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음식문화는 손님에게 음식 대접을 할 때 요리의 숫자를 따진다. 상대방을 정중히 대접하려면 최저 8가지로부터 시작하여 12가지, 16가지…요리를 대접해야 한다. 상대방을 간단히 대접(吃頓便飯)한다고 해도 좀 서먹서먹한 관계라면 최소 4가지는 대접해야지 그에 미달이면 망신을 면할 수 없다. 불알친구를 대접할 때만은 이런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동포식당의 중국요리는 한 접시의 양이 중국 식당의 2배가량 되며 가격도 물론 중국식당의 2배, 이를테면 평균 1.3만 원가량 받는다. 둘이 식사하러 가서 8가지를 시키면 10만 원 가량 나오며 3/4은 버리게 된다. 염치불문하고 4가지만 시켜도 5만 원 정도는 나오며 절반을 버리게 된다. 돈을 새겨 음식을 버리기 너무 아깝다.
그러므로 필자는 중국손님을 대접할 때마다 신경을 쓰게 된다. 차라리 일식집에 가서 생선회를 대접한다. 5만 원짜리 생선을 시키면 둘이 족히 술 안주할 수 있으며 다 먹는다. 대접받은 자는 비싼 일식음식의 대접을 받았다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포식당에 가서 4가지 요리에 5만 원을 쓰면, 절반을 버리게 되며 상대방은 속으로 쩨쩨하다(짜다)고 깔볼지 모른다.
필자는 동포식당에서 식사할 때 이런 건의를 해봤다: “대·소 접시로 나누고 소 접시는 양을 55%가량 담고 가격도 7천 원가량 받으면 좋겠다.” 식당 주인은 들은 체도 안 한다. 한 식당 주인은 필자에게 이런 충고를 하였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인건비 때문에 양을 많이 담건 적게 담건 본전은 비슷합니다. 차라리 많이 담고 배로 받는 것이 식당의 이익입니다.”
아하!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었구나! 손님의 손해로 식당의 이익을 챙긴다? 시장경제와 역행하는 이런 방식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는 필자의 건의처럼 운영할 것이며 그 사람이 바로 더 성공하게 된다고 필자는 믿는다.
1987년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필자는 중화요리 집에서 모 한국인의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더러 주문하라고 하여, 4사람이고, 또한 그런 장면이면 최소 8가지를 시킬 것이라 여기고 우선 4가지를 시켰다. 그런데 그 4가지만 먹고 말았다. 아니꼽게 생각되어 다른 식탁들을 돌아보니 3~4인이 모두 두어 가지 정도만 시켜 먹는 것이었다. 그날 우리는 음식의 절반을 버렸으며 만약 필자가 8가지를 시켰다면 큰 망신을 할 뻔했다.
여럿이 가서 한두 가지 요리만 시켜먹어도 괜찮은 것이 한국의 음식문화이다. 그러므로 중국요리가 한국에 정착할 때 역시 한두 가지만 시켜먹어도 되게끔 하느라 한 접시의 양이 많게 된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옛날 한국거주 화교가 수만 명에 불과했고 한국의 중화요리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가 대부분 한국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귀화한 중국동포가 10여 만, 장기거주자가 70~80만, 해마다 한국에 출장·관광 오는 중국인이 수백만에 이른다. 이제는 한국에서 중국요리에 중국의 음식문화를 동시에 접목시킬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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