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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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과 민주정치의 딜레마
2005년 07월 15일 00시 00분  조회:3743  추천:69  작성자: admin
정(情)과 민주정치의 딜레마

조호길

몇해째 한국드라마가 중국전역을 휩쓸고있다.수십개 텔레비채널중 어느 채널을 틀어도 한국드라마가 안나오는 채널은 없을 정도이다.

한국드라마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끌고있는것은 드라마속에 나타나는 깊은 정(情)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중국드라마와 비교해보면 한국드라마는 인간사이의 끈끈한 정으로 일관되여 있다.부모와 자식간,부부사이,연인사이,형제사이,동료사이에 오고가는 정이 중국인들을 매료하고 있는것이다.

언젠가 나는 한국의 어느 유명작가의 작업실에 머물면서 연속 사흘을 동네 목욕탕에 나가게 된적이 있다.자식이 부모를 등에 업고 와 등을 밀어드리는 모습을 내눈으로 직접 목격하였다.말로만 들었던 신화같은 장면이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들에서도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을 많이 보았다.설악산에서는 낚시대를 잡고있는 남자들,밥을 짓고있는 여자들,애들과 즐기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빠트단지들에 노인정을 만드는것이 거의 의무화되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또 한번 감동했었다.나는 한국에 갈때마다 사회의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정을 감지할수 있었다.

이런 정(情)문화는 그 민족의 높은 생활질을 보여주는것이며 이런 문화는 인류에게 얼마나 보귀한것인지 모른다.이 정도의 높은 생활질을 영위하고있는 민족은 이세상에 몇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이같이 아름다운 정(情)문화가 정치에 반영되면 이성(理性)보다는 정서(情绪)가 앞섬으로해서 정치과정이 정책중심보다는 인물중심으로 되여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情)과 한국민주정치의 딜레마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情)에는 이지(理智)가 없다.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함은 무조건적인것이다.정(情)이 정치과정에 반영되면 인물중심으로 갈수밖에 없는것이다.거기에 극한주의 사고방식이 가미되여 한국정치는 항상 심한 진통을 겪고있는 모습을 발견할수 있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한국은 거대규모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거의 모든 남자 성인들은 군인경험을 갖고있다.이로 인해 군사문화의 흑백논리가 한국정치에 깊이 깔려있다.야당과 여당사이,야당과 정부사이에는 민주정치의 기본인 타협과 절충보다는 극한주의적인 대결이 많음은 주지의 사실이다.하여 정치과정은 생산적인 부분보다는 극단적이 행위들이 많은것같다.

민주정치는 강박적인 행위규법 즉 법,감정이 아닌 이성(理性)과 직결되여있다.왜냐하면 민주정치의 핵심은 경쟁이기 때문이다.정당과 정당사이,정치인과 정치인사이는 경쟁관계이다.누가 더 잘하느냐를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하는것이다.이런 경쟁은 체계적이고 엄격한 게임규칙을 생명으로 한다.게임규칙은 감정을 배척하기마련이다.감정이 아니라 차디찬 이성(理性)을 절대적인 필요로 한다.

육식동물은 힘의 대결로 질서를 잡는다.이와 반대로 초식동물은 힘보다는 권위와 윤리로 질서를 이룬다.왜냐하면 힘이 약한 초식동물은 무리를 지음으로써만이 자기를 보호할수 있고 군체생활은 권위와 도덕을 바탕으로 하기때문이다.

육식주의 서양인들은 외부로부터의 강박적인 행위규법 즉 법으로 질서를 잡아왔다.이와 반대로 초식위주의 동양인들은 권위와 도덕중심으로 질서를 이뤄왔다.

법과 이지(理智)를 바탕으로 한 서양의 민주정치가 권위와 도덕중심의 동양에 이식(移植)되는 과정은 두 문화의 갈등과 융합과정이다.그 결과는 서양문화와 꼭 같지는 않을것이다.즉 동양의 민주정치는 서양의 그것과 꼭 같지는 않을것이라는 것이다.한국은 동양식 민주화를 앞장서 실험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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