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도 더 전에 세워져 300년부터 900년까지 문명의 황금기를 보냈으며
역사상 가장 막강했던 고대 문명 중 하나로 꼽히는 문명이 있다.
전성기였던 10세기에는 멕시코 남부지역 대부분과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를 영역권으로 가지고 있었던 마야족의 마야 문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마야 문명은 대도시 유적들을 건설하여 각 도시마다 거대한 계단식 제단을 갖춘 피라미드 신전을
세우며 화려한 비석을 뽐냈는데 특히 그들은 현대인들도 놀랄만한 천문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마야인들이 치첸이트사라는 도시에 세운 천문대에는 1년 내내 밤만 되면
그들의 천문학자들이 건물 꼭대기에 앉아 천체를 올려다보며 관측을 했다.
그렇게 선별된 천문학자들이 매일 밤 천체를 관측하며 기록문을 만들었고 곧 이처럼 꼼꼼한
기록문을 가지고 별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을 측정하면서 마침내 음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천체의 움직임을 깨닫고 달력을 만들게 된 마야인들은
이후 자연재해의 주기들을 계산한 끝에 그러한 재해들을 예측하는 경지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고대의 문명이면서 해와 달을 관측하는 범주를 넘어선
섬세한 천문 관측을 이미 2000년도 전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신을 떠받드는 신정정치와 농경 사회로 이루어진
마야 문명이 이처럼 천문 관측 기록을 꼼꼼히 기록하여 자연재해들을 예측하는
달력을 제작하였는데 섬뜩하게도 그 끝이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마야인들은 신들이 어떻게 세상과 인류를 창조했는지도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들은 시간이 다섯 개의 주기로 나뉘어 있다고 믿었으며 각 주기의 끝과 시작은
다음과 같이 각각 파멸과 새로운 시작으로 이루어진다고 전하고 있다.
1주기: 신들은 지구와 동물을 창조했으나
자신의 피조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파멸로 주기를 끝낸다.
2주기: 신들은 새로 흙으로 만든 사람을 탄생시켰으나
이러한 흙 인간은 자아가 없어 다시 주기를 파멸로 끝낸다.
3주기: 신들은 이번에 나무로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나 나무 인간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거니와
스스로 발전을 하지 못해 역시 해당 주기도 파멸로 끝을 낸다.
4주기: 신들은 새로 호박으로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금 파멸로 주기를 끝낸다.
5주기: 이제 신들은 자신들을 숭배하는 존재를 원하게 되었다.
신들은 옥수수와 피에서 '마사'를 뽑아 이것으로 옥수수 인간을 만들었다.
위의 5주기에 해당하는 신들의 피조물이 우리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5주기에서도 피조물에 만족하지 못한 신들이 결국 2012년 12월 21일을 기해 다섯 번째 주기를
파멸로 끝을 내리라 예측한 마야인들이 2012년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달력의 기록을 멈춘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이것이 당시 신을 떠받들던 마야인들이 신의 뜻을 읽고서는 종말로 끝나는 미래에 대해 경고한 예언이다.
그런데 이처럼 현대인의 시선으로 접근했을 때 다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예언 말고도 천문학에 놀라우리만큼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마야인들이
천체 관측을 통해 미래에 벌어질 종말을 예언했다는 것이 있다.
치첸이트사에 멕시코와 중미에서 가장 큰 구기장을 세운 마야인들은
이곳에서 태양신을 위한 의식으로 목숨을 건 지금의 축구와 비슷한 구기시합을
벌였으며 동시에 천문 관측에 유리한 장소였던 해당 구기장에서 천체를 관찰했다.
그렇게 마야인들이 동짓날 새벽에 뜨는 태양과 일직선 상에 놓이는
해당 구기장에서 동지 새벽의 해를 관측하던 중 동지의 태양과
은하의 중심이 일직선을 향해 이동하는 움직임을 목격하는 일이 있었다.
이미 2000년도 전에 기본적으로 은하 평면의 느린 축과 성운의 중심은 수평선을 향해
가까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고 있던 마야의 천문학자들이 이와 같이 지구, 태양,
은하계 중심의 핵이 2만 6천 년에 한 번 나란히 자리한다는 것 또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마야인들이 2만 6천 년이 되는 날을 계산한 결과가 2012년 12월 21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은하 일직선 배열의 마지막 날인 2012년 12월 21일, 과연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어째서 마야인들은 수천 년에 이르는 달력을 만들면서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달력 제작을 멈추었던 것일까?
추가로 마야인들은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 태양, 은하계 중심의 핵이 일직선 배열을 이룬다는 것
외에도 이날 지구의 급작스러운 극이동과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할 것도 예측했다고 한다.
