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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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말 그리고 "욕"
2009년 02월 18일 10시 37분  조회:2287  추천:45  작성자: 장연하

말을 재미있게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오래동안 이야기해도 전혀 막임이 없고 두서도 정연하게 이야기를 엮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아마 화술은 타고나는것인가 부다. 따지고 보면 나도 말을 많이 하는 축에 속한다. 기자라는 직업상 통화수단이 없으면 전혀 불가능한 직업이고 그것도 전혀 생소한 사람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여 상대방이 입을 열수 있게끔 하는 화술능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쪽과는 거리가 멀다.
태여냘때부터 그러고 태여났는지 아니면 자라면서  성격탓인지  아직도 나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생각나는 것은 먼저 말을 하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해서는 안될 말, 쓸데없는 말을 해놓고 후회하는 일도 있고 그럴때마다 입으로 말하지 말고 머리로 말하자, 말을 좀 적게 하자 하고 작정해보지만 얼마 못가 또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친구들과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말을 잘한는것과 말을 많이 하는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말은 많이 하는데 대신 말을 잘 못한다. 또 생각을 여과없이 말하려다보니 말이 남달리 빠르다. 남들이 한마디씩 하는 사이에 세마디 네마디씩 뱉어내니 빠를수밖에…오죽하면  불혹을 넘어선 나한테 지금도 칠십을 넘기신 우리 어머니가  하시는 당부가 내가 어릴적 말을 갓 번지지 시작할때 하듯이  말을 좀 천천히 하라는 것일가…이전에는 내가 말을 빨리 하는것은  그만큼 생각이 빠른것이라고 위안해 보기도하였지만 따지고보면 그것도 아니다. 흥분하고 적당히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때일수록 나의 말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뒤죽박죽 논리가 없어 듣는 사람도 불안하고  별로 설득력도  없다.

예로부터 우리는 “침묵은 금이다” “적게 말을 할수록 후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은 적게 하고 꼭 필요한 말만 골라 하는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기계사람처럼 꼭 필요한 말만 골라하고 친구사이에도 이야기할것은 노트에 적었다가 조목조목 군더더기 한마디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웬지 숨이 막힌다. 친구나 동료사이에는 가끔 실없는 소리를 해서 웃어보기도 하고 화가 나면 혼자 누군가를 향해 욕도 해보고 잡담도 나눌수 있는것이 세상사는 재미가 아닌가…

먼 옛날에 어느 원시인이 화가 나서 옆에 있는 곤봉을 들어 상대방을 내리치는 대신 쌍시옷자가 들어가는 말을 한마디하고는 마음이 풀려 곤봉을 내려놓았다고 한다.그게 인간의 욕이 시작이라고 하니 어찌보면 욕이 인간의 폭력을 제지시키는데 한몫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욕을 해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영원히 원한을 살수도 있지만 그래도 생명을 빼앗는것보다는 백배 낫기 때문이다. 만약 빈라덴이 자살테러스를 보내는 대신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지독한 욕을 퍼붓고 원한이 풀렸다면 9.11참사처럼 수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돌아가지 않았을것이다. 마찬기지로 얼마전 부시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은 이라크기자가 욕대신 암암리에 암살이라는 음모을 꾸몄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참극이 벌어졌을가…

이렇게 말하고보니 내가 “욕” 예찬론자인것같아 이상해보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나는 “욕”을 좀 잘하는 편이다. 더구나 강자앞에서는 굽실거리다가 약자앞에서는 두에깨를 잔뜩 세우고 으시대는 인간들을 보면 “욕”이 안나갈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내 신체부위에서 가장 약한곳이 목이다. 어릴적부터 편도선염이 심해 수술한후부터는 조금만 피곤하고 힘들어도 목이 부으면서 말하기조차 힘들다.

얼마전에는 심한 몸살감기에 말을 전혀 할수도 없이 힘들었다. 그날따라 병원에 가려고 택시에 앉았는데  어떻게 된 판인지 택시요금이 엄청나게 나와있었다. 거들먹거리는 기사의 봉사태도도 눈에 거슬렸지만 료금미테기가 이상한것같아 따지고싶었지만 목때문에 한마디도 말할수가 없었다. 눈만 동그랗게 뜨고 말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택시기사는 신체적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재미있다는듯 두팔을 버려보이며 료금이 이렇게 나왔으니 어쩔수없다는  손시늉을 하고있었다. 할수없이 돈을 치르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나는  말할수 있을때 다시보자고 윽벼르며 택시번호를 적었다.

근 1주일간의 약물치료를 거쳐서야 나는 다시 자유롭게 말할수가 있게 되였다. 그동안 나는  하고싶은 말을 할수 없다는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며 고통스러운것인지 실감하면서 내가 함부로 쏟아내는 말, 그리고 말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였다. “말한마디 천냥이다”는 말이 그렇게  가슴으로 다가온적도 없었다. 그 택시가사를 혼내주려고 택시번호도 기억하고있었지만 즐겁게 말을 할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너그러워져 “에익 나쁜놈”하고 혼자 욕한마디 하고는 용서하고말았다.

이제부터라도 침묵보다는 나은 말 령혼과 마음이 전해지는  좋은 말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저도모르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차분한 말들이 나의 입에서 튕겨나온다. 입은  마음의 문이라고 했거늘 즐거운 말 한마디가 그냥 스쳐버릴 우리의 하루를 빛내주고 따듯한 말한마디가 피곤하고 긴장한 우리의 하루를 풀어주며 사랑의 말 한마디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축복을 가져다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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