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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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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의 '근대성'을 상상한다
2017년 02월 28일 11시 26분  조회:1775  추천:0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중국조선족의 "근대성"을 상상한다
박우


얼마전 정음문화칼럼을 비롯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선족 차세대(혹은 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작지 않은 토론이 진행되였습니다. 선배 교육자들의 조선족교육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지극한 고민을 보면서 한편으로 이분들이 존경스럽고 다른 한편으로 이런 문제가 조선족사회의 핵심문제중 하나이지만 다른 관심사들때문에 조금 등한시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더군요. “교육지백년대계”라고 한 민족과 공동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제도인 교육문제가 오늘날 조선족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로심초사하시는분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되였고, 저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옅은 고민을 공유해보고싶었습니다. 
 
조선족민족교육의 “시초”라고 할수 있는 서전서숙과 함께 연변지역에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등장했다는것은 익히 알려진 력사입니다. 일제에 의해 서전서숙이 해체된후 “(위)간도보통학교”가 들어서면서 민족교육이 왜곡되기 시작한 깊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명 보통교육의 등장이라는것은 보편적 행위와 사유의 주체를 양성하는 기관이 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누구의 시각에서 “보편적”인가의 문제는 별도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서양 선교단체들에 의해 설립된 학교들이 연변지역에서 근대적 계몽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요. 어찌 되였든 연변은 근대교육(또는 근대민족교육)의 요람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해방 이후 이러한 교육기관들은 일제히 중화인민공화국의 “보통”교육기관으로 재설정 되였고 조선족의 중국에서의 공화국창립 공헌에 힘입어 이 보통교육기관들은 아주 당당하게 중국의 공식적 교육기관이 되였지요. 심지어 상당한 수준의 학교시설들이 한족학교로 활용되면서 연변의 조선족교육(시설)이 연변의 한족교육을 도와주는 민족 대단결의 우수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조선족학교들은 사회주의적 행위와 사유의 주체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될수 있었습니다. 참 흥미로운것은 사회주의건설시기 조선족학교의 약진이 매우 두드러졌다는것입니다. “소를 팔아 자식을 교육시킨다”는 조선족의 교육열은 사회동란의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현실 반영되였고, 그 성과로 1950~1970년대에 보통교육을 받은 조선족선배들이 1980년대의 개혁개방시기 중국의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진입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사회주의건설시기는 동북지역이 ‘공화국의 맏아들’로 불렸던 시기이고 동북적 문화가 관내로 확장 및 전파되는 호황기였기에 선진적인 교육시설에서 교육받은 조선족선배들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굉장했을것입니다. 
 
조선족교육의 이러한 제도적, 문화적 선진성의 관성은 개혁개방시기에도 이어져왔습니다. 단순히 고중 및 그 이상 학력 비률의 정량지표를 보면 1990년 조선족은 30.5%, 중국 평균은 13.4%, 2000년 조선족은 33.4%, 중국 평균은 15.8%, 2010년 조선족은 41.9%, 중국 평균은 24.5%입니다. 상당히 성공적이였습니다. 성공적 교육제도는 조선족의 중국 내의 사회경제적 활동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족의 국가기관, 사회조직, 사업단위 관리자나 기업 책임자의 비률은 3.7~4.1%였습니다. 이 비률은 같은 시기 중국 평균의 2~2.5배 수준이였습니다. 전문기술자의 비률은 12.0~13.5%였는데 이 역시 중국 평균의 2~2.5배 수준이였습니다. 사무직(화이트칼라)의 비률은 3.1~6.5%였는데 중국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이렇게 중국조선족은 아주 당당한, 교육받은 중국의 구성원으로서 역할하고있습니다. 
 
