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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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개고기 음식문화
2005년 09월 07일 00시 00분  조회:6873  추천:66  작성자: 정인갑

1986년 필자는 雲南성에 출장갔다가 昆明시 광장 야시장에서 개고기를 맛보는 幸運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먹는 방법이 작은 공기에 湯을 물 한컵 정도 되나마나 하게 담고, 개고기 몇 점과 薄荷 잎 몇개 띄웠는데 둬모금에 다 마셔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고기는 질기고 탕도 맛이 없어 입에 넘어가지 않았다.

“개고기를 이 꼬라지로 해 놓고 먹으라니 말이 되느냐?”하며 한참 훈계를 했더니 “이 고장에서는 개고기를 이렇게 밖에 해 먹을 줄 모른다…알기로는 조선 사람이 개고기를 가장 선호한다는데 그들은 어떻게 해 먹는지 궁금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바로 조선족이라고 하니 그는 필자를 신비스럽게 쳐다보며 개고기 먹는 방법을 제발 좀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필자는 좀 흐뭇한 심정이였다. 하여 개고기를 만들줄 모르는 처지에 아는체 하며 한참 질벌거려 보았다.

그후 한국을 몇 번 다녀왔지만 개고기 요리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하였다. 한번은 필자의 內外가 중문학 교수 셋의 식사 대접을 받았는데 먹은 음식이 개고기였다. 그런데 식사후 세 교수가 각각 밥값의 1/3씩 내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밥값이 너무 비싸 AA制로 밥값을 물었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번 식사 때 필자 내외는 개고기를 별로 먹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리해가 가긴 가였다. 1975년 필자가 금방 연길시에 정착했을 때 개 한마리에 10원 정도 하였다. 필자의 고향 무순에서는 개 껍질만 돌려주면 쌀 4근(80전)으로 개 한마리를 바꾸어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조선족이 좀 많이 모여사는 연길도 그런데 한국은 오죽하랴! 그때 우리 민족이 개고기를 선호한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이미 빈말이 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서울올림픽 때 개고기 집이 없어졌거나 서울 外廓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월드컵 기간에 한국의 개고기 집은 한번 더 된 서리를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지금까지 한국을 수십 번이나 다녀왔지만 개고기를 먹어본 예는 앞에서 말한 그 한번 뿐이다. 우리민족의 개고기 음식 문화는 한국에서는 이미 끝장 나는가보다고 필자는 생각하여 왔다.

그러던차 며칠 전 본 연우포럼에 실린 金范松君의 글 ‘補身湯과 愛玩犬’(포럼글마당 NO.351 참조)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마다 伏날이 되면 서울의 補身湯 집에는 保養食을 먹고 무더위를 이기려는 손님들이 몰려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1998년 <國政監査> 자료에 따르면 현재 韓國에서 보신탕을 취급하는 業所는 6,484곳에 달하며, 年間 개고기 소비량은 10만 2,000여 톤, 일당 개고 기 소비량은 280톤, 개소주(燒酒) 釀造에 드는 개고기가 年間 9만 3,600여 톤이다.’

개고기는 우리민족의 음식문화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은 개고기 음식문화의 宗主國에 손색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게 되였다.

필자의 이 말에 “무엇이 어째? 우리민족의 개고기 음식문화? 한국이 개고기 음식문화의 종주국 이라고? 개고기를 먹는 것만도 창피한데 거기다 문화요, 종주국이요 라는 말까지 봍여?”라며 왈칵 성을 내며 대드는 사람이 있을 듯 하다.

필자가 본문을 쓰며 노린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우리는 반드시 개고기에 대한 시비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개고기에 대해 正名을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무엇을 먹고 안 먹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개 민족과 나라의 자존심, 나아가서는 주체성에 관계된다.

우선 개고기 자체에는 추호의 是와 非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민족이나 자체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어떤 음식은 선호하고, 어떤 음식은 嫌惡할 수 있기 마련인데 여기에 대고 가타부타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만약 강대민족이 약소민족의 음식 문화를 비방하거나 간섭하면 이는 문화 제국주의요, 약소민족이 강대민족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가 선호하던 음식을 무작정 포기하는 것은 문화 事大主義이다.

필자는 한국의 <朝鮮日報>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인이 한국인 한개 팀을 북경 인민대회당 식당에서 식사대접을 하면서 요리 하나를 가리키며 무슨 요리인지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누구도 알아맞히지 못하자 개고기라고 알려주었다. 이에 한국 손님들은 입을 짝 벌리며 말문이 막혔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모른 것은 설마 개고기일 수가 있으랴 했기 때문이었다. 片見이 無知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이런 때에 쓰는가보다. '서양사람들이 욕하겠으면 욕해라, 나는 내 나름대로 산다' 라는 중국인의 자존심과 주체의식에 감탄하며 쓴 글이었다.