그러면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기고는 문명의 황금기를 보내던 중 홀연히
자취를 감춘 마야인들은 이와 같은 자연재해들이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길래
더는 지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2012년을 끝으로 달력을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
마야의 이어진 달력
먼저 지구, 태양, 은하계 중심의 핵이 2만 6천 년 만에 일직선 배열을 이루는 일에 대해 알아보자.
이처럼 일직선 배열이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거대한 자력(磁力)으로
말미암아 지구의 자기장이 일순간에 뒤바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장이 뒤바뀌면 모든 이상 현상들이 동시에 발생하게 되는데 이상 기상 때문에
기아와 전염병은 물론 다수의 대지진, 화산활동의 재개, 빙하기들도 차례차례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이와 같이 지구, 태양, 은하계 중심의 핵이 일직선으로
배열되면서 급작스러운 극이동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극이동이란 대륙과 그 아래쪽 지구 외곽 부분을 구성하는 맨틀이 지구중심을
가로지르는 현상으로 쉽게 말해 미국이 북쪽으로 이동하여 얼음으로 뒤덮이고
알래스카가 적도가 되어 빙하들이 순식간에 녹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극이동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면 지진, 화산 폭발,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지구가 끔찍한 재앙들의 집중포화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즉, 본래 극이동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지지만 2012년 12월 21일에는
일직선 배열로 극의 이동이 수 시간에서 수일 만에 이루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태양 폭풍도 무시무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태양 표면의 폭발로 흑점 주변에 높은 에너지가 쌓여 밖으로 터져 나오는 폭발을 뜻하는 태양 폭풍이
2012년 12월 말에 발생하게 되는데 그 파괴력은 무려 원자폭탄의 1조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태양 폭풍이 지구를 덮친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우리는 느낄 새도 없이 지구와 함께 우주공간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며
만약 운 좋게 태양 폭풍이 지구를 빗겨간다고 해도 그 여파로 전 세계의 전자장비들이
수개월 동안 마비를 일으켜 결국 인류는 순식간에 원시로 돌아가는 처지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정녕 2012년의 위기에서 지구가 무사할 방법이 없는 걸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는 이미 이와 같은 2012년 지구 종말론을
들어봤거나 그로 인해 사뭇 진지한 걱정을 해본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더는 코앞으로 다가온 종말로 인해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 '위의 사례로 벌어지는 재앙'들로 지구가 종말할 일은
2012년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실 지구, 태양, 은하계 중심의 핵이 일직선으로 배열되는 일은 매년 12월마다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애초에 무한한 우주, 그 중 지름 10만 광년의 우리 은하 속에서 모래알을 가지고
제멋대로 배열의 기준을 논한다는 게 웃기는 일이지만 그들 기준에 맞추어 보자면)
그렇다면 작년 12월에 걱정할 만한 일이 벌어졌었는지 생각해보자.
단순히 일직선 배열로 지구의 자기장이 뒤바뀌거나
급작스러운 극이동이 벌어지는 사태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는다.
참고로 이러한 일직선 배열에 의한 종말론은 1980년대에 유행하던 그랜드 크로스 현상과 다를 게 없다.
당시 수많은 미스터리 작가들이 즐겨 인용하던 그랜드 크로스 현상은 서양 점성술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구를 포함한 네 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처럼 십자가 모양의 배열을 이루면서 생기는 조석력(潮汐力)이 지구에
영향을 끼쳐 대재앙을 유발한다는 게 그랜드 크로스 현상으로 초래되는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부터 종말론자들이 경고하던 그랜드 크로스 현상이 막상
1999년 8월 18일에 일어났지만, 우리 모두 그날 아무런 일도 없었음을 이미 알고 있다.
참고로 이 그랜드 크로스 현상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더불어 1999년 지구 종말을
대표하는 종말론이었으나 정작 1999년 8월 18일에 지구를 포함한 무려 8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십자가 모양의 배열을 이루었음에도 아무런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지구의 자기장이 뒤바뀌며 대재앙이 발생한다는 종말론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만한 대재앙을 일으키려면 단기간 내에 지구의 자기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인데 지금까지 지구에서는 수십만 년에 한 번씩 천천히 지구 자기장이
역전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70만 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지구 자기장이 역전되지 않고 있다.
만약 단기간 내의 자기장 변화를 가능케 하려면 지구의 자전이 멈추는 일과 같은
불가능한 일이 벌어져야 하지만 앞으로 수억 년이 흘러도 그러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이미 그전에 우리는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정착 중일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 폭풍은 어떠할까?
놀랍게도 이 태양 폭풍은 앞으로 실제 벌어질 일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재앙수준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본래 태양 폭풍은 수백 년 전부터 11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는 자연현상이며 이러한 현상으로 입은 피해는
고작해야 인공위성이나 차량 내비게이션과 같은 통신기기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수준에 머문다.