앞에서 제기했던 문제로 다시 돌아와보겠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조선족민족교육의 방향이 정확하게 정해져있지 않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다보니 소질(또는 소양)교육이 뒤쳐졌고, 학생들의 독서량이 부족하니 대학교 및 그 이후 단계의 경쟁에서 다른 민족 학생들과의 비교우위는커녕 오히려 렬세에 처해있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하셨습니다. 솔직히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저도 나름 “(민족)교육의 방향이 정확하게 정해져있는” 환경에서 교육받은 세대였습니다. 공부외에도 렬군속, 오보호 가족을 방문하고 방학에는 소조공부를 하면서 사회봉사와 공동체적 정신을 제도적으로 수립할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외에 나누어주는 《과외독서선문집》 등 도서는 국내외 훌륭한 사람들을 공부하고 지식의 량을 확대하는 수단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주의공업화의 엔진이였던 동북에서 생활했고 개혁개방 이후 전반적인 경제적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 교육을 이수한 세대가 현재 조선족의 30대 중후반~50대 중후반의 중견세대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공업발전의 위용을 뽐내던 동북3성은 현재 중국 경제발전의 꼴찌 1~3위 지역으로, 그리고 전국 경제성장률도 예년같지 않은 변화된 구조적 환경하에서 어떤 시각과 마음가짐으로 조선족 차세대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그리고 주제넘게라도 “걱정”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현재 자라나는 이 친구들의 사유는 지엽적이지 않고 굉장히 글로벌화되였습니다. 한국, 일본에 대한 익숙함은 물론 영미권에 대한 관심도 굉장합니다. 이 친구들은 소비지향적입니다. 산업(공업)도시의 매캐한 매연보다 소비도시의 백화점과 스마트기기가 더 익숙한 세대입니다. 이 친구들은 도시적입니다. 촌스러움을 너무 싫어하고 옥수수잎과 담배를 구분하기 어려워할수 있는 세대입니다. 이 친구들은 보다 개인주의적입니다. 불리익을 당하면 바로 화를 낼줄 압니다. 이 친구들은 은근히 가족주의적일수 있습니다. 조선족사회의 본격적인 핵가족화가 이 친구들 세대부터 시작되였으니 말입니다. 이 친구들은 자기애가 강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자신이 잘하는것은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개성이 강합니다. 이 친구들은 쉽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성공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때문입니다. 이 친구들은 우발적이기도 합니다. 먼저 저지르고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승부욕이 강합니다. 이 친구들은 어쩌면 말주변이 부족할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이 친구들이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들이 이 친구의 언어로 질문하지 않았기때문일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조선족청소년들은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되였습니다. 한 개인일지라도 다양한 주(정)체성으로 구성된 “상황적” 자아의 소유자였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전통농경문화적이고 단위제도적인 발상으로 생각하면 상당히 문제있는 친구들이지만 세계가 변화한것에 비춰보면 너무 잘 적응한 친구들이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친구들이 사회의 일원이 됨에 있어서 기능적 또는 자격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얘기는 이들에게 미래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그러한 사회에 적응함에 있어서 장점이 무엇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것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주 작은 한 사례로 요즘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얘기가 흔하게 나옵니다. 거기에 더해 “로보트밀도(Robot Density)”라는 용어도 나왔습니다. 로동자 1만명 당 로보트 보급대수를 말합니다. 일본이 314대로 세계 2위, 독일이 292대로 세계 3위, 1위는 한국으로 로보트밀도가 478대입니다. 현재 중국은 36대에 불과한데 2020년까지 150대로 증가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위치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이 지리적 령역의 로보트밀도를 보면, 어쩌면 현재 자라나는 조선족청소년들이 본격적으로 로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경쟁대상은 인간이 아닌 로보트가 될수 있거나, 로보트한테 도태된 인간이 될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저의 년령대 사람들조차도 “안정”적으로 직장을 퇴직할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인공지능으로 2억 4천만자의 한문 고전 “승정원일기”를 번역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인력난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산업계는 로보트의 도입을 대량화한다고 하지만 이는 동시에 직접적으로 고용유연화, 대량실업, 로사분쟁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갈등 등 일상생활의 일련의 문제를 야기할수도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미래, 또는 이미 다가온 현실적 미래 앞에서 현재 자라는 조선족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해야 할가요?
 
년륜과 경륜의 풍부함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인지를 동반합니다. 자라나는 조선족청소년들이 어떠한 인재가 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는 어느 민족이고, 어느 나라 사람이기때문에 이런걸 해야 한다”는 식의 이들 “객체의 귀속성”과 그에 기초한 기능적 제고에 대한 조언도 중요하지만 우에서 언급한 “주체의 구성”, 즉 정체성에도 각별히 주목해야 하는게 아닌가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미래의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해서 이들이 잘 하는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토의를 넘어 정기적이고 정식적인 론의와 고민들이 집대성되고 이 집단지성이 더욱 훌륭한 조선족청소년들이 글로벌시대의 주류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박우 략력】
 
성명: 박우(朴佑) 
소속: 한국 한성대학 교양교직학부
전공: 이민사회학, 정치사회학, 동아시아 이주와 시민권 문제, 한국의 조선족 사회
 
학력: 한국 서울대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 서울대학 사회학 석사
연변대학 식품공학 학사
 
경력: 한국 한성대학 교양교직학부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조교수. 
주요 론저: 
편저로는《우리가 만난 한국(2012, 한국, 북코리아)、역서로는 《한국과 중국의 사회변동 비교연구》(2013, 한국, 나남), 《중국 동북지역 도시사 연구》(2016, 한국, 진인진)등.

출처: 인민넷 201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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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좋은 글
날자:2017-02-28 16:35:22
이글 한 젊은 학자로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일이다.이런 젊은이들이 있음으로 우리사회는 아름답다.다만 이런 글을 이른바 정계에 있는 조선족 간부 나아가서는 이른바 주장 지어는 중국2백만 동포들을 위해 정치를 하는 분들이 잘 열독하기 바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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