뉴질랜드가 시드니 올림픽 유치를 위한 마지막 투표를 앞두고 중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이런 야만적인 나라에서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하겠는가' 하며 악선전을 한 것이 중국에게 큰 마이너스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인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2008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투표를 앞두고 베이징시 정부는 서양 기자 5∼6명을 개고기 집으로 안내했다. 그 장면이 텔레비전에 방송됐는데 조선족 개고기집도 이에 포함돼 있었다. 서양 기자들은 입을 딱 벌리며 세상에 이처럼 야만적일 수 있느냐는 표정들이었다.

그들의 질문에 식당 주인의 대답은 아주 태연했다: "모두 개 사육장에서 가져온 개고기다. 당신네가 양을 사육해 먹는 것은 문명적이고, 우리가 개를 사육해 먹는 것은 야만이란 말이냐? 우리도 애완용 개고기는 먹지 않는다." 서양 기자들은 머리를 끄덕이며 '일리가 있다,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당 문을 나섰다.

중국인은 개고기 문제에서 서양사람들에게 추호의 양보와 타협도 하지 않고도 그들을 끝내 이긴 셈이다. 문화 제국주의 앞에서 벌벌 떠는 학국인들이 한스럽다. 문화 사대주의에 물젖어 남의 눈치만 보며 사는 한국인들이 가련스럽다. 물론 한국인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 월드컵 직전 독일의 알게마이네지도 고유 음식문화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화 제국주의라고 공박을 하였는데 왜 우리 저절로 벌벌 떨어야 하는가!

‘개는 인정과 통하는 동물이므로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편견에 속한다. 인정과 통하는 동물은 개 외에도 많다. 돌고래, 원숭이, 코끼리, 고양이, 말, 양…수없이 많으며 인간의 開發과 訓練만 거치면 인정과 통하지 않는 척주동물은 거의 없다.

정이 어느 정도 이상 통하면 먹을 수 없고, 어느정도 이하 통하면 먹을 수 있는가? 일정한 조건만 구비되면 개보다 더 인정이 통하는 동물이 있거나 많을지 누가 알랴. 그가 인류이냐, 동물이냐의 표준밖의 표준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동물학대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더 어처구니 없다. 양이나 소를 먹으면 동물학대가 아니고, 개를 먹으면 동물학대란 말인가!

필자는 개고기를 먹는 문제로 종래로 창피스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며 또한 우리민족이 개고기를 선호한다고 하여 허물로 여긴 적이 없다. 필자는 5년 반동안 의무병역에 종사한 적이 있다. 길림성 伊通縣, 雙陽縣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하였는데, 조선족이 없는 그 일대 개값이 어찌나 싼지, 개고기를 꽤나 많이 먹었다.

같은 連隊의 한족들이 처음에는 “개고기를 어떻게 먹느냐?” 하다가 “그럼 나도 한 점 맛 보자”, “먹을만 하다”, “참 맛있다”로 이어지다가 나중에는 조선족보다 더 잘 먹으며 탕도 몇 사발씩 마신다. 除隊해 고향으로 돌아간 그들은 아마 지금은 필자와 같이 개고기를 먹던 일을 옛말처럼 외우며 ‘狗肉好吃論’'狗肉補身論' '朝鮮族作狗肉眞棒論'을 鼓吹하고 있음 즉 하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팀이 승승장구로 이길 때 필자 주위의 한족들이 “한국 선수들 개고기 덕택에 이긴 것이 아니냐?”, “高麗蔘 때문에 이긴 것 아니냐?”라는 말을 던지면 필자는 머리를 끄덕이며 “물론, 당신네도 앞으로 개고기를 많이 먹어봐라, 힘이 저절로 난다”라도 대꾸하곤 하였다. 농담이 좀 섞인 대화이기는 하지만 그때 필자는 신바람이 나서 말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 ‘우리는 개고기로 몸보신을 잘한다”며 자오감을 느끼며 살 수도 있는데 하필 저절로 자기의 전통을 못마땅하게, 천스럽게 생각할 건 뭔가!

갑골문에 개고기로 제사 지내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자기의 조상이나 하늘에 제사지내지는 음식에 천한 고기를 사용하긴 만무하다. 상나라를 세운 東夷민족, 바로 우리의 조상이 개고기를 선호한 역사는 3,500여년이나 된다.

상나라가 주나라로 교체되며 주체민족이 동이민족으로부터 西狄민족으로 바뀌며 개고기는 중국대륙에서 점점 빛을 잃었다. 제사에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를 쓰는 것(이 3가지 고기를 모두 쓰면 '太牢'이다)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그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한개 민족이 자기의 전통을 3,500여년이나 지키며 문화적 斷層을 모면하며 이어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런 전통을 21세기에 와서 우리의 손에서 아무런 리유없이, 아무런 도리도 없는 남의 숭에 버릴 수 있을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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