도 휴전선(休戰線−1953년 7월 27일, 6・25 전쟁이 낳은 군사 경계선)에 감겨 있으니 고국은 여전히 전시(戰時)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전쟁의 전투가 끝나지 않았고 다만 다시 싸우기 위해 서로 칼을 갈며 좀 쉬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라면 교전국이 휴전과 정전 상태이니 언제든지 다시 싸울 수 있고, 또한 최후 승전(勝戰)을 위해서는 서로 어떤 대가도 아끼지 않고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는 이치다.
휴전선이 있는 한 교전국 쌍방은 항상 비상에 걸려 서로 전쟁준비와 전투태세를 갖춤은 당연지사이며 그 누구도 비방할 바가 못 된다.
승전을 위한 전비(戰備)에 왈시왈비는 내정간섭(內政干涉)과도 같다.
정전과 휴전 상황에서는 선전(宣戰)포고에 관계없이 항상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포함한 무력시위, 무력시탐, 무력도발, 지어는 교전(交戰), 교화(交火)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교전 쌍방 또는 교전 다방이 정전에 따른 협정을 굳게 지켜야하겠지만 정전협정은 어디까지나 평화협정과 달리 정세에 따라 승전승산(勝戰勝算)만 있다면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국제공법(戰時國際公法)’에도 ‘휴전’ 및 ‘종전’과 ‘포로’에 대한 법은 있어도 ‘개전(開戰)’을 다룬 법은 없다.
고국의 남북은 아직 정전 상태이니 휴전은 상대적인 잠시 현상일 뿐 서로 다시 싸워 전쟁을 끝내거나 아니면 평화선언으로 휴전, 또는 정전 체제, 냉전 체제를 종식시켜야만 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에 왔다.
‘휴전’과 ‘정전’, ‘휴전선’은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의미할 뿐이다.
바로 ‘휴전선’이 있기에 호시탐탐 ‘북한’과 ‘남조선’이 생기게 되었다.
서로 헐뜯고 폄하(貶下)된 별명(別名)이 아닌 공식 정명(正名), 대명(大名)을 서로 호칭(互稱)할 수 있어야만 상호 소통과 교류, 신임과 존중이 가능하다. 필자는 정전담판을 종전(終戰)담판으로, 정전협상을 종전(終戰)협상으로, 휴전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꾼 새로운 토대에서 평화선언으로 ‘연방국가 초기 단계’든지, 또는 ‘공화국 연방 방식’이든지 아니면 다른 어떠한 방식과 어떠한 수준에서라도 일단은 당장 서로 주권과 당국, 체제를 인정하는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기를 간권한다.
철천(徹天)의 대결이 아닌 상호 인정과 평화 공존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해야만 종당에는 전쟁이 아닌 평화로써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
필자는, 고국에서 다시는 동포상잔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남북이 모두 평화를 갈망한다면 전쟁을 뜻하는 휴전선을 하루 빨리 걷어버리고 당금 통일을 맞을 수는 없는 정세에, 휴전과 정전 대신 전쟁을 종말 짓고 평화가 깃든다는 뜻으로 지금의 ‘휴전선’ 명칭을 삼팔선이 조국의 허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으로 ‘허리선’ 또는 ‘허리띠’ 아니면 ‘지경선(地境線)’, 좋기로는 ‘통일선(統一線)’, 아니면 통일의 길로 가닿는 지름길이라는 뜻으로 ‘지름선’으로 개칭하도록 합의를 볼 것을 간권하다. 남북선(南北線), 화합선(和合線), 인내선(忍耐線), 당분선(當分線), 아니면 산이나 언덕을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나 있는 곳을 뜻하는, 그보다 일의 중요한 고비나 절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으로의 ‘고개’를 택하여 ‘고개선’, 또는 생사의 고비, 통일의 고비를 뜻하여 ‘고비선’ 등등도 권장해 본다.
