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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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값 하기
2017년 01월 05일 09시 18분  조회:1414  추천:0  작성자: 장연하
2017년 문턱에 들어서면서 또 나이 한살이 올라붙는다…인젠 나이를 말하고싶지 않는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이를 확인하고싶지 않는 나이가 돼버렸다. 기억이 예전같지 않고 순발력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하고 책을 보려면 꼭 안경을 배동해야 하고…내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나의 몸에 수많은 징표들을 남기고있다…
 
특히 요즘에는 나이를 먹어 늙어간다는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생각이 많아지고 간단히 해도 될 말을 길게 하게 되고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던 젊은 날에 비해 지금의 나는 먼저 고민하고 한참 망설임 끝에야 실행하고있다.
 
간혹 회사의 젊은 후배들과 어울리다 보면 나는 그들한테서 몇십년전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변해버린 지금의 내 모습에 의식은 점점 아득한 유년의 강가를 서성이듯 아련한 향수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말라 하기도 한다.
 
나는 술자리에서 기분이 좋아지면 지나간 이야기에 열을 쏟고있는데 젊은 후배는 래일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 하고있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화제를 여러 각도에서 정리해서 이렇게 말할가 저렇게 말할가 망설이는동안 젊은 후배는 자기 아는만큼을 금방 이야기 해버린다.
 
나는 노래방에서 몇년째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젊은 후배는 지금 류행되고있는 최신노래만 부른다.
 
젊은 후배와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나는 가르치려고 하고있고 나자신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고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웬지 남을 의식하는 례의를 갖추게 되는것 같고 나의 모습을 치장하는 장식이 많아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화장품도 많이 좋아지고 성형,미용도 엄청 발달해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50대인데도 30대 40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50대, 60대에도 나이는 수자에 불과하다며 날씬한 몸매를 만드느라 여러가지 운동과 식이요법을 하면서 외모를 가꾸는데 많은 사간과 노력을 경주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주변에는 얼굴과 몸매는  어려보여도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 나이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생물학적으로 늙어가는것은 현대과학기술이나 운동 등으로 잡아볼수있지만 정신적으로 늙어가는것은 어쩔수 없기때문이다.
 
“내가 몇년만 더 젊었다면…”하는 말을 항상 무슨 과제처럼 입에 달고다니는 이런 사람들은 나이먹어감에 따라 트집과 아집만 늘어나고 사람과 세상이 못마땅하여 불평과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옛날이야기를 자주하면서 후배들에게 예전의 생활습관을 강요하려들고 “내가 한창 잘나갈 때 개는 형편없었는데 운이 참 좋아”하며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의 행동들로 자신이 어는새 추한 모습으로 늙어가고있음을 모르고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사람들곁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고 회사에서 때론 사회에서 고독하게 성쌓고 남은 돌로 외면당하기도 하는것이다.
 
반면 얼굴에는 주름이 깊에 패이고 머리엔 흰서리가 내렸어도 생각이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람들도 있다. 주름이 있기때문에 더 선명한 미소와 넌짓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눈빛, 어느때든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조언과 긍정적인 발상, 후배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이차이를 별로 느끼지 않고 나이를 먹는다는것이 결코 슬픈 일만이 아닌 축복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로화가 시작되여 늙어가면서 마음이 많이 약해지고 작은 말에도 상처를 쉽게 받고 상대를 리해하기 보다는 리해받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베풀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베품받기를 원하고 존대받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존대받기를 원하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이는 수자로 먹는것이 아니라 숫자의 크기만큼 마음도 도량도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으면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삶을 살아야 할것이다. 이런 삶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되는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변화시킬 때만이 가능한것이다.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거울에 비친 나자신만 바라보는것이 아니라 남에게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우 있을때 비로서 참 곱게 늙어간다, 참 잘 살았다 라는 평가를 받을수 있는것이다.
 
나이 값을 한다는것은 세월에 대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나이 어린 사람들이 나이값하라는 말을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듣는 순간 무려하다고 생각하기전에 자신의 행동과 말을 돌아봐야 할것이다. 올해에는 주름살을 없애 젊어보인다는 말을 듣기보다 생각부터 다림질하고 구겨지고 더러워진 낡은 사고방식도 깨끗이 세탁해 주위로부터 나이값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연변일보 2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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