물론 미국항공우주국인 NASA가 다음연도인 2013년 5월에 태양이 활동 극대기를 맞이하면서 지구 지름의
11배에 달하는 괴물 흑점에서 거대 폭발이 일어나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대대적인 자연재해에는 조금 거리가
먼 것으로 주로 인공위성의 반도체가 망가지거나 통신기기들의 일시적인 사용불능,
심할 경우에는 광범위한 지역이 정전을 맞는 사태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태양 폭풍으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던 적은 1989년으로 이 당시 캐나다의
퀘벡시에서 무려 9시간 동안 정전사태가 일어나 약 20억 달러의 금전적 손해가 있었다.
여기까지 2012년 종말론의 허구성에 대해 읽었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을 것이다.
남다른 천문지식을 뽐내던 마야인들의 달력은 어째서 2012년 12월 21일로 멈춰있는지 말이다.
사실 마야인의 달력을 증거로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지구 종말론은 어디까지나 예전의 극성맞았던 1999년 지구 종말론의 재림일 뿐이다.
다만, 1999년 지구 종말론의 경우 잘못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면
이번 2012년 지구 종말론은 그 이면에 철저한 상업주의가 숨어있었다는 것이 차이일 것이다.
만약 2009년에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존 쿠삭을 내세운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2012'가
개봉하지 않았다면 과연 사람들이 2012년 지구 종말론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보였을까?
마야의 끊겨진 달력을 소재로 지구가 2012년에 종말의 위기를 맞는다는 이 영화가
개봉 첫주 만에 제작비에 투입된 2억 달러를 상회하는 2억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적어도
어느 정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마야인의(?) 2012년 지구 종말 예언을 똑똑히 각인시킨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야인들의 끊겨진 달력과 관련한 일련의 소동들도 최근 나온
기쁜(?) 소식으로 인해 더는 주목받지 못한 채 2013년을 맞이하게 생겼다.
미국 고고학 연구진이 과테말라 북동부의 마야 유적지 술툰에서 앞으로 7000년 이상의 미래가 기록된
달력을 발견한 소식이 올해 5월 대표적인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지를 통해 발표되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이제 '2012년 지구 종말론' 다음의 종말론이 나올 때까지는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영화 '2012'와 수많은 종말론자들의 주장에 맞서 사실 마야인들은 지구 종말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야 했던 마야 문명 전문가들도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마야인들은 문명 황금기에
어째서 홀연히 기록들만을 사방에 남긴 채 자취를 감쳤던 것일까?
9세기 무렵, 당시 점차 빠르게 소모되어 가던 자원으로 말미암아 식량부족과
질병 등의 재해가 발생하며 점차 쇠퇴의 길을 걷던 마야 문명은 치첸이트사의
주요 수원(水源)이었던 성 세노테에 재물을 바치면서 본격적으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여러 가지 문제로 막다른 길에 갇혀있던 마야인들이 지하 세계의 신에게
재물을 바치면 다시금 자신들의 문명에 빛이 비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곧 부족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던 성직자들이 심장을 도려낸 희생자들을
재물을 바치는 의미로 성 세노테에 수장시키기 시작하면서 수원이 오염되자
당시 농경 사회였던 마야 문명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게다가 이처럼 상황이 점차 나빠지기만 하자 농민들이 분노하면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많은 마야인이 영양실조로 죽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며
그렇게 텅 비다시피 되어버린 마야 제국은 16세기경 스페인에 의해 정복되고 말았던 것이다.
한편 마야 인디언의 장로인 아폴리나리오 픽스툰은 벌써 3년째 마야족은
지구 종말 예언을 하거나 2012년에 흉사가 일어난다고 한 적이 없으며 서구에서
자신들의 기독교에서 말하는 종말론을 마야 문명에 끼어 맞춘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어찌 보면 2012년 종말론으로 인해 현재 가장 많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아폴리나리오 픽스툰일 것이다.
지금껏 대부분의 미스터리와 음모론들이 애석하게도 비(非)과학적이며
비이론적인, 그리고 끼워 맞추어진 전제와 흥미 위주로 전개되어왔다지만
이 지구 종말론이야말로 그중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심심풀이 점괘로도 잘 사용되지 않는 서양 점성술이 하나의 커다란
트렌드였던 중세시대, 그리고 그러한 시대상에서 탄생한 한 의사의 취미활동을
지구종말론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던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부족 간의 불화로 자멸한
고대 문명을 통해 지구의 운명을 엿보려고 하는 것을 과연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지구의 자기장과 극이동이 불과 한 해 만에 이루어진다는 가정은 늘어난 인구수로
지구에서 산소공급이 어려워진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논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스티븐 호킹이 비록 미시간 대학 고돈 케인과의 내기에서는 100달러를 잃게 되었지만
아마 2012년 지구 종말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돈을 베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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