다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전이 보장되어야만 장기적인 평화가 정착될 것이고 그로 하여 절감되는 서로의 엄청난 대남・대북 비상금과 해마다 늘어나는 국방비를 군축하여 남북 경제와 문화 협력을 추진하며 남과 북이 뭉친 힘으로 국제사회에서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 하며 아울러 북과 남이 손잡고 함께 모든 해외동포들을 배려하고 포섭하다보면 이 세상에서 우리 겨레는 자연히 말도, 글도, 민족도, 고국의 호칭도 하나로 다시 통합될 것이고 종당에는 평화통일을 이룰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근이 오르내린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고 서로 인정하고 서로 존경하고 서로 공경하는 호칭이 어쩌면 남북의 상호 화해와 상호 접촉 내지 상호 교류와 상호 협력의 물꼬가 될는지도 모른다.
국명호칭에서 국가연합 단계가 아닌 연방국가 초기 단계로, 또는 공화국 연방 방식으로 서로 상대 정부(당국)를 공식 인정함으로 인해 영구 분열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越南・Vietnam)의 남과 북으로 갈라졌던 남베트남(南越)과 북베트남(北越) 역시 제각기 ‘베트남공화국’과 ‘베트남민주공화국’이라는 국명을 가진 주권국가였지만 1976년에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으로 통일이 되었고, 독일(獨逸・Deutschland)의 동과 서로 분단 되였던 동독(東獨)과 서독(西獨) 역시 제가끔 ‘독일민주공화국’과 ‘독일연방공화국’으로 국명을 지닌 주권국가였지만 1990년에 ‘독일연방공화국’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서로 상대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상대의 국토를 자기의 영토의 일부분으로 주장하는, 그로 하여 북에서는 ‘한국’을 ‘남조선’, ‘남조선괴뢰도당’, 남에서는 ‘조선’을 ‘북한’, ‘북괴’라고 빈정대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상호양해와 상호접촉, 화합협력을 이루는데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이로 하여 조성된 냉전보다 더 긴장한 서로에 대한 호시탐탐하는 분위기가 주변 국가와 세계평화에 끼치는 영향도 문제려니와 이 기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보려는 암특한 놈들의 만만찮은 간계 또한 가볍게 봐서는 아니 된다.
반세기 넘어 줄곧 우리 무고한 남북 겨레만 도탄에 빠져 동족상잔에 희생되고 있다. 삭막하고 피폐해진 민생의 비애는 단장(斷腸)의 아픔과도 같다.
고국의 문제는 결국 남북의 문제이고 남북문제는 다른 사람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남북의 우리 동포들끼리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이제 다시는 꼭두각시가 되지 말아야 하고 또 서로 꼭두각시라는 폄박(貶薄)한 누명(陋名)으로 상대를 질책, 질타(叱咤)하지 말아야 한다.
본시(本始) 한 뿌리에서 태어났건만(本是同根生) 왜 이리도 상잔(相殘)함이 심(甚)하고 또한 끝이 없는가.
남북(북남) 당국은 분단 60여년의 현실을 정시(正視)하고 국제공법과 국제공약, 국제관례에 따라, 겨레의 마음을 담아 하루 빨리 한국은 ‘북한’이라는 호칭(呼稱)을 폐지하고 ‘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표기하고 불러야 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조선은 ‘남조선’이라는 호칭을 폐지하고 반드시 ‘한국’ 또는 ‘대한민국’으로 표기하고 불러 상호인정, 상호평등, 상호신임, 상호존중, 상호공영의 토대에서 장기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공존번영 끝에 마침내 통일을 이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평화정착에 의한 상호 주권인정은 모든 갈등과 알력, 불화, 반목, 대결과 적대시를 해소하고, 지어는 전쟁을 막는 영단명약으로 될 것이다.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협정, 어쩌면 바로 이 영단명약으로 냉전을 종결짓고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당금 그때그때 비상에 대처하여 비료, 식량, 석유, 약품, 생필품 등 지원도 요긴하고 고위급 회동과 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룩하고 정착시킴이 으뜸이고 선참이며 우선이다.
