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이런 ‘사고(社告)’를 보았다. 제목은 ‘중국 자본주의 현장 탐방’이고 그 안에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에서 사회주의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자본주의 체제로 변신하는 신(新) 중국을 목격할 것입니다’라고 씌어있다(사진 참조).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강령에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번연히 씌어 있는데 말이다. “말이 사회주의이지 자본주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는 반론을 할 것이므로 군더더기 말이지만 아래에 적어본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의 핵심은 소유제이다. 중국은 국가 공유제를 주체로 하고 각종 소유제 형태가 병존하는 경제 제도이다. 우선 중국의 토지는 에누리 없는 국가 소유이다. 멀쩡한 집이 제아무리 개인 소유라고 하여도 집 밑의 땅이 국가 소유이므로 그 집은 준(准) 개인소유밖에 안 된다.
국가 명맥에 관계되는 대형 공장, 광산, 철도, 우편, 금융, 보험, 수도(水道), 에너지 등은 모두 국가 소유이다. 그리고 규모가 상당한 상업, 통신, 연구, 교육, 위생(병원포함) 등 기구도 국가에서 운영한다.
물론 많은 업체가 개인 소유, 개인 운영을 하지만 국가의 명맥과 거리가 먼 서비스 업체가 중심이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본주의 같지만 그 근본이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사회주의국유체제의 보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정치상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4가지―공산당 영도, 무산계급 독재,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문, 잡지, 출판, 방송은 100% 국가에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운영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까지의 모든 교과서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어긋나면 안 된다.
이래도 중국이 ‘자본주의 현장’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자본주의’인가? 큰 나무의 뿌리로부터 줄거리가 사회주의이고 일부 가지나 잎이 자본주의처럼 보인다고 하여 나무 자체를 자본주의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필자는 밥을 먹을 때 이런 장면을 목격하곤 한다. 한국인 문: “이 식당 당신 것인가” 주인 답: “네!” 문: “1년에 얼마 버나?” 답: “40만 웬(元, 약 한화 5,500만원) 가량 번다.” 한국인: “이것 봐, 중국 자본주의 다 됐네!”
그때마다 필자는 이런 대화를 우수개 소리로 흘려버리곤 하였다. 그런데 <조선일보>사, 전경령(교육인적자원부, 포스코 후원)이 이런 얼빠진 소리를 하니 도저히 흘러버릴 수 없으며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를 쓴 사람의 실수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을 너무 모르는 한국인의 한 단면의 반영이라고 본다. 중국에 접근했다가 실패하는 한국인이 너무 많은데 우연이 아니며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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