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http://www.zoglo.net/blog/zhengrenjia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김치의 중국 이름 ‘辛奇’질의
2013년 12월 26일 23시 51분  조회:11030  추천:11  작성자: 정인갑
김치의 중국 이름 ‘辛奇’질의

정인갑




약 200~300년 전 중국어의 기基, 키其, 히希 음이 북경 음에서 구개음화하여 지, 치, 시로 변했고 -ㅁ받침이 -ㄴ받침으로(三:삼→산) 변하였다. 이것이 근대중국어가 현대중국어로 변한 중요한 표징의 하나이다. 중국 표준어음(북경 음)에 ‘김’이나 그와 유사한 음이 없다. 그러므로 ‘김치’의 중국 이름을 음역音譯하기 아주 어렵다.

그사이‘泡菜(pàocài파우차이)’라 불렀는데 문제점이 있다. 논리학적으로 볼 때 ‘담근 채소’라는 뜻인‘泡菜’가 나타내는 개념의 외연外延이 너무 넓다.‘화장실’을‘환경보호시설’이라 이름 짓거나 ‘신발’을 ‘교통도구’라 이름 짓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중국에도 ‘泡菜’라 부르는 음식이 있다. 필자가 먹어본 음식으로 사천四川음식에‘泡菜’가 있으며 무를 절여 발효한, 고추를 넣어서인지 약간 분홍색이 나는 음식이다. 사천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타 지역에도 ‘泡菜’라 부르는 음식이 많을 듯하다.

최근 한국농림수산부가 김치를 중국어‘신기辛奇(xīnqí신치)’로 이름 지었지만 언어의 차원에서 볼 때 역시 잘 지은 이름이 아니다. 아마‘맵고도 신기한’음식이라는 취지겠지만 현대중국어에서‘辛’은 ‘맵다’는 뜻이 아니다.‘맵다’를‘랄辣(라là)’라고 하며 그러므로 중국인은 김치를‘辣白菜’라고도 한다. 그러나‘辛白菜’라고 하지는 않는다. ‘辛’은‘辛苦·辛勞·辛勤·辛酸’등 다음절 단어에만 쓰이며‘고생하다, 수고하다’의 뜻이다.‘辛奇’라는 단어에 억지로 뜻을 부여하자면‘기특하게 수고하다’,‘대단한 수고’,‘수고가 기특하다’등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설사‘辛’의‘맵다’는 뜻이 잘 전달된다고 해도 김치의 이름으로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지역은 서남쪽의 사천, 운남, 귀주, 호남 등 몇 개 성의 사람들인데 대부분 극빈지역이다. 비싼 한국 김치를 많이 사먹을, 돈 많은 동남연해 지역의 사람은 매운 음식을 아주 싫어하고 기타 지역도 먹을 수는 있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에서 고추를 어떻게 개발해서인지 사실 김치는 매운 음식과 맵지 않은 음식 중간에 있다. 김치 이름 자체에‘맵다’는 뜻을 구태여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매워서 안 먹겠다고 우기는 중국인에게 항상 ‘먹어보아라, 그리 맵지 안하’라며 설득하곤 한다.

중국의 방언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치’한 글자만은 김치의‘치’와 음이 같지 않느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奇치’는 북경, 동북 등 지역의 발음이고‘奇’를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기·키’로 발음한다. 아마‘기·키’로 발음하는 인구가‘치’로 발음하는 인구의 몇 배는 될 것이다. 결국은‘辛奇’와‘김치’는 의미나 발음이나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沉菜침채(천차이chéncài)’라는 이름도 된다고 본다.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沉菜’가 김치의 어원이고 조선시대 문헌에서 김치를‘沉菜’라고 하였다. 沉菜의 고대발음‘딤치’이다. 지금 평안도 방언에서 ‘김치 담그다’를 ‘딤장’이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상도, 함경도에서 ‘짐장’이라 하는 것도 다 ‘沉藏’의 한자어음이다.

이‘딤치’가 구개음화하여 ‘짐치’로 됐다가, 또 같은 치음(ㅈ·ㅊ)이 이화異化 현상이 일어나‘짐치→김치’로 변하였다. 한국 김치냉장고 유명 브랜드 ‘딤채’는 바로 ‘沉菜’의 고대 음이다. 중국에서 이미 사라진지 수백 년이 되는 말을 한국에서는 지금도 쓰고 있구나 하며 문헌을 좀 아는 중국 지식인들이 한국의 유서 깊은 문화에 감탄할 것이다. 또한 ‘담근 음식’이라는 뜻이 지금도 어느 정도 살아 있다.

‘金菜김채(jīncài진차이)’도 될 듯하다.‘뭐 대단해서 “金”자까지 붙이나’하면 ‘김치의 한국음을 그대로 옮겼다’라고 해석하면 된다. 또 중국에는 음식이름을 과장 표현하는 문화가 있다. 이를테면 식당 메뉴에 닭의 발을 鳳爪(봉황의 발)라 하듯이 말이다. 과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沉菜건 金菜건 다 썩 잘 지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辛奇보다는 낫다. ‘서울’의 중국이름 ‘漢城’을 ‘首爾’로 모색하고 고치는데 장장 10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 겨레의 귀한 물질자산, 유네스코의 인류유형문화재로 등록이 된 김치를 서둘러 서뿔이 ‘辛奇’라고 고쳐 부르며 심지어 중국에 상표등록까지 하고자 하는데 바람직한가? 사실 김치의 이름을 중국어로 어떻게 짓는가는 서울을 중국어로 어떻게 부르는가 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31 ]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Total : 13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9 가죽도 없는데 터럭이 어디 붙을소냐 2009-03-06 55 5667
78 "화장化粧"그리고... (정인갑) 2008-11-24 51 6520
77 모택동 신격화는 안돼 2008-10-22 109 8446
76 모택동,다시 인간에서 신으로? 2008-10-11 94 7866
75 "정치군" 2008-09-30 74 5889
74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왜 생겼을가 2008-09-02 102 6081
73 《제도》의 개혁과 민족의 전망 2008-07-31 93 5837
72 어문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2008-07-29 73 5602
71 한어수준과 조선족의 출로 2008-07-28 113 5621
70 조선족의 한어 수준은 어느정도인가? 2008-07-27 79 6236
69 《제도》가 초래한 치명적인 문제점 2008-07-26 83 6263
68 대입시험을 조선어로 치르는《제도》의 득과 실 2008-07-23 91 5945
67 한국 언론 및 기자에게 진언한다 2008-05-03 110 5484
66 ‘宣讐式 반일 선전’이라니? (정인갑66) 2008-03-30 97 5527
65 우리 민족 력사에 봉건사회가 없었다? 2008-03-08 96 5656
64 ‘불민한 당나에게 충고하고 싶다’ 재론 2008-02-22 95 6476
63 不敏한 唐娜에게 충고하고 싶다 2008-02-14 94 5970
62 한국 드라마의 생명력은? (정인갑63) 2007-12-30 113 10978
61 우리 민족의 간부들에게 진언한다 (정인갑62) 2007-12-18 102 6334
60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管見 (정인갑61) 2007-11-16 119 7412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