상호간의 가장 값진 선물과 지원은 평화보다 더한 것이 없을 것이다.
평화체제정착은 정부당국 도량의 시금석이요 지도자의 좌우명이다.
평화를 떠난 통일은 아니 이루기만 못하다.
다음 ‘한글’과 ‘조선글’을 보자.
필자는 역사적인 원인, 고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원인으로 하여 현재 서로 국명이 다름에 따라 ‘한글’과 ‘한국어’, ‘조선말’과 ‘조선어’라고 불리어지고 있지만 실은 이는 광의(廣義)로 보면 팔일오 광복 전후까지는 본질적인 동일한 언어에 대한 서로 다른 명칭이라고 본다.
필자는 우리글이 태어나면서(훈민정음, 정음)부터 ‘한글’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님을 밝혀 한국에서의 ‘한글’ 새김을 시정(是正)할 것을 간권(諫勸)한다.
한국의 많은 사전들은 ‘한글’을 1446년 즉 조선 제4대 세종 28년의 ‘훈민정음’이라고 새기고 있는데 필자는 이를 오류(誤謬)로 된 오판(誤判)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여기서 잠시 한(韓)글의 유래를 밝혀 본다.
많은 사람들은 ‘한글’의 옛 명칭은 ‘훈민정음’이었고 ‘훈민정음’의 현대명칭은 바로 ‘한글(현재 조선에서는 조선글)’이라고 한다. 즉 ‘훈민정음이 곧 한글이고 한글은 곧 훈민정음’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훈민정음이 생기면서부터 우리글과 함께 이름씨 ‘한글’이 나온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한(韓)글의 유래를 밝히자면 한(韓)글과 함께 한(韓)국의 한(韓)자 돌림 역사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大韓民國)은 1948년 8월 15일에 완전독립을 선언하면서 부터였고 그 바로 전 광복 후 3년간은 유엔의 감시 하에 총선거 과정이었다. 또 그 전의 1919년 4월부터 1945년까지는 중국 상해에서 조직 선포한 한국의 임시 정부 대한민국임시정부(大韓民國臨時政府)시대였는데 임정(臨政)은 중국 중경(重慶)으로 옮겼다가 본국으로 입국해서 후에 해체되었다. 역사를 거슬러 1897년 8월 16일, 조선 왕조 말 고종 30년에 열국의 승인을 얻어서 제정한 국호가 바로 대한제국(大韓帝國1897-1910)이었다.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나라 글을 한(韓)글로 했었지만 이 한글 이름은 주시경(周時經)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으나 신문관(新文館)에서 발행된 어린이 잡지『아이들 보기』(1913)의 끝에 횡서 제목으로 ‘한글’이라 한 것이 있다. 훈민정음으로부터 꼬박 467년이 지난 후 한글이라는 부름말(호칭)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기에는 조선어학회가 주동이 되어 훈민정음 반포 8주갑(周甲)이 되는 해에 음력으로 9월 29일을 반포 기념일로 정하고 그 이듬해인 1928년에는 ‘가갸날(1926년)’을 ‘한글날’로 고쳐 부르게 되면서 부터이다. ‘한글’이란 말 자체의 뜻은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가는 글’이란 뜻이다.
훈민정음으로부터 꼬박 482년이 지난 후 한글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이라는 명칭이 나오기 전에 우리말을 무엇이라고 이름을 달았을까? 한(韓)이라 하면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을 통합하여 삼한 시기가 있긴 하나 그땐 상고시대여서 오늘의 한(韓)글의 유래와는 관련이 없는 듯싶다.
기재를 보면 훈민정음으로부터 한글이라는 명칭이 나오기 전까지 언문(諺文), 언서(諺書), 정음(正音), 반절(反切), 암클, 아햇글, 가갸글, 국서(國書), 국문(國文), 조선글 등의 명칭으로 불리며 기나긴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이고 권위적인『국어대사전(2006)』에서는 낱말 ‘한글’(제4265쪽)의 주석을 다음과 같이 달고 있다.
