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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시대 중·일관계 전망
조호길 중앙당교 교수
일본 민주당 집권 이후의 중·일 관계는 ‘개선론’과 ‘무변화론’이 엇갈리고 있다. 개선론은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몇 차례 밝힌 바 있는 원칙들을 근거로 한다. 중·일 관계 중시, 야스쿠니 신사 불참배, 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등이다. 이와 같은 기본원칙은 민주당이 역사 문제 처리에서 자민당보다 훨씬 부드러운 입장을 취할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며 현실 문제도 공동이익 추구를 우선시할 것임을 시사한다.
반면 중·일 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무변화론은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이 아니며 자민당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데 바탕한 것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야당이 된 자민당이 더욱 우경화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중·일 관계를 되돌아볼 때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상당히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당시의 우호관계는 경제이익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개혁·개방은 일본의 자금과 기술을 필요로 했고,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양국은 당시의 냉전체제하에서 구 소련에 대처하는 데 같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 소련의 해체로 냉전체제가 종식된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과 일본의 공동위협이 사라짐으로써 양국은 긍정적 변수의 하나를 상실했다. 게다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일본에 ‘위협’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긍정적 변수로 작용하던 냉전과 경제이익이 오히려 양국 우호를 해치는 부정적 요소로 바뀌었다. 여기에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 등 양국의 오랜 현안들이 전면에 대두하면서 중·일 관계는 냉각기에 진입했다.
54년간의 자민당 독주를 무너뜨린 민주당 정권이 돛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자민당의 냉전의식에서 탈피해 ‘우애’의 외교관계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미·일 동맹이 대등한 관계로 바뀌고 중·일 관계도 해빙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민주당은 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중국의 높은 관세장벽이 부담이었던 일본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어느 정도 거부감이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일본의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고 이를 대체할 국립추모시설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은 중·일 관계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영토 문제와 해저자원 개발 등은 두 나라의 관계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민주당 내 우익 성향이 강한 소장파의 존재, 민주당의 집권경험 부재도 민주당의 집권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외에 특별히 지적해야 할 것은 중·일 양국 젊은 세대 속에서 강하게 형성된 ‘감정적 마찰’이다. 이러한 부정적 변수를 최소화하며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정당 간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에 앞서 더욱 절실한 게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200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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