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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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과 大鍋飯
2011년 09월 21일 11시 06분  조회:9956  추천:7  작성자: 정인갑
  지금 한국은 무상급식 문제로 여론이 분분하다. 중국 무상급식을 예를 들며 이 글을 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1959~61년, 3년간 농촌전역에서 무상급식을 한 적이 있다. 생산대별로(40세대 좌우) 복지식당을 차려놓고 공짜로 밥을 주었다. 속칭 ‘大鍋飯(더불어 먹는 밥)’이다. 연말에는 먹고 나머지를 배분했다. 결과 중국 농촌이 철저히 망했다. 말로는 3년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인화 때문, 무상급식이 주요 화근이었다.

  무상급식은 인류발전의 기본 룰에 어긋나는 위험한 발상이다.

  1. 문명사회의 기본 룰인 등가교환의 법칙을 어긴다. 1959년 필자는 13살이고 더욱이 부친이 생산대 회계(장부 담당자)였으므로 그때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농민 1인당 1년에 창조하는 재부는 3천 위엔, 인구 1인당 1년 식비가 1천 위엔이라고 가정하자. 식구가 같이 여덟인데 A집은 인력이 여덟, B집은 인력이 하나인 두 가정을 대비해 보자. 연말에 A집은 흑자 16,000위엔, B집은 적자 5,000위엔이다. 무상급식 결과 A집은 흑자 9,778위엔, B집도 흑자 1,222위엔이다. A집에서 창조한 6,222위엔의 재부가 영문 모르게 B집으로 흘러간 셈이다. 일한 만큼 챙기고 먹은 만큼 지불하여야 하는, 말하자면 등가교환의 법칙이 여지없이 망가졌다.

  2. 인간의 노동열정을 저하시킨다. 그때 마을에서는 논쟁이 치열하였다. B류의 가정은 좋아하였고, A류의 가정은 불만이었다. 만약 B류의 가정이 ‘좋은 법이 도움 주니 감개무량하다. 더 열심히 일하자’, A류의 가정이 ‘어려운 사람을 도왔으니 보람 있다. 더 열심히 일하자’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약삭바른 존재이고 그 본질은 이기주의이다. 문제는 A류와 B류 두 가정 사람들의 노동 열정이 동시에 저하된 것이다.

  A류의 가정은 ‘뼈 빠지게 일해 뭘 해, 남 입에 퍼 넣는 판인데’라며 일 욕심이 없어지고, B류의 가정은 ‘먹고 살 걱정 없구나, 아이 둘 쯤 더 낳을까?’라며 빠득빠득 일하려 하지 않는다. 밭에는 곡식 절반, 풀 절반이고 1960~62년에 1천만 인구가 아사하였다는 설이 있다. 중국 농촌은 이렇게 철저히 파산됐다. 1962년 유소기는 농촌 무상급식을 없애고 삼자일포(三自一包)의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자산계급 당권파로 몰리고 문혁으로 이어졌다.

  3. 재정이 고갈된다. 무상급식의 돈이 어디서 생기나? 하늘이 내려주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농민의 피땀에서 떼 낸 것이다. 식구 여덟에 인력 여덟인 유형의 가정은 적으므로 재정이 이내 고갈되었다. 농민들은 평시에 생산대에서 돈을 꾸어 쓰고 연말 배분 때 갚고 나머지만 챙긴다. 그러나 무상급식 후 생산대에 돈이 전혀 없어졌다. 김장 때 몇 푼 안 되는 소금과 마늘을 살 돈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모친의 모습이 생생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大鍋飯’을 깨는 개혁이라고도 속칭한다. ‘일한 양과 챙긴 양이 명확치 않은 것’, ‘먹은 양과 지불한 대가가 명확치 않은 것’, ‘무대가로 일하거나 먹는 것’ 등을 통틀어 ‘大鍋飯’이라 일컫는다. ‘무상급식=大鍋飯’으로 보면 대충 맞다. 사회주의는 고도의 복지 사회, 무상급식의 사회였다. 중국이 하다가 ‘이건 아니다’라며 정신 차리고 돌아섰다.

  사회주의도 감히 못하는 무상급식을 골수 자본주의 한국이 왜 선호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아마 이것이 우리민족의 기질인 듯하다. 우리 민족은 이상하게 절대적 평균주의를 선호한다. 중국 전역에 점심을 공짜로 주는 기업은 한국기업밖에 없다. 공짜로 주는 한국식당의 밑반찬도 엄격히 말하면 무상급식이다. 밑반찬을 안 먹거나 적게 먹는 사람의 돈이 영문 없이 많이 먹는 사람에게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므로 중국인들은 이를 꺼린다.

  한국인들이 大鍋飯을 선호하다가 언젠가는 큰 코 다칠 각오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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