한글 한국의 고유한 문자. 조선 제4대 세종(世宗) 28년(1446) 음력 9월 상한(上澣)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란 이름으로 국자(國字)로서 반포된 것으로, 처음에는 자모가 28자였으나…
위의 사전풀이를 보면 ①‘한글’은 마치도 ‘훈민정음’과 함께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②‘한글’이 유일하게 ‘훈민정음’이란 이름을 이어받은 것 같기도 하여 마치도 ‘훈민정음’과 ‘한글’사이에는 종래로 다른 이름씨가 없는 듯싶다. 하지만 방금 전에 실례를 들었던 언문, 언서, 정음, 반절, 암클, 아햇글, 가갸글, 국서, 국문, 조선글과도 같은 우리글을 일컫는 명사가 ‘훈민정음’이 태어나서 ‘한글’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까지 많고도 많았다.
필자는 ‘한글’ 풀이를 응당히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20세기 이후 대한민국에서 달리 이르는 국자”라고 새겨야 한다고 본다. 더 간단히 새긴다면 “대한민국의 국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우리글이 생겨서 부터 ‘한글’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글 명칭(1913년)의 역사는 아직 100년이 안 되지만 우리 한자음으로 옮긴 겨레한자는 훈민정음부터 우리글을 적기 시작해서는 금년(2009년)이 563년이요, 우리글이 생기기 전에는 한문한자가 우리 문자 역사에서 무려 수 천여 년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고 해야겠다. 하오니 우리가 오래전부터 우리의 것으로 익히 써오던 선택되고 정착된 한문한자도 우리글이라고 해야 하며 우리 국자로 명분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전에서의 낱말 ‘조선글’과 ‘조선문’, ‘조선어’의 새김 역시 오류로 된 오판임을 밝히고자 한다.
한국의『표준국어 대사전(1999)』에서는 낱말 ‘조선글’과 ‘조선문’을 “‘한글’의 북한어”라고 풀이하였고 ‘조선말’은 = ‘조선어’를 찾아보라고 하였다. 낱말 ‘조선어’를 찾아보면 “①일제 강점시기에, ‘우리말’을 이르던 말. ②조선 시대의 언어”라고 주석을 달았다. 한국의『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에서는 낱말 ‘조선어’를 한동안은 “한국어”라고 주석을 달다가 최근에 와선 “북한이나 해외 일부에서 쓰는 한국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은 ‘조선글’과 ‘조선문’, ‘조선어’는 ‘조선’에 뿌리를 둔 ‘조선’에서 사용하는 글과 말이다. 즉 조선의 글과 조선의 문자 또는 조선글로 된 문장, 그리고 조선말이라는 것이다.
조선 시대-단군(檀君-기원전 2333년)의 ‘고조선’과 1392년부터 1910년 사이의 이씨 근세조선도 ‘조선’이며 지금 반도 땅의 이북의 국명도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칭)’이다. 우리는 위의 사전풀이에서 ‘조선글’과 ‘조선문’, ‘조선어’를 한국에서 ‘한글’의 북한어, 또는 ‘한국어’라고 함에 1910년 전까지의 수백, 수천 년간 조선 시대의 ‘조선어’를 적어온 우리문자가 진노(震怒)하지 않음에 진노(瞋怒・嗔怒)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100년도 안된 ‘한글’이 수백 년, 수천 년도 더 된 ‘조선어・조선글・조선말’을 “‘한글’의 북한어”, “한국어”라고 딱지를 붙여 삼켜버리려 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의『표준국어 대사전』을 비롯한 모든 국어사전들에서 시급히 ‘조선글’과 ‘조선문’, ‘조선어’는 ‘한글’도 ‘한국어’도 아니며 더구나 이른바 ‘북한’의 글이 아닌 말 그대로의 조선의 글과 조선의 문자 또는 조선의 문장이라고 바로 잡기를 호소한다. 낱말 풀이를 필요에 따라 ‘조선’의 시대, 유래나 배경을 밝히면 그만일 뿐이다.
