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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생을 쾌적하게 만드는 생전(生前)정리---허연화
2019년 09월 17일 08시 16분  조회:2060  추천:0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생전(生前)정리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의 유품정리는 들어봤어도 생전정리라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생전정리란 글 그대로 살아있을 때의 신변정리를 말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은 197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넘었을 때)에 들어섰고 200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 인구의 21%를 넘어 세상 어디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반면 출생률은 저하하여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자식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게다가 자식들은 고향을 떠나 도꾜나 오사까 등 도시에 이주하여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일본은 장수의 나라이자 또한 독거로인의 대국이기도 하다.

‘독거로인’과 ‘독거사(独居死)’는 쭉 일본사회에서 주목해온 중요한 사회문제였다.

2009년 처음으로 ‘슈카쯔(終活)’에 관한 서적이 일본에서 출판되였다. ‘슈카쯔‘란 말 그대로 인생의 종말을 위한 활동의 략어이다. 2011년 ‘엔딩노트’라는 다큐영화가 일본에서 개봉되였다. 영화는 일만 하며 살아온 말기암의 아버지의 모습을 감독인 딸이 다큐로 남긴 것인데 제한된 여생을 자신답게 살기 위해, 또한 남겨질 가족이 어렵지 않도록 엔딩노트를 작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였다. 이 엔딩노트는 자신의 인생의 되새김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슈카쯔’와 ‘엔딩노트’라는 단어가 일본 류행어대상에 오르고 현재는 일본의 여러 매체에서 ‘슈카쯔페아’, ‘생전정리로 모두 행복’, ‘장례사전상담’ 등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슈카쯔’와 ‘엔딩노트’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행위를 카리킨다. 이것은 죽음이 가까운 고령로인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자식교육이 끝나고 정년퇴직한 사람, 정년퇴직할 년령은 아니지만 로후를 준비해두고 싶은 사람이 미리 죽음과 마주하고 마지막까지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한 준비이다.

이제 생전정리는 그냥 죽기 직전의 준비가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정이고 능동적인 생활태도이다.

하지만 일본사회에서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생전준비를 해두는 것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였다.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건 일본사회에서도 껄끄러운 일이였기에 장례에 대한 의논은 거의 림종이나 사후에 하군 하였다.

유교사상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 조선족사회는 일본보다 더 죽음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금기로 생각하고 있기에 건강한 부모님 앞에서 장례 등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회가족분위기가 아직 형성되여있지 않다. 경할 경우 부모님이 섭섭해하거나 중할 경우 불효자식이라고 노여워하실 수도 있다. “낡았다고 내가 쓰던 물건 버리려구 하는구나. 그럼 나도 버려라.“ 하고 감정적으로 나올 부모님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이면 고령화의 현실에 대한 도피일 뿐이며 특히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조선족가족에는 번거로운 일들이 많아질 수 있다. 

2010년 길림성인구보편조사의 통계에 의하면 길림성의 65세 이상 조선족인구는 12만명을 넘는데 이는 총 길림성 조선족인구의 12%를 초과하였다. 조선족인구가 집중해 거주하고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를 품은 길림성의 이 데터는 조선족이 중국 국내의 어느 민족보다도 고령화정도가 높은 집단에 속함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의 진행상황을 생각하면 9년이 지난 지금, 조선족의 65세 이상 인구는 고령사회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선족은 출생률이 낮고, 인구이동률이 높은 집단으로서 중국 국내에서 선두적으로 일본이 부딪친 독거로인, 독거사 문제가 사회의 중요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인생의 골인이 누구나 죽임이라 하면 이 골인을 불안과 공포로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죽음과 맞이하고 인생의 끝까지 자신의 삶을 될수록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여생을 더욱 효률적으로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구체적으로 생전정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의 ‘슈카쯔’, ‘엔딩노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자신답게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여생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리해놓는다. 

1. 주민번호 등 본인의 기본정보를 정리해둔다. 여러가지 수속에 필요한 준비를 위해서이다. 

2. 자신과 관계되는 인물과 련락처 등을 남겨둔다. 가족, 친척, 직장관계자, 은인, 법적관계의 상담자 등 다방면의 정보가 필요하다.

3. 저축통장, 카드, 인터넷결제, 주식, 부동산, 의료보험, 양로보험 등 재산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다.

4. 치매 등 의사표달이 흐릿해질시 희망하는 치료방법과 케어시설, 연명조치 여부 등을 정해둔다.

5. 유언서에 대해 유산분할의 내용, 유언서의 유무, 상속리스트 및 보관장소 등을 기록해둔다.

6. 장례식장 예약, 장례규모와 관의 선택, 납골방법, 영정사진, 참가리스트 등을 정해둔다.

7. 못해봤거나 해보고 싶은 버킹리스트를 써놓는다.