조선에서 펴낸『조선말사전(1962)』제4권 제299쪽을 보면 낱말 ‘조선어’를 = ‘조선말’이라고 풀이하고 있고 다시 ‘조선말’ 풀이를 찾아보면 다만 “조선 사람의 말”이라고 새겨져 있다.
문제로 된 우리글의 새김을 찾으려고 아무리 샅샅이 훑어보아도 낱말 ‘조선글’은 전연 없고 다만 낱말 ‘조선문’만이 있을 뿐이며 ‘조선문’ 풀이는 ‘조선글’이라고 했을 다름이다. 말하자면 ‘조선글’ 풀이를 찾아보라는 뜻이겠지만 사전에서는 낱말로 올린 ‘조선글’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조선말사전』(1981)에는 아예 ‘조선글’, ‘조선글자’뿐만이 아니라 ‘조선문’이라는 단어도 오르지 않았다. 사전의 부실함에 유감천만이다.
조선의『현대조선말사전』에서는 오히려 2291쪽에 ‘한글’이라는 낱말을 “‘우리 나라 글자’를 이르던 말”이라고 유표하게 새겨져 있다. 한국의『표준국어 대사전』에서 낱말 ‘조선글’과 ‘조선문’을 ‘한글’의 북한어라고 풀이하는 식으로라면 조선의『현대조선말사전』도 ‘한글’을 ‘조선글’의 남조선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지난날 일컫던 우리나라 글자의 이름’일 다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우리글을 현재 남에서는 ‘한글’ 또는 ‘‘한글’의 북한어’, 북에서는 ‘조선어’라고 칭함에 남들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 고국을 ‘한반도’라고 칭함은 ‘대한제국’, ‘대한민국임시정부’ 또는 ‘대한민국’의 국명을 의미하고 인정하는 뜻에서 [한]을 첫 자 또는 첫 음으로 선정한 것이고 따라서 말과 글도 나라말, 나랏글이기에 ‘한글(1913)’, ‘한국어’라고 칭한다고 본다. 혹자는 한(韓)을 삼한 시기를 연상하여 한(韓)글의 유래를 그때와 관련시키려 하나 아득한 그땐 상고시대여서 고증할 길이 없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고국을 달리 ‘조선반도’라고 칭하며 ‘고조선’과 ‘근세조선’, 지금의 ‘조선’이라는 국명을 의미하고 인정하는 뜻에서 나라말과 나랏글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물론, 세계 각국의 일부에서도 우리말과 글을 ‘조선말’, ‘조선글’, ‘조선어’, ‘조선문’이라고 칭함을 잊거나 무시해서도 아니 됨을 강조한다.
실은 국가명과 관계없이 국어(國語)를 영어(영문)로 쓰는 나라(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등)가 부지기수이고 수많은 나라(캐나다, 인도, 싱가포르 등등)들에서는 영어와 함께 불어, 힌디어, 말레이어를 비롯한 두세 가지 문자와 언어를 국어로 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날 동서로 분단되어 냉전 속에 수십 년이 지났지만 언어는 여전히 ‘독일어’ 하나로 통일을 맞이했고 베트남도 남북으로 갈라져 수십 년이었지만 ‘베트남어’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소련(蘇聯)이 해체되어 십여 개 나라로 갈라졌지만 제가끔 나라이름(國名)이 다르다고 하여 새로 선 나라이름으로 신국어(新國語)를 명명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많은 나라들에서는 원래부터 익히 써오던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국어로 칭하며 쓰고 있다.
이에 비교해 분명 같은 우리말과 우리글임에도 오늘 날 우리 고국에서는 임시 국명이 다르다고 하여 국어 명까지 서로 달리하여 ‘한글’, ‘한국어’, ‘조선말’, ‘조선글’, ‘조선어’라고 해야 함에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하여 우리 반도(半島)땅도 ‘한반도’와 ‘조선반도’, 심지어 반만년 단군의 피를 이어받아 줄곧 한 겨레이고 단일민족임에도 ‘조선민족’, ‘한민족’이라는 같지 않은, 서로 다른 부름을 갖고 있음에 마음을 조이고 있다.(1947년 고국의 남북 정부수립 전의 재일동포들은 국적으로서의 ‘조선’보다는 민족으로서의 ‘조선’을 선택, 생략)
지난 수백 년간 동일 대상에 단일 명사로 교제가 충분했던 우리말이 ‘한복’과 ‘조선옷’, ‘한지’와 ‘조선종이’, ‘한국김치’와 ‘조선김치’, ‘조선냉면’과 ‘한국냉면’, ‘동양화’와 ‘조선화’, ‘한와’와 ‘조선기와’, ‘한옥’과 ‘조선집’같은 수많은 동의어로 범람하고 있다.
언젠가 고국이 통일되면, 아니 나라는 잠시 통일이 못 되더라도 우리말과 글이나마 먼저 통일이 되어 함께 ‘겨레말’, ‘겨레글’로 이름 짓고 우리 모두가『겨레말 큰 사전』에 통일 된 우리 국어, 우리 국문을 기준으로 하나로 된 우리말과 글을 자랑스럽게 쓸 그 날이 기어코 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우리말과 글을 통일하자면 무엇보다 먼저 고국의 남과 북의 호칭(互稱・呼稱)부터 바로 잡고 필히 시정해야 한다고 본다. 말하자면 남에서는 ‘조선’을 ‘북한’으로, 북에서는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호칭함에 궁극적인 문제가 있음을 거듭 지적하고자 한다.
고로 우리 해외동포들에게는 ‘북한’과 ‘남조선’을 함께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거슬려 필자의 실경(失敬)이 되겠는지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부족한 주제꼴을 무릅쓰고 다음과 같은 호칭을 생각해 본다.
필자는 남의 주권국가와 국토를 호시탐탐 자기 영역과 영토로 영유하려는 시비 가득한 ‘북한’, ‘남조선’이라는 서로 따로따로의 호칭을 피하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각자가 ‘대한민국’ 약칭으로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칭으로 ‘조선’으로 서로 호칭함과 아울러 필요에 따라 오늘날의 ‘북한’, ‘남조선’이라는 호칭을 대체하여 ‘조국’ 또는 ‘우리반도’라는 관형어(규정어)를 취할 것을 간권한다.
사전에서 낱말 ‘조국’은 “①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②자기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③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떨어져서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에 그 본디의 나라”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 반도’를 관형어로 쓰자는 주장은 지정학(地政學)적으로 우리 고국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해본 호칭이다.
남에서 북의 국명호칭을 공식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고 칭한다. 부득이할 경우에는 ‘북한’ 즉 ‘한강 이북의 한국’이라고 풀이할 것이 아니라 응당히 ‘우리 조국의 북부지역’ 또는 ‘우리 조국의 북반부’ 아니면 ‘우리 반도의 북부지역’으로, 아울러 줄여서 약칭으로 ‘북한(北韓)’ 대신 당분간 새로운 적당한 이름씨(新造語)가 없다면 ‘조북(祖北)’ 또는 반도(半島)를 염두에 두고 [섬 도]를 넣어 ‘도북(島北)’으로; 마찬가지로 북에서는 남측의 국명호칭을 공식적으로 ‘대한민국・한국’이라고 칭한다. 다시는 ‘남조선’으로, ‘남조선’을 ‘남부조선’으로 풀이할 것이 아니라 응당히 ‘우리 조국의 남부지역’ 또는 ‘우리 조국의 남반부’ 아니면 ‘우리 반도의 남부지역’으로, 아울러 줄여서 약칭으로 ‘남조선(南朝鮮)’ 대신 당분간 새롭고 신통한 이름씨(新語)가 없다면 ‘조남(祖南)’ 또는 ‘도남(島南)’으로 풀이하고 호칭함이 더 적절(適切)하다고 본다.(‘고국’, ‘조국’과 ‘국가’의 개념 구별은 별론)
만약 위의 두 가지 호칭이 모두 시답잖다면 통일이 되기 전까지라도 당분간 분단선(分斷線), 3.8분계선(分界線) 또는 ‘허리선’, ‘지경선’, ‘통일선’을 염두에 두고 ‘선남(線南)’, ‘선북(線北)’, 또는 국토의 ‘지름’과 ‘허리’를 염두에 두고 부드럽게 ‘지름남’, ‘지름북’, 또는 ‘허리의 띠’라는 의미로 ‘띠남(∼南)’, ‘띠북(∼北)’이라고 호칭함도 ‘북한’, ‘남조선’이라는 서로 폄(貶)하고 지어는 주권에 상해(傷害)를 주는 호칭보다는 훨씬 낳으리라고 본다.