이외에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일생에 대한 회고록을 정리해본다거나, 신세를 진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남긴다든가 등등 여러가지 생전정리가 존재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건강할 때 자신의 장례식예약을 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죽은 후 들어갈 관에 직접 들어가보는 체험이벤트도 있다. 우리한테는 렵기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조사에 의하면 일본로인 3명중 1명은 장례식 등 여러가지 죽음과 관련한 이벤트에 참가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미리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부문에서는 ‘엔딩산업’이 나날이 확대되고 번창하고 있다. 2015년부터 매해마다 엔딩산업전람회가 열리고 있으며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상품, 기술, 서비스 등을 출품하는 기업이 400개나 되며 3일간 2, 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생전정리보급협회가 설립되고 이사짐센터 및 유품정리와 구별된 생전정리인정 지도원 및 자격을 가진 직원으로 구성된 전문성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용은 트럭의 크기와 작업인수에 따라 변동이 있는데 대략 3만5천엔(인민페 약 2200원)부터 30만엔(인민페 약 2만원) 좌우 든다. 

하지만 생전정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있는 일본과는 다른 사회에 사는 우리는 일본의 그것을 고대로 옮겨 쓸 수 없다. 우리는 생전정리의 선진국인 일본의 경험을 참고로 함과 동시에 우리의 상황에 맞게 생전정리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몇해전부터 필자는 고향에 돌아가면 친정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고향에는 생전정리라는 말이 보급되여있지 않았기에 자칫 말을 꺼냈다가는 ‘죽음’과 유품정리로 오해하고 섭섭해하실가 봐 처음엔 생전정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대신 집청소할겸 이미 집에 살고 있지 않는 나와 동생의 잡동서니들을 정리하겠다고 하며 말을 꺼냈다. 우리가 바깥세상에서 배운 새로운 지식이나 생각을 무작정 부모님한테 강요하지 말고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인내심 있게 한발한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정리를 하면서 깜짝 놀란 건 이미 중년인 필자와 동생의 소학교졸업장부터 탄원증, 각종 상장, 대학입학통지서 등등 다 고이 보관해두시고 있었다. 이젠 자기 둥지를 틀고 나와 사는 몸이지만 다시 한번 부모님 슬하에서 근심걱정없이 살아왔던 그 시절이 생각나며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감돌았었다. 짐정리하면서 부모님들과 이래저래 옛얘기도 나누고 추억이 될 만한 상장이나 졸업장, 대학입학통지서 같은건 사진찍어 데터로만 남긴 후 가위로 파쇠해버렸다. 정리정돈이 되니 집이 깨끗해지고 추억을 되새기는 좋은 자리도 되여서 부모님들도 기분좋은듯 보였다. 분위기가 좋아진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 참에 집에 있는 옛날 물건들 다 정리하자”고 말을 꺼냈다. 처음엔 좀 거부하시는 태도였다.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으로 늙은 것도 아니니, 알아서 한다며, 어쩌다 집에 온 너를 힘들게 하고프지 않다”고 하셨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많지만 어딘가는 살짝 섭섭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셨다. 그래도 밀고 나가는 정신으로 “딸이 왔을 때 하자구, 딸이니까 부끄럽거나 어색할 거 없다고, 깨끗해지면 마음도 가벼워질거라”고 밀어부쳤다. 또한 이 때 처음으로 ‘생전정리’라는 단어의 존재를 알리고 “일본에선 짐정리를 죽기 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제2의 가볍고 쾌적한 인생을 위해서 한다”는 얘기를 꺼내며 열심히 설득하였더니 흔쾌히는 아니지만 허락해주셨다. 

부모님의 건강을 고려하여 여러날을 나눠서 옷, 이불, 그릇, 신 등 종류별로, ‘계속 사용할 것’, ‘버릴 것’, ‘고민, 보류중’ 등 3가지로 나눠서 정리했다.

지금도 제일 처음 물건을 정리했을 때의 일을 잊지 못하겠다. 무슨 물건이 구석구석 그리 많이도 나오는지. 둘만 사는 집에 이불요는 왜 그리도 많은지. 아마 20명은 넉넉히 잘 수 있을 수량이였다. 옷장에는 부모님 옷외에 이미 독립한지도 오래된 나와 동생의 옷들, 그리고 주인 모를 친척들의 옷들. 화장실 안에는 새 치솔과 낡은 주인 모를 10여개의 치솔들. 주방에는 손님치기를 얼마나 많이 해왔나 할 정도로 셀 수 없는 그릇들. 맏이로서 살아온 부모의 삶을 고대로 보여주는 그 물건들을 보면서 왠지 존경스러움과 찡해남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약서랍을 여니 중국약은 물론 일본에서 필자가 보낸 일본약, 한국에서 이모가 보낸 한국약, 친척이 보낸 미국약,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독일약 등으로 꽉 차있었다. 요몇해 어머니가 몸이 좀 아프셨을 때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친척지인들로부터 건강보조약품을 부쳐보내셨다 하더니 약서랍이 완전 글로벌화되여있었던 것이다. 약을 보낸 친척들의 얘기도 나누며 이미 복용기한이 한창 지난 약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중국의 정체모를 모임에서 샀다는 의료기계도 같이 체험하면서 내가 옆에 없는 부모의 삶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부모의 물건을 정리하는 건 부모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옛날을 되새기고 현재를 알아가고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너무도 소중한 부모님과의 시간임에 고마웠다. 생전정리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지 않겠나 싶었다. 

백세시대라 불리우는 요즘 세월, 그 어느 때보다 더 길어진 인생의 황혼시기, 죽음을 두려워하고 인생을 허무해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남아있지 않는가? 자신의 쾌적한 남은 삶을 위해서 생전정리라는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였으면 한다.

인민넷 조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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