실은 고국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호칭을 ‘남측’, ‘북측’으로 공식화되어 있다.
남북 모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한다. 하다면 남북 모두 통일될 그날을 위해 말도 하나로, 글도 하나로, 민족도 하나로, 조국도 하나로, 뿌리-근본도 하나로 이어야 할 것이 아닌가.
통일이 소원이라는 말뿐만이 아니라 통일을 이루어나가는 실속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조국의 말에는 겨레의 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우리 겨레가 얼 빠지지 않고서야 어찌 고국이 둘일 수가 있으랴! 모국도 둘, 조국도 둘, 민족도 둘, 말과 글도 둘이다 보면 이제 우리 혼과 얼은 몇이나 되어야 하나.
친형제간, 같은 혈육종친, 대대손손의 대통을 이어갈 성씨(姓氏)와도 같은 우리 고국의 경칭(敬稱)은 오로지 하나만이여야 한다. 아무리 부자간에, 형제간에 알력이 심하기로 혈맥(血脈), 혈통(血統)을 끊고 성씨까지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위에서 실례 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한강 이북의 한국’으로, ‘대한민국’을 ‘남부조선’으로, ‘조선글’과 ‘조선문’을 “‘한글’의 북한어”로, ‘괴뢰’, ‘도당’으로… 라는 상식을 떠난 비방과 비난, 중상 내지 도발과 도전(挑戰)에 가까운 낱말 풀이와 해석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는 필부의 힘으로 그 하나하나를 다는 바로잡지 못할지라도 필생을 걸고 이처럼 잘못된 원천을 찾고 그 못된 뿌리 하나만이라도 뽑아 밝혀보고자 한다. 이제 우리 모두 팔 걷고 애벌김에 부지런히 무성한 잡초를 뽑아버리고 억세게 두벌김, 세벌 김을 거듭하여 깊이 뿌리내린 독초를 뽑아버리노라면 아무리 거칠고 삭막한 폐허라 하더라도 문전옥답이 안 될 리 없다.
대대손손 땀 흘려 가꾼 삼천리금수강산은 먼 훗날 풍요로 가득할 것이고 그로 한 남북 겨레 서로가 더더욱 평화롭고 우리 동포들의 담소(談笑) 또한 얼마나 화기애애(和氣靄靄)하랴.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이 되고 통일 될 고국의 호칭 또한 통일에 앞서 하나로 통일을 이루리라는 밝고 환한 희망과 전망(展望)을 내다보면 이 한 신명(身命) 다 바쳐도 사뭇 신나는 신명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다!
무릇 천하대세란 나뉜 지 오래면 합하는 법이고 합한 지 오래면 나뉘는 법이라고 했거늘 긴긴 고조선(古朝鮮)이 삼한(馬韓, 辰韓, 弁韓)과 삼국(新羅, 百濟, 高句麗)을 거쳐 고려(高麗)로 통일이 되었고 고려가 다시 조선(朝鮮)시대로 바뀌어 장장 오백여년 전성기를 누리다가 조선이 다시 깨지고 부서져 오늘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나뉘어졌다.
이제 우리 고국도 분단(分斷) 60여년의 아픈 상처가 아물고 가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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